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아버지학교 35기 동행취재記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
어느 유치원에서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한 가지씩만 하라’고 했더니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아빠, 엄마하고 싸우지 마’ 였다”고 한다. 또 어느 초등학교에서 조사한 결과 아이들의 가장 큰 소원은 ’가정의 평화’였다.
1942년 좋은 아버지 상을 수상한 맥아더 장군은 평소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하느님, 이 땅에서 마지막 호흡을 마치는 날, 아버지로서 실패한 인생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서게 하소서"
‘남자로 태어나서 가장 최고의 자리는 교수, 사업가, 정치가, 법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는 의미다.
결혼한 남성을 진정한 ‘아버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학교가 있다. 아버지 학교다.
아버지학교는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슬로건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5주에 걸쳐 진행된다. 제35기 김포아버지학교를 직접 참여하며 취재했다.
---------------------------------------------------------

‘반성과 용서 그리고 화해’
‘아버지 학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게 뭔데?' '아버지가 뭘 배워야 하는데?' 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단 한 번 도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심각한 고민도, 배워 본 적도,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란노 아버지학교’를 거치면 반성과 용서, 화해를 통해 비로소 아버지로 출발하는 자신을 만난다.

지난 9일 5주간에 걸친 제35기 김포아버지학교 졸업식이 양촌읍 동산교회(담임 김종우 목사)에서 진행됐다. 이날 모든 참석자가 아내의 발을 씻긴 후 포옹하는 순간 부부의 얼굴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려 내렸다. 오래된 앨범 속에서 무디어졌던 서로의 얼굴을 새롭게 찾은 것이다.

아버지학교는 △아버지의 영향력 △아버지의 남성 △아버지의 사명 △아버지의 영성(정체성) △아버지와 가정 등 다섯 과정으로 진행된다. 교육과정은 용서와 화해 그리고 관계의 회복이 관통하고 있다.
“용서는 너무 늦으면 안됩니다. 시기가 늦어지면 용서의 대상이 없습니다. 용서는 상대의 있는 모습을 받아주는 것이며 관계의 시작입니다.”
첫날 박순정 진행자는 이 같은 말로 아버지교육을 열었다.

울먹이며 읽어간 편지들
아버지학교는 ‘관계 맺기에 서툰 중년 남성들이 서로 보듬어 안고 격려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끝난다. 보듬어 안는 것을 연습하고 가정으로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을 자연스레 안게 하려는 숨은 교육과정의 하나다. ‘좋은 아버지’는 ‘친근한 가장’이란 것을 행동으로 녹여내려는 것이다. 숙제는 이것 뿐 만 아니다. 아버지학교는 매주 숙제가 주어진다.

첫날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쓰기를 비롯 아내가 사랑스런 이유 20가지, 아내에게 편지쓰기, 자녀가 사랑스런 이유 20가지, 자녀에게 편지쓰기 등이 4주차 걸쳐 있다. 아버지학교의 위력은 이때 발휘된다.
쉬울 것 같았던 숙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낯선 숙제를 하는 동안 참여한 아버지들이 변화되고 있음을 함께 느끼게 된다.
조별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읽고 나누는 분위기는 숙연했다.
"아버님, 솔직히 나쁜 기억이 더 많습니다.“ “따뜻한 위로의 말 하시지 않는 아버지가 정말 싫었습니다.” "아버지...아버지...아버지..목놓아 불러보고 싶은 아버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신 선친께 쓴 편지는 결국 읽지 못하고 울먹임으로 변해갔다. 아버지에게 쓴 대부분의 편지는 원망으로 시작하여 그리움으로 끝을 맺으며 중년의 사내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갖고 원망하며 살았던 아버지를 기억속에서 모셔와 어루만지고 보듬어 눈물 흘리며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됐다. 그것은 또한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자녀에게 비춰질지 모를 자신의 거울을 닦는 순간이 됐다.

‘아내에게 쓰는 편지’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 또한 묻혀 있던 아내에 대한 사랑을 기억속에서 찾고 반성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자녀에 대한 편지와 사랑하는 이유 20가지는 자신의 아버지와 다른 모습을 찾는 과정이 됐다.

첫날 굳은 얼굴을 했던 아버지들은 아내와 자녀에게 전하는 편지를 쓰고 그것을 나눌 때,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자녀의 조그만 모습에서 사랑을 찾는 세심함을 함께 겪었다.
초청된 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내와 자녀들, 그리고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얼굴로 여러분을 바라보고 계십니까. 자녀들은 크고 넉넉한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합니다. 여러분의 사랑은 어디에 있습니까."

김포저널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