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초대석/ 하일성 KBO 신임사무총장





야구중계 26년. 3천경기를 훌쩍 넘긴 ‘국보급 야구해설가’ 하일성씨(58). 정확한 예측과 감칠맛 나는 설명으로 야구 경기를 보는 즐거움 뿐 만이 아니라 듣는 즐거움까지 주는 프로 중의 프로다.
중계를 하면서 게임의 승패를 결정짓는 곳이다 싶으면 그도 중계에 승부를 던진다. 그러면 마치 그는 감독도 되고, 팬도 되고, 경기장에 서 있는 선수도 된 것처럼 흥분도 하고 화도 내고 한다. 26년간 하일성의 중계를 지탱해 준 건 이 같은 솔직함이다. 이런 경력을 토대로 해설가 하일성씨가 야구행정가로 변신, 짧은 교직생활이후 26년만에 정식 출근하는 직장인이 됐다.

지난 8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제11대 사무총장으로 하일성 KBS 야구해설위원을 선택했다.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신상우 KBO총재와 8개 구단 사장단이 참석한 KBO 이사회에서 사무총장에 임명된 하일성총장은 총회의결과 감독청의 승인을 거쳐 2009년 4월까지 KBO의 살림을 맡게 됐다.
방송 해설위원 출신으로는 첫 번째인 하일성총장은 성동고와 경희대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 지난 1981년부터 KBS 야구해설가로 활약해왔다.
"야구팬과 동호인들이 마음껏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야구장 건립과 보수 등이 최우선 과제며 재임기간 중 2개 야구단이 더 창단돼 10개 구단 운영체제를 만들도록 하겠다"며 취임포부를 밝힌 하일성총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 KBO사무총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천직인 해설을 버리고 사무총장이 된 소감부터 들려주시죠.
△ 부임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KBO에 들어와서 야구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야구해설을 할 때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해설을 하느냐가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국민들이 야구에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입니다.
각 프로구단의 수준과 한국의 야구수준을 높이 끌어 올리는 것도 문제지요.

■ KBO에서 요즘 하는 일은
△ 보다 많은 프로야구관중을 동원하는 것과 구단들의 연고지 분쟁문제, 심판 배정문제 등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식 지정구를 들여왔는데 크기가 작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규격에 미달되는 크기는 아니지만 투수에게 유리하게 됨으로 검토 중입니다.

■ 임기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은
△ 프로팀을 많이 만들고 싶고 돔구장도 짖고 싶습니다. 또 가능하면 낙후된 운동장시설을 최신시설로 바꿔 팬들이 안락하고 좋은 시설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입니다.

■ 양곡고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할 때 제일 기억에 남는 추억과 김포에 대한 이미지는
△ 74년 경희대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이며 아내를 만난 고장입니다. 처가에 가기위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김포를 방문합니다.
아내를 만나게 된 계기는 수업후 학교주변 명랑옥이란 한식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우연치 않게 지금 장모님을 만나 “따님 대학 보내면 뭐 합니까 저한테 주십시오.”라고 한 농담이 결혼까지 이어졌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 김포는 야구에 대해서 매우 낙후돼 있는 지역인데 활성화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야구장을 하루빨리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동호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해야 유소년 야구팀 활성화가 가능합니다.

■ 김포에는 지난 5월 8개팀의 야구동호인들이 야구연합회를 구성했습니다. 취임후 언론을 통해 “야구 동호인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야구장을 건립하겠다.”고 했는데 김포에도 가능합니까
△ 빠른 시일 내 김포에 찾아가 김포시야구연합회와 만나겠습니다. 김포야구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31선거후 김포시장님도 만나 야구장을 조성문제에 대해서도 의논해보겠습니다.

■ 김포에서 유소년야구팀을 만든다면 한국야구연합회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요
△ 유소년야구팀 창단시 경제적으로 물질적으로 적극 돕겠습니다. 계획이 있다면 지원서와 계획서를 KBO에 제출하면 팀 규모와 계획을 검토해 결정하겠습니다.

■ 심근경색으로 두 차례 수술까지 하고 좋아하던 술, 담배를 끊었다 들었는데 요즘 건강은 어떤가요
△ 위종양 판정을 받은 이후 담배와 술은 아예 끊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담배 3갑을 피고 1주일에 5일간 술을 먹었던 제게 기적 같은 일이죠. 사실 아플 때 깨달은 게 많았습니다. 특히 부부 간의 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죠. 예전에는 자녀들이 더 가깝게 여겨졌는데 병간호에 헌신하는 아내를 보며 역시 아내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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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성은 이런 사람 / 김포가 제2의 고향>‘김포는 사랑하는 아내를 내게 준 고향입니다’

종로구 관훈동에서 태어난 하일성총장은 김포가 제2의 고향이다.

처음 사회생활로 교직을 시작하고 지금의 아내 강인숙씨를 만났다.
하일성씨 부부는 74년 하총장이 경희대를 졸업하고 체육교사로 부임한 김포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과 3학년 제자로 만나 강씨가 졸업한 지 8개월 만인 75년 10월 결혼했다. 맨정신으로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기가 어색하던 신혼 초, 이들 부부는 분위기를 바꿔볼 요량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학교에서 퇴근해 집에 갈 때면 꼭 돼지고기 한 덩어리와 소주 두어 병을 가지고 갔지요. 저녁에 벌어질 돼지고기 파티를 위해 아내가 하루 종일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탓에 양념이 아주 꿀맛이었어요.”
어린 시절 그의 곁은 야구밖에 없었다. 주위에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어 추억이 될 만한 사진 한 장 없을 정도이다. 그는 동네 친구들과 야구를 대하는 자세부터 달랐다. 친선 게임 정도로 생각했던 아이들과 달리 악바리 근성으로 매달리며 야구를 했다.

결국 고등학교에 올라가 붙박이 4번 타자로 성장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경희대 진학후 갑작스런 무릎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게 됐다. 때문에 해설가였던 하일성씨를 두고 ‘야구선수 경력’을 묻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세월이 흘러서인가. 그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순응한다. ‘야구를 못한 것쯤이야’라며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와 맺은 인연은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천직이 돼버린 해설자에서 KOB사무총장에 까지 이르렀다.

선수생활을 접었던 하일성총장이 해설가로 나서게 된 것은 78년 스포츠 프로화에 대비, 정부가 해설가 육성 정책을 마련했고 여기에 발탁돼 시작됐다.
“주변에서 해설이 최고라고 하는데 사실 저만의 비결이 있습니다. 고인이 된 김동엽 선배가 ‘지금까지 많은 해설자들과 다르게 너는 승부처를 찾아서 해설해라. 아예 네가 승부를 결정지어 봐라’하며 조언했는데 그것이 맞아떨어졌죠. 위종양 선고를 받았을 때 제일 걱정이 된 것이 해설을 ‘하느냐 마느냐’ 였을 정도로 야구해설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취재/박장군기자 vjf@gimpo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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