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돌아가신지도 10년이 되어 옵니다. 그리움은 세월속에서 희미해졌지만 당신을 추모해야하는 추석명절이 다가오면 불현듯 당신이 제 가슴에 절절이 떠오릅니다. 이 절절함은 그리움과 함께 죄책감 때문입니다. 살아계실 때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니 이해하려하지 않고 함께 산다는 이유로 당신을 외로움이라는 감옥에 갇아 둔 죄의 형량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어머니의 소리를 들으려하지 않고, 고통을 몰라라한 비정의 며느리였읍니다. 당신은 지문조차 없어져 버리도록 평생을 수고해 자식을 키워내셨는데 큰며느리로 들어온 저는 남편의 일이 휘청거릴 때 자식 잘못 키워내셨다고 소리지르며 덤벼 당신의 가슴을 후벼팠읍니다.
어머니.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으시고 그 수모를 몽땅 당하셨을 때 어머니 마음은 어떠셨나요?
어머니. 당신은 시어머니에게 호된 시집살이 하면서도 여섯 자식을 키워내시고, 난리통에 두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시다가 당신보다 가방끈 긴 며느리 맞아 또다시 며느리 시집살이 하신 참으로 척박한 인생이셨읍니다. 그럼에도 이 세상에서 87년을 사시는 동안 어찌 그리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내셨는지 저는 살면 살수록 그것이 궁금해집니다.
당신은 조카들이 와서 밥을 먹은 날은 냉수에 간장 한 숟갈 타서 드시는 걸로 끼니를 대신하셨지요. 한밤중 깊이 주무시다가도 “할머니, 라면”하면 어찌 그리도 빨리 일어나 끓이실 수 있었는지....아이들 도시락에 숟갈 넣지 않은걸 아시고 헤진 속바지 차림으로 학교로 달려가셨던 당신.
당신이 그렇게 한결같이 살아내셨던 힘은 <사랑>이었음을 당신이 돌아가신 한참 연후에야 알았읍니다.
어머니.
우리가 죽음을 슬퍼하는 이유는 만지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만지고 볼 수 없기에 저는 애통해하면서 대신 살아있는 식구들에게 잘 하는 것으로 당신께 한 잘못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 합니다.
어머니. 당신한테 받은 한량없는 사랑을 제가 기억할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어머니. 저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고 있음을 깨달았읍니다.
어머니.
당신이 이 땅에 계셨던 것은 우리들에게 그 사랑의 힘을 알게 하시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요? 어머니. 사랑이셨던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어머니. 아, 아, 어머니!
최의선 편집위원(작가) cts-1102@hanmail.net
최의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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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잊지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