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응접실/아리랑 작가, 김정 화백




우리는 기쁘거나 슬플 때면 어머니의 가슴을 그리워한다. 한민족 차원에서 희로애락의 원천을 찾아본다면 그곳에 아리랑이 있다.
우리 민족의 ‘마음의 고향’을 찾아 그림으로 승화시킨 김정 화백(숭의여대 교수)이 아리랑으로 2006 새해를 힘차게 열었다.
<아리랑 30년, 김정展>의 조선일보사 초대전이 바로 그것.

기자는 5년전 예술의 전당에서 김정 회갑기념전으로 열린 아리랑의 추상 또는 회화예술을 감상하면서 참으로 감탄했었다. 아리랑 소리에 베어있는 희로애락을 이토록 힘찬 생명력의 시각 예술로 보여준 그의 예술혼에 빠져들면서 감동과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리랑을 찾아 전국의 산하를 뒤지면서 한민족의 마음을 아우르는 그의 발걸음이 어언 30년이라니, 아리랑은 작가에게 지칠줄 모르는 영혼의 샘물도 되어준 모양이다.
물길이 열린 청계천, 면류관을 쓴 듯한 청계천 조형물을 바라보면서 오른쪽으로 꺾어 조금만 오르면 조선일보 미술관이 나온다.

미술관 2층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오방색 가득한 아리랑의 소리가 교향곡처럼 들려오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소리를 이렇게 생명력 가득한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작가의 예술혼이 궁금해졌다.
육십을 넘기면서 길었던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짧게 자른 김정 화백. 허나 채플린처럼 헐렁한 바지는 여전히 편안해 보이고 웃음은 세월을 거스르듯 더더욱 천진난만했다.

조선시대 문인화(文人畵)의 대가들 작품은 지금도 세계 화단이 경탄하는 바인데 김정 화백의 아리랑 그림은 바로 그 맥을 이으며 아리랑 이미지를 우리들에게 가득 선물해준다.
한반도 이 땅에 아리랑이 이토록 많았는가?
강원도 아리랑 그림에서는 강원도 아리랑 가락이 들려오고, 진도 아리랑 그림에서는 그곳의 가락이, 정선 아리랑에서는 정선의 아라리 가락이 들려왔다.

“조선일보 초대전은 영예로운데 년초에 아리랑 작품으로 테이프를 끊으셨으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받은 김화백은 “30여년을 아리랑 가락에 빠져 있다 보니 이런 자리가 마련되는군요.”라고 화답했다.
“문외한의 질문이 될텐데요,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가요?”라며 이어진 기자의 질문에 “소리에 빠져 수백 번을 듣다 보면 화폭에 생각이 떠오르지요. 묘하게 슬픔이 묻어나는 정선아라리는 7백번도 더 들었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어 지역마다 있는 아리랑 이야기를 듣다가 기자는 불현 듯 <아리랑>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기자에게 아리랑이 뭐냐고 물어오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아리랑 박사 1호인 박민일 교수(강원대 명예 교수)는 “아리랑은 한민족 정신의 힘줄기인 동시에 영원히 맥박할 우리의 정서요 사유요, 행동거지”라고 아리랑을 정의했다.

김정 화백이 아리랑 사랑을 만난 건 1974년 연극<아우라지>를 보고 정선 땅을 밟으면서다
“김정 교수는 소리 아리랑을 그림 아리랑으로 법고창신한 이 나라 최초의 화가요, 교수다. 소리를 회화로 그린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는 일이 아니다. 아리랑에 탐닉하거나 함몰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룩할 수 없는 테제이다. 그런데 그는 해냈다.”
박 교수님의 김정 사랑은 각별하다.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우리 삶에서 후퇴되었고 어느만큼 훼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리랑은 김화백을 비롯한 사랑하는 이들로 하여금 다시금 태어나고 있다. 또한 이토록 아름다운 예술로 태어났으니 우리는 김정 화백, 그리고 그분의 작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 아리랑, 진도 아리랑, 정선 아리랑, 서울 경기 아리랑 등등 대작들은 그 지역의 도청이나 공공장소에 머물며 그 고장의 따뜻한 어머니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제 제 아리랑은 제 것이 아니고 한국사람 모두의 것이기를 바래는 것 때문이지요.”

이제는 그렇게 되어야한다. 아리랑은 한민족 누구나의 가슴속에 살아 있으면서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는 영원한 모성이니까.
아리랑을 우리 곁에 가까이 머물 수 있게 해준 김정 화백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최의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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