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숙의 흐르는 세월마차




일본교포 위문공연이 끝나고 동료가수들과 온천 목욕탕에 들렀다가 겪은 황당한 헤프닝이 있었다.

넓은 온천탕 안은 수증기가 가득하게 깔려 가시거리가 1~2m 정도로 포근하고 아늑한 분위기속에 우리는 온탕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있었다. 후배가 때를 밀기 위해 때밀이침대에 누워 때밀이를 호출했을 때 사건이 일어났다.

탕내 짙은 안개 속에 검은 썬그라스에 트렁크 팬티를 걸친 때밀이가 등장했다. 순간 “엄마야 !”하는 후배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후배의 비명에 놀라 오히려 안절부절 하며 놀란 때밀이는 다름아닌 남자였던 것. 모두 깜작 놀라 사방을 주위 깊게 살펴보니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충분한 공간을 두고 때밀이침대에서 알몸 여자들의 때를 밀고 있는 검정 썬그라스들이 모두 남자가 아닌가. 아무튼 후배는 주변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남자때밀이에게 몸을 맡긴 채 때를 밀었고 며칠 동안 오십견을 앓았다.

그날 충격이후 해외공연이 있을때 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관념차이를 보면서 필자의 고정관념도 조금씩 변했다. 스스로 벽을 쌓고 또 선을 긋고 단정해 버렸던 인정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하나둘씩 내려놓았다.

내 스스로가 벽을 쌓고 선을 긋고 단정해 버렸던 내안의 추한 것과 인정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하나둘씩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희미하고 구석진 곳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소외되고 버려지는 주변의 이웃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나의 노래와 웃음을 전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 된 것이다.

누구나 추한 것을 보면 놀라고 그 자리에서 떠나거나 즉각적인 대응으로 피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스스로가 하나 둘씩 정해버렸던 추한 것들을 흐르는 세월마차 속 추억에 담아 날려 보낸다.

<중견가수·김포시 풍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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