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일간 구치소 수감생활을 마치고 풀려난 조성옥 씨.

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돼 37일간 구치소에 수감된 끝에 지난 30일 풀려난 조성옥 씨. 풀려난 지 며칠 후 만난 조씨는 깔끔하게 이발한 머리에 우려했던 것보다 한결 건강도 좋아 보였다.

-고생 많았다. 지금 어디서 오는 길인가.
“연휴가 끝난 화요일부터 출근했습니다. 일 마치고 바로 오는 길입니다. 그동안 애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덕분에 이렇게 나올 수 있었습니다. 구치소에서 몸이 아파 고생은 했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도 닦는 마음으로 잘 지냈습니다. 김두관 의원, 유영록 시장, 부시장 등 여러분들이 면회 오셔셔 위로해 주셨습니다.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알려진 대로 조성옥 씨는 자원화센터 내에 마련된 김포한강스포츠센터 회원 모집을 둘러싸고 코오롱 측과의 몸싸움 와중에 폭행 가해자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 4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인천구치소에서 고통을 겪었다.

-법정구속 당했는데 심정은 어땠나.
“경찰 조사 때부터 검찰 조사, 그리고 1심 공판 과정 내내 저는 폭행을 가한 적이 없다고 줄곧 주장했고 당연히 피해자라는 이모 씨와 합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제게 반성의 여지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도 안했다며 실형을 선고했고요. 마음에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선고가 끝나자마자 바로 법정구속이 됐습니다. 법정 옆문으로 나가자 전혀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렇게 대기하다가 인천구치소로 옮겨져 감방생활이 시작된 것이지요. 제가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터라 구치소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2심 재판을 앞두고 풀려났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1심 선고가 끝난 후 제가 알고 있던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습니다. 유 변호사님이라고. 유 변호사님이 고생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가 전치 6주인데 보통 피해자와의 합의금은 1주에 100만원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구속이 되자 피해자가 부르는 합의금의 규모가 엄청났다고 합니다. 유 변호사님이 피해자와 술도 한잔 하면서 설득에 공을 들였답니다. 잘 설득이 돼서 합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선뜻 모금에 나서 준 김포시청 직원분들, 제 주위 지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구요.”

하지만 조씨는 무죄를 주장하고 억울함을 호소했던 1심 때와는 달리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것은 폭행사실을 인정한다는 뜻. 앞으로 열릴 2심에서는 무죄를 주장할 수 없게 돼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예상되고 있다.

-1심 재판 당시 합의를 했다면 감옥에 갇히는 일은 없었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검찰 조사 후 김포시에서 연결해 준 김포시 고문변호사에게 저는 ‘폭행 사실이 없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래서인지 판사가 ‘폭행 사실을 인정하느냐’, ‘합의하겠느냐’고 물을 때 고문변호사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합의 안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저도 피해자가 ‘나를 고소했지만 이건 시청을 고소한 거다’ 생각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김포시청 고문변호사가 안일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론적으로 고문변호사의 변호방침은 실패로 끝난 것이다. 경미한 폭행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의외라는 것.

조씨가 뜻하지 않게 법정구속되자 조씨가 소속된 부서인 자원순환과가 발벗고 나섰다. 조씨의 빠른 출소를 위해 합의금 모금에 나선 것. 순식간에 모금이 이뤄지자 이제 남은 것은 피해자와의 합의. 합의 역시 변호사의 발빠른 대응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지요. 하지만 김포시의 명령에 따라 투입된 일을 하다가 원치 않는 일이 발생한 일인데 모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상사의 명에 의해 동원된 일인데도 아무도 어떻게 하라는 행동지침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는 데엔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조씨는 사고 당일 일어난 일에 대해 담담히 기억을 되살렸다.

“2월 11일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전날 저희 직원들에게 문자가 왔어요. 문자는 11일 오전 5시 30분까지 스포츠센터 내 1층 안내데스크로 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몇 명에게 문자가 왔나
“자원순환과 소속 환경미화원은 18명쯤 됩니다. 코오롱과 대치 상태에 있으니 와서 대처하라는 것이었어요. 당시 담당 직원들은 밤새 안내데스크를 지킨 상태였어요. 코오롱 측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해서였지요.”

자원화센터 내 스포츠센터 수영장의 위탁운영권이 코오롱에서 김포도시공사로 넘어가면서 코오롱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운영권 반납에 불응, 자체적으로 3월달 회원접수를 하던 상황이었다. 김포시는 코오롱 측의 회원접수가 불법이라며 안내데스크 옆에 간이 책상을 가져다 놓고 회원접수를 받고 있었다. 양측이 회원접수를 받게 되자 코오롱 측 직원들은 김포시 측 책상을 끌어내려 했고 이 와중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사고는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
“당시 저는 회원접수라고 씌어 있는 현수막을 벽에 걸기 위해 현수막 한쪽 끝을 잡고 있었는데 피해자 이모 씨가 현수막을 확 잡아챘어요. 그래서 제가 화가 나 이씨의 멱살을 잡았지요.  이씨가 휴대폰으로 저를 찍더군요. 사진을 찍지 말라고 휴대폰을 손으로 막았지요. 그런데 갑자기 이씨가 바닥에 넘어져 아파 죽는다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저는 어이가 없어 한쪽으로 물러나 화를 삭히고 있는데 누가 불렀는지 경찰이 오더니 경찰서로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조사받고 얼마 후에는 검찰 조사까지 받고. 그러다 재판에 넘겨진 거죠. 나중에 경찰조서를 보니 이씨는 제가 휴대폰을 손으로 막으니 휴대폰이 뒤로 밀려 자기 눈을 찌르게 돼 잠시 멈칫하는 순간 제가 자신의 가슴을 두어 차례 가격해 뒤로 넘어지면서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손등 뼈가 부러졌다고 진술했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이제 막 풀려난 조성옥 씨. 금요일 오후에 풀려났다가 쉬지도 못하고 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화요일부터 출근을 해 일을 하고 있다.

“아직 2심 재판도 남아 있고, 다 끝난 게 아니라 할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어쨌든 제 일 때문에 모금운동도 해 주고 많이들 애써 준 점 고맙게 생각합니다. 풀려난 다음 바로 일을 시작한 것은 구치소에 갇혀 있는 동안인 9월분 봉급을 못받았기 때문입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는 쉴 수가 없었습니다.”

2006년 1월 김포시 환경미화원으로 입사해 10년 동안 일해 온 조성옥 씨. 지금은 석정리 적환장에서 폐가구 파쇄 일에 종사하고 있다. 신분은 무기계약직. 10년을 하루같이 열심히 일해 왔고 상부의 명에 따라 업무에 투입됐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구치소 신세까지 겪은 조씨. 그런 조씨에게 김포시는 구치소 수감 기간 동안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안 겪어도 될 일을 겪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됐고요. 구치소에 있을 때 제 수인번호가 1775번입니다. 구치소에서의 경험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나오자마자 휴대폰 번호를 1775번으로 바꿨습니다.”

앞으로 열리게 될 2심 재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만을 바라는 조성옥 씨. 조씨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김포시는 상황 대처와 사고 수습 매뉴얼 도입이 시급한 실정. 임금 미지급 건도 원만한 해결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훈 기자

김종훈 기자  webmaster@gimpojn.kr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