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규 칼럼]

지난 19일 김포민예총은 ‘김포문화재단 설립’과 관련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성명서는 단지 김포민예총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사회가 되짚어봐야 한다.

한 지방의 문화는 그 역사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것과 또 사회공동체가 함께 공유하며 만들어 가는 것이 있다. 소통이 생명인 문화는 따라서 그 수준에 의해 지역공동체의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오랜 영농문화를 지닌 김포에는 그에 걸 맞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을 지키려는 것도 잘못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최근 어느 독지가의 애정으로 장릉에 묻힌 한하운 시인의 유택이 새롭게 단장되고 주변에 시도 걸렸다. 대한민국 문학계가 소중히 가꿔야 할 공원하나가 생긴 셈이다. 몇 년 전 한하운 시인을 위한 행사에서 김포의 문화계 중진은 “중봉만 있으면 됐지 한하운이 왜 필요한가”라며 그를 위한 행사까지 비난한 바 있다. 또 어느 단체가 뱃사공 손돌을 주제로 뮤지컬을 만들 때도 “확인되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 만든 작품이 무슨 작품이냐”며 핀잔한 바 있다. 김포의 중봉선생은 모두가 흠모해야 할 분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문화를 배타적으로 대할 때 지역문화는 그만큼 낮아지고 멀어지는 것이다.

지난 4월 김포시와 김포시의회는 김포시 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김포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그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김포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공청회 또는 설명회 한 번 없었다는 것이 김포민예총의 지적이다. 옳다. 어쩌면 김포시 모든 문화정책의 컨트롤 역할을 하게 될 김포문화재단이 이와 관련한 지역문화계 인사들의 담론 한번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혹은 집행부의 의도가 김포문화재단이 문화정책과 관계없는 것이어서 시민들의 담론과정이 불필요하게 여겼다면 김포문화재단은 애당초 생겨날 필요가 없었던 조직이다.

김포민예총은 성명서에서 “김포문화재단이 설립과정에서 시민과 문화예술인과의 적극적 소통을 무시하거나 생략하고 관료적인 행위와 추진만으로 설립된 것은 반문화적(反文化的)이며 비예술적(非藝術的)인 조직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필자의 입장 또한 다르지 않다. 따라서 김포민예총이 성명서에서 밝힌 ‘향후 시행규칙과 정관제정시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 틀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은 탑승하지 못한 버스의 창문을 붙들고 ‘문을 열어 달라’고 외치는 요구와 다름 아니다.

문화는 그야 말로 소통의 산물이다. 문화에서 소통을 빼앗아버리면 그것은 독재보다 더 못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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