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윤기현교수의 지휘로 드뷔시를 연주한 김포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진회숙 음악평론가, 김포시민 대상 인상주의 음악세계 초대

‘둥근 보름달이 뜬 밤, 가로등 없이 위험한 산을 무리 없이 올라가는 기아자동차와 빗방울에 감성을 더한 현대자동차 광고.’

대사 없이 잔잔한 음악만 흘러나와 오히려 집중하게 만드는 배경음악(BGM)은 인상주의 음악가 드뷔시의 대표곡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3번째 ‘달빛’이다.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에드워드가 연주하던 곡으로 미국 네티즌 사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인상주의. 뚜렷한 방향성 대신 정처 없이 부유하는 선율과 모호한 듯 미묘하게 빚어내는 드뷔시만의 스타일로 많은 광고음악에 이용되고 있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 연주

지난 22일 김포필하모닉오케스트라(단장 기영호)는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으로 인상주의 미술과 드뷔시를 주제로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미술을 알면 음악이 들린다’를 공연했다.

음악 칼럼니스트 진회숙 음악평론가의 해설로 진행된 ‘미술을 알면 음악이 들린다’는 공주대학교 윤기연 교수가 지휘하는 가운데 전현정 피아니스트, 클라리넷 여진주씨의 협연으로 이뤄졌다.

드뷔시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근대 예술운동인 인상주의 미술의 대표주자인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과 상징주의 작가인 보들레르의 문학을 클래식 음악에 접목시킨 인상주의 음악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진회숙 음악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오늘 연주되는 곡은 처음 듣는 분들에게는 매우 지루한 경험이 될 것이지만 이를 통해 인상주의 음악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며 문을 열었다.

사진기 발명 이전, 보이는 것을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표현되던 미술이 이후 빛에 따라 변하는 대상을 보는 사람의 순간적 느낌으로 표현되면서 현실보다는 내면의 풍경, 보이지 않는 것들의 냄새와 소리까지 연상케 했다.

진회숙 해설가는 기존 음악과 차이를 보이는 인상주의 음악을 설명하며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소개했다.

인상주의 대표화가 모네의 ‘인상: 해돋이’. 해가 떠오르는 순간 빛에 반사된 사물의 모습이 화폭에 담겨 있다. 당시 매우 파격적이었던 모네의 그림은 인상주의로 불리었으며 이 같은 미술사조를 드뷔시는 음악에 도입해 인상주의를 만들었다.

근·현대 음악의 시작, 인상주의

1887년, 드뷔시는 시인 말라르메의 살롱에 출입한다. 이때 상징파 시인 및 인상파 화가와의 접촉에 의해 그의 걸작 중 하나이자 근·현대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 만들어졌다.

환상적이고 몽롱한 느낌을 주는 화음을 사용하고 가능한 모든 색채를 음악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웅장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표현하며 인상파 음악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드뷔시는 이 곡의 악보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이 전주곡의 선율은 말라르메의 아름다운 시를 자유롭게 묘사하고 있다. 곡을 합성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의 자연에서 느껴지는 바람과 꿈이 담겨 있는 장면들이 연속해 있다.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님프와 나이아드를 따라다니는 데 싫증이 난 목신이 깊은 잠에 빠져 들고 그 속에서 마침내 우주 자연을 소유하려는 자신의 꿈을 깨닫게 된다.”

플루트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하다. 절정에 이르러 모든 선율의 감정이 부드럽게 고양되는 것을 들으면 햇살이 퍼지는 목가적인 풍경이 떠오를 것 같다.

클라리넷이 표현하는 서정적 회화

김포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두 번째로 ‘클라리넷과 관현악을 위한 첫 번째 광시곡’을 연주했다. 클라리넷은 따뜻한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주목받는 여진주 클라리네스트가 협연했다.

광시곡은 랩소디의 다른 말로 서사시의 한 부분 또는 계속적으로 불리는 서사시적 부분의 연속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성격적으로는 서사적·영웅적·민족적인 색채를 띠지만 드뷔시의 ‘클라리넷과 관현악을 위한 광시곡’에는 이러한 경향이 보이지 않는다.

‘꿈꾸는 듯이 느릿하게’하게 라는 단서가 적힌 자유로운 흐름으로 대조적인 템포와 무드가 여러 가지로 변화하는 가운데 표정이 풍부한 클라리넷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향이 드뷔시의 섬세한 회화풍으로 연주된다.

국내광고 경음악 대표곡 ‘달빛’

두 번째로 연주된 곡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으로 전현정 피아니스트가 협연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특유의 아름답고 간결한 멜로디로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으며 프랑스적 취향을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1890년부터 쓰기 시작한 초기의 걸작 피아노곡으로 인상주의 수법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이탈리아 베르가모 지방의 인상을 바탕으로 한 점에서 제목이 붙여졌다.

프렐류드(Prélude), 미뉴엣(Menuet), 달빛(Clair de lune), 파스피에(Passepied), 이 상의 네 개의 곡을 모아놓은 이 모음곡은 드뷔시가 23세에 작곡했는데 이후 1905년 비로소 처음으로 출판됐다.

"다음에도 또 참여하고 싶다" 반응

김미라(주부·풍무동)씨는 공연이후 “김포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몽환적인 음악이라 난해했지만 해설을 통해 접근하기가 더욱 쉬웠으며 잘 몰랐던 인상주의 드뷔시에 대해 알게 되어 너무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또한 조정아(주부·풍무동)씨는 “워킹 맘으로 평상시 음악회를 접하기 쉽지 않았는데 지인을 통해 드뷔시 음악이라 해서 참석했다.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아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뭔가 내 마음을 잔잔하게 해주는 감성을 느꼈다. 드뷔시의 음악은 인상주의의 음악이라는 설명과 함께 무언가를 정확한 표현하기보다 간접적으로 느끼는 음악이라는 해설을 통해 편하게 나름대로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다음에도 꼭 오고 싶다”고 감상평을 했다. 

곽종규 기자  gyoo49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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