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고촌읍사무소 앞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던 박모씨는 작년 9월 사우동에서 2평짜리 길거리 포장마차를 개업했다. 학원을 운영하며 자녀들을 키우던 박씨 부부가 길거리로 내몰린 것은 지금처럼 쌀쌀했던 작년 2월 무렵이다.

이들 부부의 고민은 2013년 11월 김포도시공사가 ‘신곡7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고촌행정타운으로 명명된 이 사업은 옛 고촌초등학교와 고촌읍사무소를 포함, 2만6천317여㎡ 규모로 신곡7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공공복합청사와 공동주택, 그리고 공원을 포함하고 있다.

‘신곡7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에 앞서 2008년 고촌초등학교가 이전한 이후 박씨 부부는 살던 집을 팔아 4억여원을 들여 학원 시설을 크게 개선하고 학원운영을 이어왔다. 그런데 얼마 후 고촌행정타운이 발표된 것이다.

2013년 김포도시공사는 박씨 부부 등 20여 세입자를 상대로 ‘상가우선분양권을 주겠다’며 조속한 이전 협상을 요구했고 주민들은 도시공사에 협조하며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그 흔한 현수막 하나 내걸지 않았다. 다만 협상 막바지에 턱없이 낮은 보상가가 가시화되자 김포시의회를 찾아 호소한 것이 전부다. 개발계획이 발표되기 몇 년 전 4억여원을 추가로 들여 시설을 보수한 박씨 부부는 1억여원의 보상을 받고 떠나면서도 고촌도시공사가 당초 약속한 ‘상가우선분양권’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여기에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주변 상가들이 떠나자 학원운영도 심각한 영향을 받으며 빚까지 져야했다. 결국 희망은 그리 길지 않아 절망으로 바뀌면서 박씨 부부는 길거리 포장마차에 가족의 생계를 의지해야 하는 처지로 변했다.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최근 김포도시공사가 상가를 일반분양가로 받을 것을 통보해온 것. 주변상가 보다 비싼 이 곳은 평당 2,200만원으로 가장 작은 20평을 분양받으려고 해도 4억 7천여만원에 해당한다. 박씨 부부는 “김포도시공사가 상가우선분양권을 제시할 때 일반분양에 비해 10~20% 정도는 저렴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주민과 협의 당시 공사 측이 의미를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반면 “상가분양이 시작되자 공사 측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당시 같이 이주했던 1명이 법적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제는 싸울 힘도 없다”며 거리로 등 떠민 김포도시공사를 원망했다.

보상에 대한 피해를 가진 시민들이 있는 가운데 김포도시공사는 고촌행정타운 공동주택과 상가분양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4월 김포시시설관리공단 출범을 앞두고 청산 위기에 놓인 김포도시공사와 박씨 부부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곽종규 기자  webmaster@gimpoj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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