창봉 박동규 작가

김포에 새로 둥지를 튼 기념으로 문수산을 그린 그림과 문수산 정상에서 느낀 소회를 표현한 시를 짓고 이를 글씨로 쓴 작품을 준비한 서예가 박동규 작가.
평화문화도시 김포. 그 중심 공간인 김포아트홀에서 제주 출신 서예가 창봉 박동규 작가 초대전이 5월31일부터 열리고 있다. 1951년 제주에서 태어난 박동규 작가는 고전에 입각한 전통적 서예를 추구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서예계에는 명필가는 많은데 명서가는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명서가란 자신의 글을 자신의 글씨로 표현한 명필이라는 뜻.
전시회 첫날 전시장을 찾은 유영록 시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박동규 작가가 김포 문수산에서 바라 본 조강(祖江), 북녘 땅의 모습을 담은 실경 수묵화와 싯구를 만날 수 있다”며  "박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평화의 바람을 담은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함께 감상하며 평화의 바람으로 하나 되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박동규 작가의 글씨작품 중 대개는 자신이 지은 시이거나 불경을 필사한 것. 그림과 글씨 작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서화전을 찾아 박동규 작가를 만나봤다.

감등문수산정(感登文殊山頂). 360cm×80cm박동규 作.

◇문수산은 김포의 상징

전시실이 있는 김포아트홀 1층 로비에 들어서자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병풍이 사람을 맞는다. 무슨 글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서와 해서로 가득 씌여진 한자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쓴 작가의 노고를 짐작케 한다.
전시실 내부에 걸린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문수산 전경 그림, 경주 삼릉의 소나무를 그린 그림도 가로폭이 7~8m는 됨직한 커다란 작품들이다. 하지만 처음 만난 박동규 작가의 체구는 의외로 자그마하다.

-이번 전시회 작품의 특징은?
“김포를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문수산이 떠올랐습니다. 문수산은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경관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남북이 따로 떨어져 있는 지금 문수산 정상에 오르면 북한땅이 한눈에 보입니다. 평화문화도시 김포에 정착해 처음 여는 전시회에 딱 맞는 주제라 생각하고 문수산 전경 그림과 문수산 정상에서의 소회를 쓴 시를 글씨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하게 됐습니다.”
고향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작품활동을 해온 박동규 작가. 1985년부터 생활해온 서울을 떠나 김포에 터를 잡은 지 18개월. 박 작가가 노년을 함께 할 김포를 위해 이번 전시회에서 문수산 그림과 글씨를 선보인 것.
“문수산 그림의 제목은 ‘감등문수산정’이예요. 문수산 정상에서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죠. 문수산을 뒤덮고 있는 소나무를 평화를 상징하는 녹색을 사용해 표현했고, 문수산 너머 보이는 북한땅은 붉은색으로 표현했습니다. 김포가 주도돼서 통일을 가져오라는 의미이지요. 7언절구로 정상에서의 감흥을 노래했고요.”
박동규 작가는 문수산을 화폭에 담아내고 "신선이 노니는 비경 사람을 불러오니, 푸른 물 속 이끼 낀 바위 눈앞에 펼쳐지네(仙遊秘境誘人來, 碧水苔巖眼夏開)"라고 화제를 달았다.
갈 때마다 바람불고 비가 와서 문수산을 제대로 나타내기 위해 박 작가는 수십 번을 올랐다고 한다.

문수산 그림 앞에 선 박동규 작가

김포아트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창봉 박동규 서화전

◇불경을 필사하며 새로운 경지에 올라

-작품에 주로 쓰는 글귀가 있다면.
“집사람이 한때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지인이 지금부터는 불사(佛事)를 하라며 스님을 한분 소개시켜 줬어요. 그 스님이 불경 중 하나인 법화경을 써달라고 해 법화경을 정성을 다해 썼습니다. 불경을 쓰다보니 신과 하나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덕분인지 집사람도 쾌차하게 됐고. 불경 필사를 마친 뒤로는 웬만한 작품을 그대로 붓을 들어 일필휘지로 써내려가게 됐어요. 다 부처님의 가피이지요.”
먹이 아닌 금으로 글씨를 써달라는 부탁. 7만자에 이르는 법화경을 한 자 한 자 써나갔다. 그동안 스님은 100일 기도에 들어갔고.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린 대작으로 길이만 360m에 이른다.
그 뒤로 박동규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들어갈 글귀는 자신이 직접 지은 시 외에는 불경에 나오는 글귀를 주로 쓰고 있다.

◇김포의 기운이 너무 좋다

박동규 작가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교감선생님이 박 작가를 서예의 길로 이끌었다.
“교감선생님이 서예에 조예가 있었어요. 학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치셨는데 그 중 몇 명이 소실을 보이자 대회에 출전시켰지요. 저하고 두 명 모두 세 명이었는데 유독 저를 당시 제주에서 유명한 서예가인 소암 현중화 선생께 소개해 주셨고 이후 소암 선생께 사사했지요. 스승님께 각별한 사랑을 받아 서예를 평생의 업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요.”
소암 선생으로부터 무려 16년을 사사한 박동규 작가. 이후 더 큰 배움을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에 와서는 여초 김응현 선생에게 글씨를 사사하고, 그림은 매정 민경찬 선생으로부터 익히게 된다.
-그림과 글씨 작품이 모두 크기가 큰 작품이 많다.
“모두 스승님의 영향 때문이지요. 스승님이 공부할 때 대작으로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대작의 부분부분은 그대로 소품이 되는 것이고, 대작을 하면 전체를 보는 안목이 커지지요. 또 크기가 크기 때문에 바탕에 연필로 스케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서 보다 정교한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승으로부터 배운 것은 또 있다.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
“글을 쓸 땐 힘과 조형미가 균형있게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어느 획도 다 같은 게 없어요. 주인 되는 획과 주변 획이 다 달라야 합니다. 먹을 쓰는 법도. 이론에 밝아야 실제도 밝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고향인 제주를 사랑해 작품 소재로 즐겨 사용하고 있는 박동규 작가. 박 작가는 새로운 둥지를 튼 김포에 대한 사랑도 남달라 앞으로 김포를 소재로 한 작품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서울을 떠나 작업실을 어디로 옮길까 여기저기 수없이 다녔지요. 어느 날 김포를 둘러보려 오는데 기운이 너무 좋더군요. 이곳이다 결정했습니다. 이곳에서 후학들도 키우고 작업도 활발하게 할 예정입니다” 박 작가의 바람이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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