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응접실 - 그린 건축설비 김용성대표

월곶면에는 군하리 독거노인들을 지키는 ‘맥가이버’가 살고 있다.
군하리에서 ‘그린건축 설비’를 운영하는 김용성(58세)대표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자신의 직업인 배관설비가 늘 최고라고 생각한다.
“돈도 벌고 항상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최고 아닙니까?”
누수가 되고 있는 수도, 막힌 하수도, 지하수 모터, 겨울에 보일러가 터져 추위에 덜덜 떨던 사람들의 얼굴이 그를 만나고 나면 금방 밝아진다. 그리고 그는 걱정이 사라진 주민들의 얼굴을 보면 그것만으로 즐겁다. 그기에 덤으로 “아유, 고맙기도 해라”는 칭찬까지 들으니 그의 하루는 보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홀로사는 노인들에게 먼저 달려가며 수고비는 커피한사발로 대신 받는다.

커피로 대신받는 수고비
김용성대표는 이렇게 20여년을 일하면서 두 아들의 대학공부를 마쳤고 이제는 생활의 여유도 생겼다. 군하리에서만 살아서인지 자연스레 월곶면에 사는 어느 어르신이 자식들을 내보내고 혼자 사는지도 알게 되었다.
말벗이 그리운 노인들에게는 친구가 되고 그들의 집에 문제가 생기면 먼저 달려갔다. 김용성대표는 매일 월곶면을 지키며 산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먹고 사는 게 바빠 자주 뵙지 못했고 잘 놀아드리지 못한 아픔이 있었는데, 이제는 일하면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 고맙기만 합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수도나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부를 때도 있지만 가서보면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보일러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고장이 났을 경우는 고치면서 차를 주문한다.
“할머니, 커피 한 사발 넉넉히 타주셔야지.”
그는 독거 어르신들에게는 재료비가 들어가지 않는 일은 출장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더욱이 할머니가 속바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고 하면 애써 말린다.
“아까 커피 주셨잖아, 그것으로 됐구요, 아껴두셨다가 기름 사셔요.”
혼자사는 분들에게 수고비를 받지 않으려는 김용성대표는 점심 직전에 가서 고장난 것을 고쳐주면서 할머니와 함께 밥을 먹으며 수고비를 대신하기도 한다.

월곶면 독거노인의 친구
할머니가 “찬이 없는데 어쩌누우.”라고 하시면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놓으시면 이를 ‘ 진수성찬’이라 치켜세우며 아들이 되어 즐거운 대화속에 점심을 나눈다.
“홀로사는 할머니들은 식사를 하지 않는 때가 많아요. 할머니 점심도 드시게 하고 같이 드시니 기분도 좋아 하시고 수고비를 밥값으로 대신하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여러 가지가 좋아요.”

김용성씨는 1979년 한창 중동 붐이 일었을 때 한동네 살던 친구와 중동진출을 위해 직업훈련소에서 배관 일을 배웠다. 사우디와 쿠웨이트에서 일한 돈으로 고향으로 돌이와 양돈을 했지만 돼지파동으로 망하고 남의 집 가게에서 4년 일하다가 96년 지금의 그린건축설비가게를 냈다.
그는 배관 일을 하면서 좋은 아파트, 으리으리한 별장, 다 쓰러져가는 움막집 등 참으로 다양한 집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살피면서 누수를 찾아주고 고쳐주면 금방 가까워지면서 대부분 단골이 된다. 혼자사시는 어르신들은 그가 돈을 받는 대신 커피 한잔과 함께 먹는 점심으로 대신하면 그 보답으로 경로당에서 자랑으로 이어진다.
“그린설비 김용성대표는 기술만 최고가 아니라 마음쓰는 일은 더 으뜸이예요.” 할머니들의 자랑에 그의 전화는 불이 나면서 늘 통화중이다.

기술도 최고, 마음은 더 으뜸
그는 살만해진 이후 돈벌이 일보다는 봉사 쪽에 비중을 많이 둔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회원으로 이 단체가 주관하는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태안 기름유출제거작업, 강릉 눈피해 복구 등 재난구조, 수해 복구 등에 참여했고 요즘은 사랑의 밥차 행사에 수도연결과 배식을 도우면서 시작과 끝마무리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런 봉사일로 경기도지사상등 많은 수상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는 만능맨이다. 몇 년 전, 그 맥가이버가 손을 다쳐 두 달 병원에 있었을 때 독거 어르신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의 퇴원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이제 그는 어느 집 보일러가 청소할 때가 되었는지 안다. 그런 집 할머니에게 그는 커피 한잔과 점심을 청하면서 미리 청소와 점검을 하기도 한다.

월곶면 파수꾼 맥가이버의 일상이다.

최의선 편집위원

최의선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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