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면서 도마뱀은 꼬리를 자른다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몸을 버린다

잘려 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네가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도마뱀이 아니면서 도마뱀이 된 꼬리의 운명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다해 움직인다는 것

또 다른 나를 위한 몸짓일까

도마뱀을 사랑하는 몸짓일까

파닥거리다가 서서히 힘이 빠지고

숲 어디론가 사라진 도마뱀을 위한

그 마지막 몸의 언어로 시(詩)를 쓴다면

시민을 위한 정치(政治)를 한다면

사랑을 한다면

☞오강현 시인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동국대 대학원 현대문학 석사(수료)

*시집 『오늘 같은 오늘은 가라』(2001)

*2021 창작산맥 (겨울호) 신인문학상 등단

*김포시의회 7. 8대 의원

(詩감상) 도마뱀은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위험을 감지하면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스스로 꼬리 일부를 자르고 도망간다. 재생된 꼬리는 다시 위험한 상황이 되어도 스스로 꼬리를 끊을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을 한 것이다. 도마뱀이 느끼는 공포와 선택은 생존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세상에도 만연하다. 우리 역시 생존을 위한 공포를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는 내내 선택의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은 끝이 없다. 선거가 끝난 자리에 완연한 봄이 찾아왔지만 선거 후유증으로 정치인들은 꼬리를 내리고 있고 한 편에서는 꼬리 자르기에 바쁘다. 시인은 몸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민심을 해결해야 한다고, 민생정치의 구현을 외친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인이 많은 나라에 살고 싶을 뿐이라고. 정치인이기 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 시인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글/ 시인 박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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