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서 ‘편견없이’ 클래식을 즐기자

[문화가 경쟁력이다④ - 기영호 김포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한국음악협회 김포지부장]

김포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김포필)의 기영호 단장(49)은 학창시절 바순을 연주했다. 클래식에 조금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도 들어는 봤겠지만 어떻게 생긴 악기인지 잘 떠오르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바순은 오케스트라에서 중저음을 담당하는 중요한 악기이자 관현악곡 중에서 솔로파트도 많은 목관악기이다. 현 김포필의 단장이자 한국음악협회 김포지부장을 맡고 있는 기영호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분한 목소리와 듣기 편한 말의 속도를 가진 기 단장이 바순이 참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고 수준의 김포필하모닉 유스오케스트라

김포필은 부설기관으로 유스오케스트라(고등학생~대학원생), 주니어오케스트라(초등학생~중학생)를 두고 있다. 유스는 40여명, 주니어까지 합치면 100여명이 된다.

유스오케스트라는 이제 13년차로 지금까지 총 22회의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유스의 경우 또래 중 최고 수준으로 외부에서 인지도가 있는 지휘자를 초빙하여 공연을 준비한다. 유스오케스트라는 거의 대부분이 주니어오케스트라 출신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음악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은데 단원 대부분이 계속 음악을 한다.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죠. 학교 차원에서 1인 1악기 교육이 진행되고 취미로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그래서 꾸준히 음악을 하는 거죠.” 함께한 시간이 길고,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이제는 가족처럼 지낸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주니어오케스트라와 역사를 같이한 자모회의 활약이 컸다. 자모회는 유스 및 주니어 오케스트라 운영에 대한 대부분의 비용을 마련해 왔다. 이러한 환경이 외부에서도 인정할 만큼의 실력을 갖춘 유스오케스트라를 만든 것이다.


제대로 된 지원이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든다

현재 시로부터 오케스트라 운영을 위한 지원은 없다. 초창기 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전국적으로 최초의 민관합작 오케스트라였는데 언제부턴가 시의 지원이 끊겼다. 초대 단장이었던 송영철 단장이 ‘시의 지원만으로는 힘들다’면서 정기적인 후원과 CMS 방식을 도입하는 등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다. “김포의 자산인데 시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좀 더 좋은 오케스트라,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는데 아쉽죠.”도시철도건설로 많은 예산이 그쪽에 집중되다 보니 초긴축재정을 집행하고 있는 시의 형편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최근 지자체의 지원 속에 성장하고 있는 다른 지역의 오케스트라를 보면 아쉽기만 하다.

또한 기 단장은 ‘제대로 된 예산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문 연주가들에게는 공연 수준의 향상과 발전을 위해, 동아리 연주자들에게는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해야죠. 근데 김포시는 전문 오케스트라나 동아리 오케스트라나 똑같은 사업비를 지원하죠.”
부천필의 경우 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공연 수준도 손꼽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일부러 부천필의 공연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으며 부천을 대표하는 문화 인프라가 됐다. 관계자들이 꼭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선입견과 편견을 지우자

많은 사람들이 ‘지역 오케스트라가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김포아트홀 외벽에 걸려있는 공연 현수막을 보고 연주를 ‘들으러 간다’라기 보다는 ‘취재하러 간다’라는 마음이었다. “그런 편견을 버려야 해요. 김포는 서울과 가까워서 다른 지역에 비해 좋은 연주자 섭외가 쉽죠. 게다가 10년이 넘는 유스와 주니어 오케스트라의 역사를 갖고 있기에 좋은 인력풀을 갖추고 있어요. 김포보다 오히려 밖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같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좋은 공연이 아니다. 어디서 유학을 하고, 유명한 콩쿠르에서 상을 받았다고 좋은 연주자가 아니다. 이름값을 하는 공연도 많지만 실력을 갖춘 연주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공연이 좋은 공연이다. “김포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입니다. 이제는 다양한 공연을 많이 접하면서 어떤 것이 정말 좋은 공연인지 가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라고 기 단장은 말한다.


‘김포에서 단장님의 바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쉽게도 기 단장은 “이제 연주는 조금 힘들다"며 "이제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리고 다양한 무대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즐겁죠”라고 말한다.
기 단장과 김포필 주니어오케스트라는 오는 2월27일 제9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 전악장을 연주한다고 한다. 악성(樂聖)이라는 베토벤의 명곡 중 하나인 이 대곡을 어떻게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들려줄지 벌써부터 그 무대가 기다려진다.

이유경 기자

이유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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