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규 칼럼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타인의 불행을 지나치지 못하거나 나름대로 오랫동안 다져진 철학이 있어야 하기에 쉽게 흉내 낼 수도 없다. 한 개인이나 특정집단을 돕는데도 이러하거늘 수많은 사람을 위해 무작정 봉사한다는 것은 ‘정신의 중무장’이 필요하다.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김포에는 30여명에 이르는 선량들이 ‘오로지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전의 15일을 보냈다. 숱하게 고개를 숙이고 그것도 모자라 자원봉사자까지 동원해 ‘봉사하겠습니다’를 외쳤다. 그리고 ‘나 봉사 좀 하게 도와달라’며 적잖은 선거비용까지 지불했다. 이쯤돼면 우리사회는 괜찮은 사회다. 더욱 전국적으로 보면 얼마나 많은 ‘대가 바라지 않는 봉사자’를 두고 있는지 그냥 있어도 배가 부르다.

봉사를 하는데 공부해야 하고 많은 발품을 팔면서도 오로지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는 말을 외쳐대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사회는 얼마나 건강하랴.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 인사와 함께 보이는 건 낙선자의 플랭카드 뿐이다. 당선자는 다소 ‘권력감’이 그의 지친 몸을 위로하는 사이 그렇게 외쳐대던 봉사정신이 무뎌져 가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쓸쓸하게 나붙은 낙선자의 플랭카드는 4년후를 기약하는 얄팍한 보험이 되어 펄럭인다.

당선결과와 함께 그렇게 외쳐대던 ‘나 봉사좀 하게 도와주세요’는 선거후 떨어져가는 후보자 벽보와 다름이 아니다. 당선자 또한 봉사가 있던 자리에 권력감이 들어와 유권자와의 거리감을 더욱 넓혀간다. 일부라고 단서를 달 수 있지만 내가 사는 고장의 미래를 책임지고 시민들의 뜻을 정책에 반영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단서를 달고 피하고 싶지도 않다.
정책선거를 표방한 5·31 지방선거는 정책선거라기 보다 비방이 줄어든 선거라고 표현하는게 옳다. 무시무시한 선거법이 가져다준 결과로 출마자들의 높아진 민도라고 위안삼기도 어렵다.

당선된 후 10일, 임기시작 20일을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어디에서라도 지방의회를 학습한다는 워크샵소식 들리지 않는다. 지역현안을 수집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회 소식도 없다. 정책선거를 표방하고 당선된 초선의원이 시·도의원 10명중 6명이다. 임기시작을 앞두고 이들이 모여 연구한다는 소식 듣는 게 지나친 욕심인가. ‘봉사’는 사라지고 ‘감격’에 겨운 ‘성취감’만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면 당초 ‘약속한 봉사’는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올해 선거에서 후보자 공약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선보였다. 본지도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의 후원을 받아 시장후보자에 한해 공약을 평가한 바 있다. 본지는 모든 당선자를 대상으로 같은 방법으로 공약을 검증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최소 1년에 1회 실시할 방침이다. 선거과정 소원처럼 외쳤던 ‘봉사’의 정도를 평가하고 분석해 척도로 환산하고 이를 시민들게 다시 공지할 것임을 당선자들은 기억해 주길 바란다.

<본지 발행인>

곽종규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