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김포 콩나물마을 꿈의 학교’ 김아영 작곡가

당신의 학창시절, 사춘기는 어땠나요?
뭐든 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입시라는 거대한 벽에 하고 싶은 것, 바라던 꿈을 성적이라는 잣대에 맞춰 포기했다… “넌 뭐가 되려고 그래!”라며 다그치듯 묻는 부모, ‘이것만 보고 공부해야지’ 마음먹던 찰나, “너 TV 안 꺼? 공부 안 해?”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뒤통수에 꽂히고 공부하고자 했던 다짐마저 짜증으로 바뀌기 일 수였다.

작곡가 겸 공연디렉터인 김아영(43) 씨는 자신의 학창시절 역시 그러했기에 지금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바랐다.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이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본인이 가장 잘 하는 '작곡'이라는 방법을 통해 아이들과 만났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찾기
2013년 콩나물 학교는 이렇게 시작됐다. 조강문화지원센터에서 친구들을 모집하여 초등학생 5명과 작업했다. 작곡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가사를 넣었고, 가사로도 담겨지지 않는 아이들의 답답함은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냈다. 작곡·편곡 모두 아이들의 손으로 했고, 이 작품은 지역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촌문화센터에서의 공연으로 마무리 되었다. 5명의 초등학생 손으로 만든 작품은 어땠을까.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끝까지 해서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을 밟아보고 싶었어요”라고 김아영 씨는 말한다.

2014년에는 자연드림 icoop의 지원으로 청소년들과 작업했다. 청소년들은 어린이들보다 더 억압되고 갇혀있어 이야기를 끌어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말해봤자 소용없어’ ‘뭐만 하려고 하면 시작되는 엄마의 잔소리’ ‘넌 뭐가 되려고 그래!-왜 부모님은 꿈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화가 나 있을까’를 주제로 준비했다. 억울함, 부당함, 그리고 거부당하는 느낌 등 ‘엄마아빠한테 말해봤자 소용없어’ 라는 속내를 담아 아이들이 작곡을 했다. 쉽지 않은 작업과정을 겪은 아이들의 변화는 어땠을까. 대답은 의외였다.

“아이들의 변화는 크지 않아요. 환경이 변하지 않으니까. 다만 그 아이들이 ‘내가 얘기를 해도 비난받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큰 변화죠. 스스로 억압하는 것들이 많이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변했어요.”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콩나물학교는 올해 경기도교육청에서 공모한 ‘꿈의 학교’에 선정됐다. 꿈의 학교란 학교와 마을이 연계한 마을교육공동체 주체들이 참여하되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기획·운영하고 진로를 탐색하면서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학교 밖 학교로 올해 처음 시작됐다. 김아영 씨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극본·작곡·연출을 맡아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는 사업으로 공모에 참여했다. 총 323곳이 응모하여 최종 51개교가 선정됐고, 김포는 콩나물학교 외 1곳(김포 청소년 오케스트라 꿈의 학교)이 참여하게 됐다.

“좋은 것을 선택해서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꿈이 현실이 되는구나’를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하다보면 아이들은 실패할 수 있어요. 방황할 수도 있죠. 그 실패와 방황의 시간을 기다려 주면서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만 제시할 뿐이예요.”

여기에 아이들의 변화가 유지되는 환경을 만들고자 부모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부모세대 역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꿈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기에 강연보다는 부모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4, 50명의 학생들과 함께 뮤지컬을 만든다. 학교라는 타이틀은 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김아영 씨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생 서포터즈, 조강문화센터와 협력을 하지만 행정적인 부분(강사 및 장소 섭외 등)과 방법만을 아이들에게 제시할 뿐이다. 작곡, 노래, 연기, 연출, 무대, 조명 모든 것들을 아이들의 손으로 만든다. 그 가운데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 개선점을 찾아간다. 그 과정이야말로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시간이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자꾸 가르치고, 주입하고, 강요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거든요.”

정해진 답에 삶을 맞추다보니 남과 다른 답은 실패일 뿐이다. 진짜는 숨기고, 가짜로만 말하다 보니 옳은 것 그른 것에 대한 기준조차 모호해 졌다. ‘10억만 주면 살인도 할 수 있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 김아영 씨는 경기도교육청에 헌정한 <나무>라는 노래에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좋은 씨앗이 심겨져야 좋은 나무로 자랄 수 있다. 열매도 거두고, 가끔 새들도 날아와 지친 날개를 쉴 수 있는 주변을 이롭게 하는 나무….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걷지 않고, 남들의 꿈을 흉내내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진짜이야기와 꿈이 담길 공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유경 기자

이유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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