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년째 학생자치법정반을 운영중인 운양중학교가 첫번째 공개 모의재판장을 열었다.

학생들 스스로 판사, 검사, 변호인, 배심원 등이 되어 생활인권규정을 위반한 학생을 상대로 잘잘못을 가리는 학생자치법정이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를 이해하는 가운데 새로운 교내질서를 구축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학생자치법정'은 자치법정 동아리에 가입되어 있는 학생들이 직접 판사, 검사, 변호인의 역할을 나누어 생활인권규정을 어긴 학생 또는 생활태도 개선방안 등을 논의한다. 검사의 심문도, 변호인의 변론도, 배심원단의 양형합의과 판사의 판결문도 학생들이 직접 쓴다. 그리고  생활인권규정위반 학생은 이에 대한 결정에 승복한다. 일반적인 처분목적이 아닌 서로 공감하는 사이에 스스로 반성하고 재발을 하지 않도록 하는데 학생자치법정이 있다.

이는 교사와 학생이 갑과 을의 관계에서 징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학생이라는 동등한 신분에서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일반 선도와 다르다

작자의 위치를 이해하는 자리

박상우 지도교사

법무부가 2016년 학생자치법정 운영학교로 지정한 운양중학교(교장 선원희)가 지난 7일 제1회 모의자치법정을 열고 교육처분대상자의 학교규정 위반행위에 대해 공방을 이어갔다.

교육처분대상자로 역할을 맡은 3학년 김지은 학생에 대한 검사의 논고를 시작으로 학생치법정은 긴장감이 돌았다.

검사단은 교육처분대상자의 화장과, 복장, 수업방해 및 교사지시 불이행 등 3가지 생활인권규정위반에 대해 3명의 검사가 각각 심문하며 재판부에 강경한 처분을 요구했다. 이어 3명의 변호인은 각각의 처분에 대해 자료와 교내 설문조사를 토대로 교육처분대상자의 감경처분을 재판부에 호소했으며 이어 8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의견과 양형이 재판부에 전달됐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단과 변호인단의 의견, 배심원단의 평결을 종합해 검사단이 요구한 처분의견 보다 다소 줄어든 양형을 최종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결은 △다음 학생자치법정에 배심원으로 참석하기 2회에서 1회로 감경 △30분 일찍 등교 후 단정한 용의복장으로 캠페인 활동 2회에서 1회로 감경 △올바른 태도로 수업 열심히 듣고 교과 선생님께 확인받기 3회에서 2회로 감경 △점심시간 엘리베이터 무단탑승 학생지도 1회 등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교복치마가 ‘디자인에 우선해 학생들의 수치심을 간과했다’는 공감도 형성됐다.

생활인권규정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과정

학생자치법정은 교육처분대상 학생의 행동이 법정을 통해 논의되고 동료학생 각자의 입장에서 다뤄지는 가운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자리로 발전했으며 학칙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됐다.

학생자치법정 첫 번째 공개모의법정을 관람한 학부모 김 모 씨(40)는 “교육처분대상 역할을 맡은 김지은 학생의 화장, 복장 그리고 교사지시 불이행에 대한 검사 측의 심문에서 학생답지 못한 것을 느꼈는데 변호인단의 변호와 해당 학생의 진술을 들으며 납득되는 이유도 충분히 있었다”면서 “‘학생답다’는 획일적인 판단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모의법정 실제처럼 열정적 운영

운양중학교 학생자치법정반은 매주 월요일 2시간씩 운영된다. 첫 주는 역할회의를 통해 교내생활에서 잘못된 교육처분 상황을 설정하고 교육처분대상자와 판사, 검사, 변호인 등 각자 자신의 역할과 배역을 정한다. 그 가운데 선배들의 조언과 지도교사의 검토를 거쳐 완성된 대본으로 2주차 모의법정을 개정한다.

열정적으로 진행되는 모의법정은 실제처럼 느껴질 정도여서 재판도중 울음을 터뜨리는 처분대상 학생도 있다.

김한식 교감은 “학생자치법정은 학생 스스로 도덕적 자율성을 지키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준법정신을 체득하게 된다”면서 “강제성이 배제된 가운데 학생스스로 교칙을 지키는 교육적 장점이 크다”고 했다.

개교 5년을 맞이한 운양중학교는 올해 3년째 학생자치법정반을 운영하며 성장하고 있다. 박상우 지도교사는 이를 위해 법무부가 주관한 연수교육을 다녀왔고 지난 7일 첫 번째 모의자치법정에는 법무부가 법복과 테이블을 지원했다.

준법정신 함양 큰 도움

박상우지도교사는 “‘지도하는 것이 아닌 맡고 있다’고 느낄 만큼 학생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하며 자치법정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애정을 표했다.

또한 학생자치법정반 3학년 조윤기군(3학년)은 “학생자치법정에서 학생들의 학교생활 과정에서 고민, 문제 등을 다양하게 다루어서 인지 친구들의 다양한 상황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왜 우리가 생활인권규정을 지켜야 하는지 알게 되었으면 앞으로 성인으로서 갖추어야할 준법의식 함양에 도움이 된 거 같다.”고 했다.

운양중학교는 지난해 많은 여학생들이 하복 속의 희 면티 대신 검은 티 착용을 요구했으며 이를 자치법정에서 다룬 바 있다. 여학생들은 흰 면 티가 속옷을 노출시킨다는 불편함을 호소했으며 결국 생활인권규정을 개정해 작년 하반기 검은 면 티로 개선했다.

곽종규 기자

판사부:  김하은(3) ,   조윤기(3) , 강현진(2), ), 학생

검사:   최서진(2), 전하늘(1), 이재준(3) 학생

변호인단: 양지우(1), 조예나(3) , 양진우(2), 학생

배심원장" 이다현(2) 배심원 :김혜선, 최유진, 김현진, 박소정, 장수민,  김혁진 학생

증인: 신예원(2), 교육처분대상자: 김지은(3) 학생

재판사무관:  양희란(2), 조민서(2), 이제령(2) 학생

곽종규 데스크  gyoo49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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