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소통’하는 명영수 김포경찰서장
조그만 의지가 혁신의 씨앗, 김포경찰 변화의 중심

김포경찰서가 시민들의 사랑방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9일 김포시노인복지총연합회는 서장실 옆에 마련된 소회의실에서 임원진 회의를 가졌다. 이날은 매일 아침 간부회의가 열리던 무겁던 회의실이 시민들에게 돌아간 첫 번째 날로 기록됐다. 올해 초 ‘경찰관 선생님’ 제도를 만들어 학교폭력 해법을 제시하며 전국 경찰의 모델이 된 김포경찰서가 각종 시설마저 시민들에게 돌려줌으로서 ‘소통’의 화두를 우리사회에 던지고 있다.

김포경찰서의 변화는 ‘물은 1시간에 3센티만 흘러도 썩지 않는다.’는 명영수 서장(55)에 의해 시작됐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낮고 내일은 오늘보다 변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조금씩의 변화는 ‘개혁과 쇄신’의 싹이 되어 ‘1시간에 3센티씩’ 흐르고 있는 것이다.

민생치안이 핵심 업무인 경찰서가 인력을 학교로 보내고 시설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에 대해 명 서장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갈 미래의 치안요소를 현재의 적은 자원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반면 강도 살인이든 교통사고로 사망하든 ‘사망’은 같은 결과라는 점에서 음주단속에는 욕을 먹더라도 철저하고 꾸준히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시민과의 소통이 치안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명영수 서장의 ‘소통 법’을 정리했다.

‘경찰관 선생님’ 전국 확대
김포경찰서에 부임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1월13일 명 서장은 경찰관 선생님을 구상했다. 그로부터 새 학기까지 김포시내 전체 60개교 교장이 모인 곳에서 제안하고 동의를 얻은 후 교육청과 협약 식을 갖고 경찰관 선생님을 각 학교 교장지휘 아래로 파견했다. 그리고 이 제도는 지난 6월 경찰청에 의해 전국 경찰서로 확대됐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5월 양곡과 풍무중학교와 유현초등학교 학생, 92명을 상대로 면접 조사한 결과 89.1점의 만족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난 2월 1차 조사 때 보다 43.3점이 높아진 수치로 경찰청이 경찰관 선생님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데 기초가 됐다.

명 서장은 경찰관 선생님 제도를 시행하면서 “학교폭력은 교육현장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학교폭력이 밖으로 나올 경우 형사처벌 영역이 되며 이는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과 잘못을 사과할 때 용서가 가능하여 화해를 통해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에는 단속실적에서 꼴찌를 하더라도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이 우리사회 폭력 문화를 줄이는 장기투자라는 것도 포함됐다.

명 서장은 이와 함께 월곶면에 소재한 굽네 치킨과 협력해 전국 880개 영업점을 통해 하루 4만수가 유통되는 굽네 치킨 포장지에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기재하는 한편 폭력 피해자를 위한 회복과 가해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한림대학(법심리학)과 연계하여 개별학생에 대한 임상과 치유방법 등을 학교폭력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경찰서시설 시민누구나 이용가능
전국에서 처음으로 서장실 옆방을 시민공간으로 제공한 김포경찰서는 400석의 대회의실과 중, 소회의실 3개, 그리고 회의시설 모두를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이들은 평소 한 달에 2번의 직장교육과 1주일에 2번의 확대간부회의와 아침회의 만을 위해 존재하던 것으로 나머지 시간을 시민들에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통을 하겠다고 시민 속으로 다가가면 시민들은 물러나 버립니다. 시민들을 다가오게 해야 하며 서로가 다가서면 비로소 소통의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명 서장은 소통은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에서 싹이 튼다고 말한다.
“국가가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시설입니다. 놀리기보다 시민이 활용할 경우 상승효과를 볼 수 있으며 장비 또한 활용기회가 많아야 기계 값을 하는 것입니다. 원가가 100원이면 1000원의 가치가 있도록 활용해야 합니다.”

명 서장의 회의실 개방제안에 대해 각부서 과장들은 다음날 동의를 거쳐 신속히 결정됐다. 그리고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류 접수 등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고 전화로 일정만 통보하면 중복여부만 확인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구내식당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이 회의실을 이용함으로서 장비와 시설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고 또 식당을 이용함으로서 남은 이익을 경찰복지에 재투자할 수 있어 우리도 이익이며 시민들도 경찰서 시설을 활용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명 서장의 소통이 만든 상승효과다.

경찰서 공간, 미술관으로 진화
명영수 서장은 취임이후 7개월 동안 청사를 미술관으로 바꿔놓고 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경찰청사 벽면에 김포의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과 사진 등 30여점을 걸었다. 그리고 앞으로 20~30여점의 작품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김포의 자연을 소재로 한 이유는 ‘머무는 자리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4층에서 식당을 오르는 2개 층에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그린 여러 점의 유화를 직접 구입하고 스토리텔링까지 스스로 만들었다.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헤밍웨이 문학의 길이 됐다.
이밖에도 명 서장은 취임 후 관내 3천여명의 인사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경찰관련 업무와 안전에 관한 소식을 매일 2~3통씩 전하면서 기존의 홍보현수막 제작비용 6만원을 시민과의 소통 비용으로 대체했다.

“3백권의 책을 동시에 구입한 적이 있으며 실사구시와 실용적 가치를 중요시 한다.”는 명영수 서장은 고려대 행정대학원 석사출신으로 1987년 경찰간부후보생 35기로 경찰에 입문, 청와대 비서실을 거쳐 경찰청 경호과장, 충남논산서장, 영등포서장, 서울 청 경비과장 등을 지냈다.

곽종규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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