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춘 (사)한국한돈협회 김포지부장

도시화되면서 축산업은 축사에서 나오는 냄새와 분변 등으로 혐오시설로 꺼리게 된 지 오래.  김포 관내에서 농민들이 키우는 돼지의 수는 4만1천여 마리. 양돈농가는 30여 곳뿐. 그 중에서도 전업농가는 20여곳에 불과하다. 과거 김포시는 전국에서도 이름난 돼지 산지. 지금은 수돗물을 먹이지만 예전에는 주로 지하수를 이용해 돼지를 키웠다. 물맛이 좋아서인지 김포 돼지는 육질이 단단하고 잡내가 나지 않아 맛있다 소문이 날 정도이어서 양돈농가의 수도 꽤 많았다고. 하지만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많은 양돈농가가 사라졌고 지금은 하성·월곶·대곶·통진 등 북부 읍면에서도 민가와 멀찍이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만 돼지농장을 볼 수 있다.

고정리에서 태연농장을 일구며 돼지를 키우는 데 젊음을 바친 임종춘 (사)대한한돈협회 김포시지부장. 임 지부장은 올 1월부터 제22대 지부장을 맡아 회원들의 소득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 조류독감과 대선으로 미뤘던 취임식을 5월 30일 갖는 임 지부장을 만났다.

■ 회원들 위한 협회 만든다

-먼저 지부장 취임을 축하한다. 신임 지부장으로서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농식품부의 가축사육 제한거리 축산법 시행 법령에 의거 김포시 환경정책과 오수관리계에서도 조례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포시는 도시화가 되면서 아파트 단지가 많아지면서 냄새로 인한 민원이 많이 발생해서 조례제정을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모든 축사에 대해 거리제한이 추진되는 것이지요. 정부가 제시한 돼지사육 제한 거리는 500m이나 김포시 담당부서는 1,000m로 하는 조례제정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김포 양돈농가는 몇 년 새 전문적으로 축산기술을 습득한 2세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조례제정이 되어 시행되면 김포 관내 양돈 축사는 민가와 1,000m 이상 떨어져 있어 양돈은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양돈 2세들이 아버지 세대들의 축사를 개선해 현대화 된 축사를 만들려 하는데 조례가 시행되면 옮길 데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김포시 관련부서와 시의원들과 협의를 계속해 조례제정을 내년 이후로 미루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김포시 양돈농가는 임 지부장 세대들에서 2세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 경험에 의한 양돈에서 축산업을 전공한 전문가인 2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가 양돈에 뛰어들 때만 해도 농사보다는 돈이 되겠지 하는 마음에 양돈업을 시작해 숱한 실패를 거울삼아 이만큼 키웠지만 2세들은 다릅니다. 저희들은 키워서 자라면 파는 데 그쳤지만 2세들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육질의 돼지를 키울 수 있나, 축사환경은 어떻게 하면 냄새도 안나고 자연친화적으로 만들 수 있나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행동합니다. 저와 협회는 이들 2세들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조례제정 연기 외에 임종춘 지부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허가 축사의 허가 전환과 출하법인 설립이다.

“까다로운 환경법 규정 때문에 일부 양돈농가들 가운데는 가건물을 지어 만든 무허가 축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관련 비용을 내면 협회에서 토목·건축·환경업자를 선정해 축사 건설부터 허가까지 원스톱으로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추진중입니다. 출하법인 설립도 임기 내 추진하려 합니다. 친환경으로 양돈업을 하는 회원들 중 원하는 분들 위주로 G마크 인증을 받아 공동출하를 통해 소득증대와 판로 확보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임 지부장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돈업도 친환경 양돈업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일반 농사도 그렇지만 친환경으로 양돈을 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일단 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항생제 대신 면역제와 백신을 구입해야 하고요, 사료도 효소가 들어간 친환경 사료를 먹여야 합니다. 돼지 한 마리 키우는 데 더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출하가격은 일반 돼지에 비해 3% 정도밖에 더 받지 못합니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길은 친환경 돼지밖엔 없습니다.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지요.”

■ 숱한 고비 넘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내와 아들...늘 고마워

TV 연속극에 자주 등장하는 ‘우연’이지만 사람 사는 곳에서도 우연은 심심찮게 일어나곤 한다. 우연을 접할 때는 세상 좋은 일하고 살자는 다짐도 한다. 언제 또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말이다. 한돈협회 김포지부가 새로운 지부장을 선출하고 새출발을 했다는 소식에 인터뷰를 위해 임 신임 지부장을 만나자 깜짝 놀랐다. 몇해 전 인터뷰를 위해 고정리 태연농장으로 찾아간 통진문학회 김일순 회장의 남편이 임 지부장인 것. 어쩌다보니 부부 모두를 인터뷰하게 된 우연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김일순 회장은 바쁜 양돈일에서 시 쓰며 문학회 일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남편이 외조를 잘 해줘서라며 그 공을 남편인 임 지부장에게 돌렸었다. 부창부수랄까 임 지부장 또한 그동안 여러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축사에 화재도 났었고 두 번이나 겪은 구제역 등 그동안 양돈업에 종사하면서 고비도 많았습니다. 구제역 파동 때 남들은 보상받았으니 되지 않냐 말들 합니다. 물론 보상은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년 내내 다 키운 돼지를 출하하며 돈이 돌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은 축사에 새로 새끼를 들여 출하려면 1년이 걸립니다. 1년 동안 수입이 끊기는 것이지요.”

아내인 김일순 통진문학회 회장은 인터뷰 당시 구제역 때의 심경을 이렇게 말했었다.

“구제역 때 돼지들 파묻고는 한동안 밥을 못 먹었어요.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그때의 일을 시로 남기고 싶은데 아직까지 상처가 남았는지 글쓰기가 쉽지 않네요. 언젠가는 마음이 치유되면 꼭 시로 쓰고 싶어요.”

임종춘 지부장은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더니 입을 연다.

“그래도 구제역 파동은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좀 남들보다 앞서간다고 할까요. 10년 전쯤이지요. 이젠 돼지를 무조건 키워 파는 시대는 끝날 것이라 생각하고 좋은 육질과 냄새 제거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주위 지인들로부터 활성탄을 섞어 먹이면 좋다는 말을 듣고는 무작정 시도했습니다. 활성탄에 여러 첨가물을 섞어 먹이니 확실히 육질이 좋아지더군요. 그런데 이 사료를 먹은 돼지는 잘 크질 않는 겁니다. 비율을 알아내느라 5년이 넘게 걸렸어요. 돈도 많이 들어갔지요. 농장 한 곳이 날아갔습니다. 어려운 고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격려와 양돈업을 평생직업으로 택한 아들 덕분이었습니다.”

■ 돼지는 정성 들인 만큼 돌려 줘

1956년 김포 고정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고정리에서 돼지를 키우며 살아 온 임종춘 지부장. 2500여 마리 돼지를 키우는 큰 농장을 일군 임 지부장에게 돼지는 무엇일까.

“돼지는 정성 들인 만큼 잘 큽니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가축이지요. 지난 세월 돼지 키운 데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고생고생해 이 만큼 농장 일궜고, 아버지의 길 이해하고 대를 이어 양돈에 뛰어든 아들도 대견하고요. 이제는 아들에게 농장일 다 넘겨주려 합니다. 앞으로는 우리 회원들 더 잘 살 수 있는 일에 힘쓰려 합니다.”

2015년 10월 31일 제21회 김포시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축산분야 농업인 대상을 수상한 임종춘 지부장.

2016년 11월 17일 이웃사랑 한돈 나눔행사를 개최한 김포지부 회원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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