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와 외부세계의 경계를 이루는 피부는 건강상태와 사회생활의 자신감을 표현한다.
병원진료실에서는 환자의 건강을 살피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는 건강한 피부가 되고자 하는 김포시의사회. 그리고 현경준회장(47·현경준 피부과원장).

시(詩)를 쓰는 의사 현경준원장이 이끄는 김포시의사회는 환자의 몸을 치료하면서도 힘든 이웃의 마음을 치료하는 단체로 봉사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5월 새로 임원진을 구성하고 6기 김포시의사회 회장이 된 현경준회장을 만나기 위해 사우동 하나 메디칼 5층에 있는 그의 병원을 찾았다.

피부 건강한 사람의 하루가 ‘아름다운 오늘’ 이듯이 현경준 피부과에 들어서면 모든 사람들에게 기원하는 그의 마음 ‘아름다운 오늘’이란 문구가 먼저 반긴다.

필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지난 19일 의사협회는 자체 나눔회를 통해 모금한 성금 1천만원을 김포중학교 난치병 학생과 외국인 근로자의 집 쉼터 조성을 위해 전달한 직후였다. 성금을 전달하고 바쁘게 돌아와 환자를 맞이하는 진료실에서 병원 특유의 알콜 냄새 대신 뽀얀 분 내음 향기가 전해왔다.

마흔 일곱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고, 피부는 다시한번 쳐다볼 만큼 고와 ‘피부과 원장님답다’는 말로 첫인사를 대신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1천만원 쓰시느라 바쁘셨다면서요.?”라는 말에 김포시의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풀어놓았다.


■ 사회봉사로 의료계 신뢰구축

“저희 김포시의사회는 영리추구에 앞서 지역봉사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의약분업이후 의약분쟁으로 문 닫고 농성한 일도 있어서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죠. 그러한 이미지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봉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 진료를 펼쳐 나갈 것입니다. 현재는 양곡에 있는 금파교회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한 달에 한번 (네번째 토요일 저녁6-9시)무료진료 봉사를 하는 한편 저희 병원에서 수요일 저녁 (6시에서 9시까지)무료진료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월2회 등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 김포시의사회 소액기부운동 확산

김포시의사회는 회원을 대상으로 소액기부운동(1구좌 1만원)을 벌려 나눔회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160여명. 회원들은 소액기부운동 외에도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해 기금을 마련하는데 호응이 높다고. 정액 회비와 기부 외에도 추가로 내놓기도 해 의사회의 이웃사랑은 내실이 알차다.

김포시의사회의 무료진료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있다. 또한 이번에 괘척한 7백만원은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만드는데 큰 밑받침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 쉽터는 잠시의 안식처 뿐 만 아니라 귀국했을 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로 연결되어 어떤 외교보다도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의료를 통해 잊지못할 민간외교를 펼치는 셈이다.


■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 영역 넓혀

의사회는 이외에도 하성, 대곶, 검단 등에 있는 소년 소녀 가장을 돕고 있다. 앞으로 독거노인,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김포시 의사회는 특히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인도네시아 강진피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타 도시 의사회에 비해 눈부신 활동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최근 조직된 김포시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의료사고 분쟁시 적절한 해법과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등 진료실 밖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가까이 있는 의사회로 거듭나고 있다.


■ 詩쓰는 의사, 현경준

현경준회장은 참 많은 글을 쓴다.
그의 피부과 병원 벽면에는 각 언론에 기고했던 글들이 유리로 단장되어 환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현 회장이 기고하는 글은 ‘의학칼럼’으로 자칫 딱딱할 수 있음에도 부드럽게 잘 써 글 솜씨를 칭찬했더니 소년처럼 수줍게 웃으며 의사가 되기보다 문인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유년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었고, 대전고교 때는 문학서클 <한모>의 회원으로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도 문과를 지망했으나 한번 쓴 고배를 마신후 부모님의 강권에 못이겨 순천향 의대를 진학했다.

의대 시절에도 글쓰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문학서클 <향원>의 회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했다. 의사가 된 후 쉬지 않고 글을 써서 향원에, 그리고 동인지에 발표했으며 틈틈이 쓴 글은 차곡차곡 모아 두고 있다.

그는 의학칼럼을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젊은 시절에 쉬지 않고 쓴 글 때문이라 한다. 그는 지금도 문인의 꿈을 버리지 못해 틈틈이 시를 쓴다. 그렇게 쓴 시가 50여 편이 되어 의학동인지에 발표하고 있다.

이 중 가을에 쓴 <단풍>은 지금도 가끔 읽어보는 글이다. <흐르는 동강은 어여쁘다./잎 새 사이로 뚫고 오는 가을빛 너머/붉게 물든 조각조각 단풍은 /세월을 떨어 뜨린다/청춘을 다 보내고/인생의 깊은 맛이 흠뻑 머금은 /생명이 다하도록/빛살은 파닥거리며/ 마지막 열정을 뿜어낸다./흐르는 동강은 어여쁘다./이리저리 구비지는 영월 고개고개로/ 사랑이 넘실거리고, 한이 사무치도록/붉은 가슴 가슴이 알알이 터져/가을 한 바 탕/소리를 뿌려내며 풍경을 이룬다.>현 회장은 레지던트 시절인 88년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김포와의 인연은 92년 해병대 사단의무대(통진)에서 진료부장(피부과장)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시를 쓰듯 정겨운 마음으로 병원을 꾸미고 환자를 맞이하며 원하는 아름다움을 선물해준다.

그리고 따사로운 마음으로 의사회를 이끌며 따뜻하고 정겨운 김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취재/최의선편집위원<작가>ces-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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