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숙의 흐르는 세월마차




밤무대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 말 더듬는 것이 화근이 되어 손님과 밴드마스터가 오해로 시작해서 격한 싸움으로 번진 사건이 있었다.

스탠드 바가 유행하던 당시 밤무대에서는 초청받은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사이 사이에 손님들이 노래하는 소위 ‘오브리’가 일반화되어 있었다.
이날도 초청되어온 K씨가 진행되던 노래가 끝나갈 즈음 술자리 손님이 무대위로 올라와 마구잡이로 밴드마스터를 향해서 부르짓었다.

취객: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그--대--먼곳--에--
다음가수의 노래가 이어질 순서인데 손님의 말이 잘 들리지 않자)
밴드마스터:(심하게 말을 더듬으며) 뭐--라--고--
취객 : (말을 더듬어며 항의하듯)그--대--먼곳--에--
밴드마스터 :(잘 들리지 않는 표정으로)뭐-라-고-
그다음 취객이 말을 더듬어며 역시 ‘그--대--먼-곳’까지 말하자 밴드마스터의 화난 표정과 음성이 홀 내부를 흔들었다.
“왜~왜 나를 따라해 흉내 내는 거야”

취객이 처음 한 말을 소음 때문에 듣지 못했던 밴드마스터가 “뭐-라-고”를 더듬거리며 말하자 심하게 말을 더듬던 취객 또한 어눌하지만 빠르게 더듬거리는 말로 “그--대--먼곳--에”를 외쳤다. 그 다음 둘은 싸움에 돌입했는데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흉내낸다고 오해한 것.

마이크에 대고 더듬거리며 말하는 이들의 소리는 스피커로 울려 펴졌는데 그 자체가 쇼가 돼 그 다음 프로그램은 진행되지 않고 끝이난 상태. 서로를 흉내 낸다고 치고 박고 싸우는 이들은 한사람은 경상도며 또 한사람은 전라도로 좌중은 그들의 심각함과는 달리 폭소장으로 변해버린 한 때가 있었다.

<중견가수·김포시 풍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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