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족/김옥자 여사(풍무동 월드메르디앙)




김옥자 여사(62세)는 바깥(날씨)인심이 좋아지면 손주 윤호를 업고 남편의 휠체어를 밀고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314동)바로 앞 놀이터에 나온다. 이 부부의 얼굴은 오늘도 밝음이고 등에 업혀있는 손주 역시 벙글벙글이다.

휠체어의 주인공 남편(이창곤.72세)이 79년 쓰러진 이래 병상을 지킨 장본인이고 아내는 그 곁을 지키며 간병하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특히 27년간 거동이 불편한 남편의 얼굴은 화색이 돌고 자신감이 가득해 그토록 에너지가 흘러넘칠 수 있는 원인이 사뭇 궁금해진다.

이창곤 선생은 79년 목디스크로 전신에 걸쳐 신경이 마비되어 적십자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때 남편은 마흔다섯, 아내는 서른다섯으로 1남2녀 자녀는 올망졸망 어렸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옥자(카타리나)씨는 마비된 남편의 손과 발을 끊임없이 주무르며 신경이 되살아나기를 기도하며 병상을 지켰다. 몇 달 후 의사도 고개를 내저었던 남편의 신경이 어느만큼 되돌아오자 김옥자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성분도 병원에서 수녀님을 도우는 일을 하게 된다.

그녀는 산부인과와 소아과에서 뒷치닥꺼리 일로 손에 물이 마를새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힘든 것은 안중에 없었고 남편곁을 많이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했다. 또한 남편이 일할 수 없는 처지를 비관하거나 아내에게 미안해서 기가 죽을까 염려했다. 그녀는 첫 월급을 타자마자 누워있는 남편에게 내달았다.

“당신이 가계부를 맡아 주세요.”
그때부터 병상의 남편은 가계부 지출의 총감독이 되었다. 아내는 두부 한 모 값, 콩나물 값을 타내 살림을 했다. 아이들도 학용품값, 과자 살 돈, 용돈을 아빠에게서 탔다. 남편은 가계부를 담당하면서 차츰 병세가 좋아졌다. 거의 다 나아가는가 싶었는데 95년 중풍으로 쓸어져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때 역시 온 가족이 아버지 중심으로 살면서 더더욱 사랑의 가족이 되었다.

이창곤 (안드레아) 선생은 가계부를 더욱 짜임새있게 쓰기위해 혼신을 다하다보니 병세도 호전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성장했고. 두 자녀는 결혼을 했다. 지금은 맞벌이 하는 아들내외가 월급을 드리고 며느리가 찬값을 타서 쓴다. 이창곤 선생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저력은 바로 김옥자 여사의 희생적 사랑의 힘이 가능케 했다.

취재 최의선편집위원 ces-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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