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응접실- 주정민 게으른농부 대표

[초지일관 농업정신 브랜드, 출시 한달만에 3만개 팔려]

“오호! 생각보다 깊은 맛이네. 사골육수의 담백한 맛에 쫄깃한 떡의 식감. 집에서 끓인 떡국보다 맛있네.”
생소한 컵에든 즉석떡국 ‘초지일관’을 먹고난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7월 세상에 나온 즉석떡국을 먹고 나면 세번 놀란다. 첫번째 맛에 놀라고 두번째떡의 재료가 김포쌀이란 것, 그리고 수입쌀에 대한 우리쌀의 우수성과 소비확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 때문이다. 2분떡국 ‘초지일관’은 출시 한달만에 3만개, 지난 9월까지 6만개가 팔려나갔다. 뒤이어 개발된 국내산 멸치로 국물맛을 낸 쫄깃쫄깃한 ‘4분 멸치맛 쌀국수’의 인기도 만만찮다.


숱한 난관, 스스로 극복

떡국과 쌀국수를 컵에 담아 즉석으로 먹을 수 있도록 구상한 사람은 김포시 대곶면 소재 영농조합법인 ‘게으른농부’ 주정민 대표(40)다.
우리쌀의 생산과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증가하는 수입쌀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끊임없이 쌀가공품을 연구해온 주정민 대표는 “즉석식품인 라면 등에 익숙해 진 소비자의 입맛을 검증된 김포쌀로 만든 떡과 진한 국물로 승부하겠다”는 비전을 5년만에 이뤄냈다.

주정민 대표는 2010년 떡공장을 차려 ‘떡국떡’생산을 시작했다. 이어 2013년 이윤에 앞서‘좋은쌀을 생산하고 판매를 우선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자‘초지일관’을 브랜드로 등록했다.
하지만 떡국 떡 인기에도 불구, 판매에 한계를 느끼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생각한 것이 즉석 떡국과 쌀국수. 이를 위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 다녔고 직접 떡을 제조하는 다섯 개의 업체가운데 가장 신뢰가 가는 백제물산(충남 홍성 소재)을 찾아냈다.

난관은 다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여러번 문의한데 이어 3번 이상을 찾아가 유전자, 중금속, 잔류농약 검사와 단백질 함량조사 자료를 토대로 “쌀만큼은완벽하다”고 설득했지만 “여름에 누가 떡국을 먹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다 끈질긴 설득 끝에 올해 3월“3개월에 3만개를 팔 자신이 있다면 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지성이면 감천’으로 제조업체는 설득했지만 영농법인의 내부반발이 이어졌다. “6000상자를 어떻게 소비할 것이냐. 1억 원을 버릴 것이냐”는 이사들의 우려에 “내가 책임지겠다”는 답과 함께 “팔리지 않으면 전국에 김포쌀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친환경 유기농 고집

결과는 주정민 대표의 판단이 옳았다. 1개월 만에 3만개가 팔리면서 올 7월부터 본격적 생산과 판매에 들어갔다. 더불어 쌀 소비량도 크게 증가했다.

‘초지일관’은 추청벼로 하다보니 일반쌀에 비해 한가마당 4~5만원이 비싸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판매가로는 돈이 되지 않지만 ‘신뢰와 믿음으로 사업하며 마진에 앞서 쌀이 팔리면 된다’는 당초의 판단은 올 7월 한 달 만에 100가마(가마당 80kg)가 팔려나가면서 확인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떡국떡 400~500 가마 등 700여 가마가 소비됐다. 게으른 농부의 1년 생산량 20%에 해당하는 1000 가마목표치에 근접한 것이다. 주 대표는 앞으로 현미를 볶아 만든 간식, 차, 누룽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게으른 농부의 원칙은 특별하다. 친환경 유기농을 고집하고자 많은 예산을 들여 유전자, 중금속, 잔류농약, 단백질 함량 등 4개 항목을 검사한다. 자체재배는 물론 계약농가에도 적용하며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계약농가라 하더라도 벼를 받지 않는다.

이러한 원칙 속에서 2010년 480만평에 달하던 계약면적은 140만평으로 줄어 들었다. 농지감소요인도 있지만 원칙을 지키지 않는 농가의 쌀은 받지 않으면서 줄어든 요인도 크다.
주정민 대표는김포쌀의 고급화를 위해서는“품종, 건조, 저장, 품질관리 등에 있어 생산자와 가공자, 판매자가 하나의 원칙에 의해 일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20대‘과학영농’ 대통령상

‘초지일관’브랜드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농업관의 결정체다. 주정민 대표는 2004년 10월, 4H 전국연합회장 재임 당시 ‘과학영농과 영농혁신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나이가 29살 무렵이다. 대학에서 컴퓨터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다시 대곶면 송마리에서 3대째 논농사 가업을 이어 가며 유기농법을 개발하고 김포쌀의 우수성을 지켜가는 과정에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신념이다.

“농부의 아내가 웃을 때 농민은 행복해 진다”는 주정민 대표는 “우리 모두의 딸이자 어머니인 농민의 아내가 웃을 수 있도록 농민은 물론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종규 기자

곽종규 기자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