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응접실- 임상희 前보건행정과장

김포시 최초 여성면장과 초대 여성읍장을 지내며 김포시 공직사회 안팎에서 여성국장 1순위 꼽히던 임상희 前보건행정과장이 지난달 말 4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임상희 前과장의 공직인생에는 ‘첫' 이라는 수식어가 유난히 많다. 첫 여성면장과 읍장에 이어 여성회관장, 그리고 세정과장 시절에는 세정?세외수입?체납 분야에서 최우수 평가를 동시에 받아낸 첫 번째 과장으로 기록됐다. 아울러 복지과장을 지내며 김포시와 하성면 마조리 사설화장장과의 5년에 걸친 소송을 김포시가 대법원에서 승소하는데 기초를 마련했다.
여성회관장 시절에는 여학동(여성회관 학습동아리)을 조직하여 자체기금으로 공연을 통해 2번에 걸쳐 심장병어린이 돕기에 3백만 원을 전달하며 ‘시민도 참여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했다.
이러한 노력은 안정행정부 장관상 등 다수의 수상과 함께 특히 2011년 대통령상이 그의 열정에 대한 보답으로 돌아왔다.

김포시에서 봉직한 30년은 부드러운 친화력과 절제된 카리스마를 통해 ’리더'로서 역할하며 많은 여성공직자들의 꿈이자 희망이 되기도 했지만 공직생활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큰 슬픔도 겪었다. 복지과장에서 여성국장이 점쳐지던 때 사업소인 보건행정과장으로 발령받은데 이어 작년 말 부서 계장으로부터 “공로연수를 들어가라”를 통보를 받은 것이다.

“김포시청에서 1개월 근무한 아르바이트도 시장이 불러 ‘수고했다’는 말을 하는데 40년에 걸친 공직생활을 끝내라는 통보를 부하 계장으로부터 전해 들었어요” 임상희 前과장은 이때부터 늘 눈시울이 젖어서 산다. ‘정년을 앞둔 6개월 전 공로연수’ 지침을 자신이 만들고도 지키지 않은 시장으로부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퇴직통보마저 부하직원을 통해 들은 것이 억울해 눈물만 흘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무원이 꿈이었던 임상희 前과장은 이렇게 퇴임식도 없이 공직생활을 정리했다.
‘눈물’과 함께 마무리한 임상희 前과장의 공직생활을 따라가 본다.

김포시 첫 여성국장 1순위
임상희씨는 1975년 충북 진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여성공직자의 기반이 취약했던 시절, 겨울이면 열악한 청사로 인해 손과 발은 동상에 걸렸지만 콩자루의 온기를 의지하며 새벽 2~3시까지 일했다. 여자라고 뒤에 숨지 않고 꾀부리지 않는 성실성은 이후 김포시에서도 계속되어 ‘첫’이라는 명예로운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임상희씨는 서울시 공무원이던 이상렬(64세)씨와 결혼하면서 86년 4월 김포시로 자원했다. 비포장 2차선이던 48국도 주변 사우지구가 아직 논이던 때 당시 통진면으로 발령받으면서 30년에 이르는 공직생활의 여장을 풀었다.
이후 본청을 비롯 통진면과 고촌면, 김포읍과 고촌면을 거치며 15년간 현장에서 행정경험을 쌓으면서 6급까지 승진한 후 2001년 사무관(5급)으로 승진해 여성회관장에 등용되었다.

첫 여성 면장과 읍장
임상희씨는 현장을 통해 "법과 규정 등 원칙을 소통시키지 않고는 시민과 관은 부드럽게 갈 수가 없다“는 소통의 원칙을 배웠다. 그의 신념은 이후 행적에서 잘 드러난다.
여성회관장에 재직하며 재즈댄스, 실버스포츠 댄스, 피부관리반 등 다양하고 실속있는 문화교양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현재의 신바람 나는 여성회관의 기초를 닦았다.

그리고 2003년 48세의 나이에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가장 강한 월곶면에서 김포시 첫 여성면장(32대 면장)이 됐다. 부임후 처음으로 전방을 지키는 군부대 방문에 이어 동네 경로당 어르신들을 찾아뵈면서 술도 배웠다. 나이 많은 분들이 면장실을 방문하면 직접 차를 끓여 대접하고 문 앞까지 나가 인사했다. 그사이 할아버지들 입에서 ‘우리 면장 오셨어’ 하는 친근한 인사와 함께 ‘여자가 면장이라고’ 하던 할머니까지 반겨주면서 밑바닥 소통이 시작됐다. 당시 임상희 면장의 차에는 소주 1박스가 늘 실려 있었다. 논두렁, 밭두렁을 다니는 것이 익숙해 질 무렵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한마당 축제’와 ‘터치 월곶’ 행사를 만들며 월곶 면민들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군부대는 항공기와 장갑차를 전시용으로 내놓았고 굽네치킨(당시 플러스푸드)은 이때부터 경로당에 닭을 공급하는 계기가 됐다.

임상희씨는 이러한 이유로 백두환경, 수광산업, 유한열 전차대대장, 이상기 항공대장, 박하준 이장단회장, 유지만 회장, 월곶면상공인회의 고마움을 지금까지 잊지 못한다.

재직한 곳마다 족적 남겨
2009년 임상희씨는 고촌면장에서 초대 고촌읍장이자 첫 여성읍장이 됐다. 고촌읍장을 지내며 1층 민원실을 리모델링하여 민원인들의 편의를 제공한데 이어 벚꽃음악회와 읍승격 문화축제는 분위기도 대단했지만 시의 행사보다 더 크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족한 예산을 극복하고 만들어낸 행사는 출연진의 도움과 함께 지역발전협의회, 고촌상공인들의 자발적인 지원으로 가능했다.

임상희씨는 첫 면장발령 직후 ‘기억에 남는 면장이 되겠다’고 자신과 약속했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월곶면과 고촌읍 주민들은 그를 기억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가족과장 시절 양성평등정책과 시민봉사과장시 ‘원스톱 통합민원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사무실옆 화단도 직접 조성했다. 보건행정과장 재직시에는 보건소 1층 불필요한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우중충한 분위기를 개선하고 민원인들을 위한 넓고 편의성이 확보된 공간을 만들었다.

‘따뜻한 아랫목 행정’을 하고 싶었던 임상희씨는 퇴임과 함께 다시 18세 소녀로 돌아왔다.
“앞으로는 시설을 찾아 목욕도 시켜드리고 밥도 먹여드리며 행복해지고 싶어요”라며 앞날을 계획하는 임상희씨는 김포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홍기훈 노인회장짐, 이석영 노인대학장님, 조한승 前문화원장님, 김남원 前면장, 홍락희 前여성단체협의회장님, 충청연합회 장성균 회장님, 여성회관 사랑방모인 강정화 회장님과 회원들께 고마움을 전했다.

곽종규 기자

곽종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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