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문화가 변한다/ ‘10개의 인생 나눔’ 교실

중요무형문화제 경기민요 57호 이수자 김포국악협회 윤소리지부장이 멘티로 활동중인 ‘차차차’ 교실

한 동네에 살면서 낮 익은 사람들이 선생(멘토)이 되고 또한 제자(멘티)가 되어 지혜를 나눈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지난 7월부터 김포에 열 개의 인생 나눔 교실이 열려 한창 수업중인데 안을 들여다보니 교실에는 책상도 의자도 칠판도 없다. 누가 선생(멘토)인지 학생(멘티)인지 구별할 수 없고 그저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가 함께 익어가는 모습이다.

‘열 개의 교실’은 ‘문화예술 상상바’(대표 서현석)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하는 경기서북부 ‘2018인생 나눔교실?자유기획’에 선발됨으로서 이뤄졌다. 각 교실마다 한명씩 있는 멘토는 김포에 살고 있는 다양한 경험을 지닌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멘티 그룹들은 청소년부터 이주여성들, 젊은 주부, 팔순 어르신들 등으로 폭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열린 교실이다.

공감을 더해 인생을 나눈다.

‘고막리 오순도순 이웃사촌 이야기’ 팀은 원주민과 새로이 이주해 온 전입자들이 어떻게 갈등을 풀고 화합할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원주민과 전입자가 반반으로 나뉘어 대화를 하는데 벌써 6회를 하면서 ‘함께 두부를 만드는 일’을 나눈다. 고막리 콩세알 체험센터도 함께 하면서 마을의 이익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문을 닫고 있었던 전입자들이 대문과 마음의 문을 열면서 이제 가을맞이 동네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교장으로 퇴임하신 김효석 멘토가 진행하는 ‘웰다잉’ 팀은 ‘건강할 때부터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다소 철학적 대화를 나눈다. ‘웰다잉’팀은 죽음을 인정하게 되면서 현재의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행복해한다.

또 도예공방 흙 이야기 한춘화대표가 운영하는 팀은 30~40대 젊은 주부들과 함께 ‘자녀 기르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족의 크고 작은 갈등들이 스르르 녹아버리면서 가정이 화목해졌다”는 말을 들으면서 보람을 느낀다.

수필가 장춘희 멘토는 이주노동자 지원센터인 김포이웃살이(이성균 안드레아 신부)에서 이주여성들을 위한 교실을 열었는데 “함께 바느질을 하면서 금방 가까워졌다”고 기뻐했다.

윤소리 교실 ‘우울증이 사라졌다’

이외에도 숲 해설자 김순용 멘토의 자연사랑 팀, 화가 최향순멘토의 출가한 자녀와의 행복나누기 팀, 통진도서관 장길수 사서가 멘토로 있는 ‘청소년 방황이야기 교실’이 있다.

열 개의 교실 중 가장 활발한 교실은 마송 복지관에서 ‘노래인생 차차차’를 하고 있는 윤소리(중요무형문화제 경기민요 57호 이수자)멘토다. 윤 멘토는 ‘차차차’에 대해 “차이, 차세대, 차별의 약자다”면서 이들 세 가지 갈등을 말 그대로 ‘차차차’라는 신나는 노래로 풀어내고 있다.

차차차 교실의 박종금 멘티는 “오래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윤소리 멘토에게 소리를 배우면서 치료가 되었다”는 고백에 다른 멘티들도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은 “소리교실에 나오기 전에는 심심하고 무료한 탓에 아들, 며느리 혹은 손주들에게 따뜻한 할머니의 사랑을 주지 못했는데 교실에서 스트레스를 풀면서는 집에서 좋은 엄마, 아내, 할머니가 되었다”고 즐거워하며 “이런 교실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생 나눔 교실은 사람과 사람, 만남과 소통. 그 위에 공감과 배려를 통해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랑교실이다.

멘토와 멘티가 서로 지혜와 재능을 나누고, 봉사를 통해 서로 손을 잡음으로서 이웃사랑까지 확인하게 되는 최고의 나눔 교실이다.

고막리 콩 세 알 체험장에서 조사순멘티가 두부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화가 최향순 멘티의 출가한 자녀와의 행복나누기팀

최의선 편집위원  ces-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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