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응접실/한국무용가 조선희(56)

화요일 오후 3시 사우동 주민센터 2층의 문을 열자 10여명의 한국무용 수강생들이 ‘한량무에 빠져 있었다.
‘뒤꿈치를 들고 앞꿈치로 살짝 걷다가(까치걸음) 한쪽 발을 앞으로 내딛는 동시에 다른 발을 끌어 복숭아 뼈에 모았다가 다음 발로 바꾸는(접디딤) 딛기로, 다시 무릎 굽혀든 상태에서 한 발로만 뛰는 동작(앙김길체)이 눈에 들어왔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멋과 여유를 부리는 남성의 모습은 고도로 절제된 기교와 소박한 아름다움을 딛고 호방한 한량무로 표현되고 있었다.

한국무용의 기본동작은 걷기다. 걸음걸이와 발의 모양만으로도 춤의 특징을 알 수 있듯이 화요일과 금요일에 문을 여는 한국무용가 조선희씨선생(56)의 강의실은 깊은 호흡과 절제속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발모양으로 한국무용을 만들어낸다.
강의실에는 2명의 남성을 포함한 13명의 수강생들이 기본동작과 민요춤(매화타령, 노들강변), 진도북춤, 살풀이, 입춤, 한량무 등을 땀으로 온 몸을 적시며 흥겹게 배우고 있다.

호흡과 동작이 만드는 인체예술
조선희선생은 “한국무용은 정적이며 가장 전통적이어서 좋다.”고 한다. 반면 퓨전이나 창작은 반기지 않는다.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며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한국무용중 중요 무형문화재인 살풀이춤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과 슬픔, 풀어내지 못한 것을 굿거리에서 풀어내고 자진모리에서 기쁨으로 승화시키면 온 몸의 찌꺼기가 사라져 버린다. 내면의 세계를 춤사위로 승화하고 맘껏 표출하는 과정이다.
조선희선생은 한국무용에서 호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춤을 추는 몸의 끝은 손이 아니고 손에서 한자 더 나아간 부분이다. 단전까지 가득 찬 호흡이 손 끝 멀리까지 가면 춤은 시원하고 큰 동작으로 살아난다.
반면 애절하고 슬픈 살풀이춤은 한을 몸에 실어서 표현하는 것으로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굴신)과 호흡을 놓치지 않고 끌고 가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무릎을 굽혔다 펴는’ 굴신은 한국무용의 동작을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은 호흡과 굴신의 다양한 동작이 만들어 내는 인체예술로 깊은 내면을 표현하는 만큼 속옷을 적시는 땀방울을 필요로 한다.

한국무용 퇴행성관절염에 효과
한국무용은 그만큼 운동량이 많다. 그런 연유인지 조선희선생의 강의실에는 젊은 층보다는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적지 않다. 운동 삼아 한국무용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한국무용의 굴신운동은 진액을 뼛속으로 끌어들이는 아주 훌륭한 방법으로 춤사위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 한국무용의 자연스런 연결동작을 위해 무릎을 ‘굽혔다 폈다’하는 과정에서 관절주변의 조직을 강화하고 유연성 또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희선생의 수강생 김정조씨(남․73)는 진도출신으로 진도북춤을 배우며 건강관리와 정신수련을 위해 이곳에 온지 3년이 됐다고 한다.

또 한명의 남자 수강생인 김명환총무(65)는 “라틴댄스 선수였다가 발목을 다친 후 한국무용을 배우면서 건강도 지키고 재미도 느끼고 있다”고 한국무용에 푹 빠진 자신의 모습을 자랑했다. 한국무용을 하면서 치마저고리를 입고 긴 머리를 쪽진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전통무용 대제전 대상수상
중학교 시절 잠깐 동안 발레를 한 적 있는 조선희선생은 초등학교 시절 매년 무용으로 학예회에 참여했으며 인근부대 위문공연도 다녔다. 나이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에 대해 그는 ‘한국무용은 자신의 운명’이라고 했다.

수원대학교에서 한국전통무용을 공부하고 96년도 국립극장에서 ‘삶과 춤, 춤과 삶’을 공연한 후 2000년대 대한민국 전통무용 대제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어 △한국국악협회 콩쿠르 무용부분 대상(2002) △대한민국 국악제 은상 △세계 전통무용 대축제 한국 전통무용부문 대상(2005) △화성 운학 전국무용제 우수상 △한국민속예술제 행사주관 자치단체 공주시장상 수상(2010) 등을 통해 지난 10년간 한국무용에 대한 기량을 인정받았다.

예술의 전당 예악당과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에 이어 전수회관에서 공연을 가졌으며 태국과 캄보디아, 한중일 문화교류 공연을 통해 예술인으로 ‘한국의 무용’을 국제적으로 알리는데도 앞장섰다.

김포대학서 가을학기부터 강의
조선희선생은 사우동주민센터에 이어 김포대학 평생교육센터에서 가을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1주일에 하루 3시간을 강의하며 김포대학은 사우동에서 학교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학교도서관도 개방해주기로 했다.
“스승이 한 것을 내가 못 따라갈 때 속이 상한다.”는 조선희선생에 대해 주민센터 수강생 김정조씨는 “너무 세심하며 몸으로 가르치는데 자기 몸은 아끼지 않는다.”고 평했다. 이어 김명환총무는 “여린 몸에 카리스마를 갖추고 잘못했을 경우 화도 내지만 애교도 있다.”며 ‘대단하다’는 한마디로 그를 평가했다.

자신을 평가하는 수강생에게 조선희씨는 “군무는 잘하는 것 보다 호흡이 중요하며 조금 안다는 우월감은 모두를 해친다.”면서 “세월의 흐름이 있어야 젖어든다.”는 말로 끊임없는 연습을 주문하면서 강의를 마쳤다.

곽종규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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