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특별한 이웃




◇ 송근영어르신(82세.김포시 감정동)
황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노부부가 있다. 올해로 혼인한지 만 60년이 되는 송근영(82세)할아버지와 조진숙(81세)할머니가 그 주인공. 송근영씨는 화랑무공훈장을 두 번이나 수상한 국가유공자로 용산우체국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했다.

아내 조진숙씨는 1943년 김포군청 면사무소 회계보조로 공직을 시작한 후 42년을 장기근속하고 부녀계장을 끝으로 정년을 마친 모범적 공무원 부부로 부부싸움할 시간이 없어 싸우지도 못한 행복한 부부다.

정년후 두 사람은 바삐 사느라 하지 못한 일을 하기로 했단다. 그중 하나는 좀 더 서로를 아끼며 살자는 것. 두 자녀를 (1남 1녀)결혼시켜 분가시키고 의무와 책임을 면한후 얻은 알토란같은 자유는 진정 두 사람만의 삶을 허락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내가 신장이 나빠지고 당뇨가 생기면서 합병증이 온 것.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내는 넘어져 다리에 골절을 입으면서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병원생활이 오늘에 이르러 10여년째를 맞는다.

송 어르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든다. 십여년 계속된 일이고 보니 그 솜씨가 보통 능숙한게 아니다. 오늘 메뉴는 된장을 볶고, 봄똥으로 겉절이를 하고, 무생체를 무치고 아내가 좋아하는 배추속을 깨끗이 씻는다.

송 어르신이 오토바이를 타고 김포우리병원 805호(외과병동)에 도착하는 시각은 오전 11시경. 할머니를 정성껏 돌보는 연변출신의 김영숙 간병인이 어르신의 반찬봉투를 받고 전날의 빈 그릇이 담긴 봉투를 내밀면 그것을 받아 자리에 앉는다. 두 분은 서로 바라만 봐도 서로의 컨디션과 기분을 알 수 있다. 60년을 같이 살았으니 말이 필요 없는 일심동체의 경지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아내 긴 병에 효부(孝夫)는 있는 것일까? 우리병원으로 옮기기전에 있었던 제일병원 간호사들은 송근영 어르신에게 열부(烈夫)비를 세워드려야 한다고 했다니 효부임에 틀림없다. 어르신은 아내가 과묵한 편이지만 반찬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고심한 자신을 위해 “수고하셨어요.”혹은 “고마와요” 말해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 말도 포기했다. 아내의 눈빛에 그 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최의선 편집위원<작가>

김포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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