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응접실-적십자사 김포지구협의회 박남순 前회장

지난 2012년 제14회 김포시 문화상(사회봉사부문)을 수상한 박남순 前회장(적십자 김포지구협의회)에게 대한적십자사 중앙협의회는 지난 18일 2015년 최우수지구상을 수여하며 최고의 ‘봉사인’을 인정했다. 대한적십자사 중앙협의회(회장 길병석)는 전국 237개 지구협의회 가운데 2014년도 활동과 업적이 가장 뛰어난 김포시지구를 비롯 강서구지구와 동해지구 등 3개 지구를 선정하고 이를 시상했다. 이를 통해 박남순 3대 회장(62)은 지난 1월 30일까지 대한적십자 김포지구협의회를 이끌며 개인과 단체 모두 김포와 전국 차원에서 봉사정신을 인정받았다.

수상식에서 박 前회장은 “지구협의회의 큰 영광은 그동안 묵묵히 함께 한 김천수 現회장을 비롯한 봉사원들의 결실이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적십자의 사명과 봉사원의 본분을 지키자”고 소감을 전했다. 김포에 이사온 직후부터 시작해 30년 봉사인생을 살아온 박남순 前회장은 ‘봉사’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김포人’이다.

대한적십자 김포지부협의회(회장 김천수)는 18년 전 김포시 승격 당시 박남순 前회장을 중심으로 10여명 모여 만든‘까치봉사회’가 밑거름이 돼 태어났다. 김포시내 시설을 찾아 장애인과 독거노인을 위한 다양한 봉사를 하던 까치봉사회는 2년 후 대한적십자 김포지부가 설립되면서 산하 봉사조직으로 녹아들었다.

김포시의 상징인 ‘까치’를 봉사단의 이름으로 짓고 적십자 김포지부로 이어지는 박남순 前회장의 봉사여정은 37년 전 김포로 이사 온 직후부터 시작됐다.

당시 나이 30대, 작은 아이를 업고 큰 아이 손을 잡은 채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독자골(감정동) 언덕을 오르내렸다. 보따리 속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필요한 물건 들이 담겨 있었다. 또 김포초교 특수반 학생들에게 전달할 학용품과 양말, 연필깍기 등은 남편의 차에 싣고 다녔다.

400여 적십자봉사대 씨앗
“힘든 사람은 손만 잡아주면 위안이 됩니다. 당시는 지금보다 힘든 사람이 많았습니다."
10여 명으로 시작한 까지봉사회는 이제 400명의 적십자 봉사대가 됐다.
적십자봉사대는 시설목욕봉사, 독거 노인 도우미, 부식센터, 어려운 집 산모 출산용품 지원을 비롯 재난시 김포시를 비롯 인근 지자체로 사용할 구호품을 들고 뛰어간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먼저 찾아가던 봉사회원들은 어디든 재난이 생기면 제일 먼저 뛰어가는 사람들이 됐다. 적십자회원들의 일상이다.
올해 초까지 김포적십자를 이끌어 온 박남순 회장은 현재 김포복지재단 운영위원장, 삼성요양원 운영위원장, 푸드뱅크 운영위원, 북한이탈주민협의회위원을 맡고 있다.
시설을 많이 다녔던 박 前회장은 어느 지역 어르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정도가 됐으며 오랜 봉사생활 속에서 맺어진 김포거주 북한 이탈주민과 사할린 동포들은 박남순 前회장을 대모라고 부른다.
이들 가운데 새벽 2~3시에 전화하는 어르신도 있다. 말 할 상대가 없어 외로움이 가득찬 전화에 밤을 세운적도 많으며 주말마다 5가지 반찬을 만들어 가서 밀린 빨래까지 해주었던 문수산 자락 아래 어느 할머니는 그를 보고 ‘팔자’라고 했다.

‘머리로 봉사하고 싶지 않았다’
박 前회장은 집에 밥을 먹을 사람도 없는데 밤 12시까지 김치를 담고 재료만 있으면 반찬을 만든다. 길을 걷다 좋은 배추를 보면 김치 담을 생각과 ‘누구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몸은 고달프지만 30년 몸에 밴 생활이어서 피할 줄도 모른다.

2011년 고춧가루가 금 값보다 비쌀 때 일이다. 불우이웃을 위한 김치담그기 행사에 김포시에서 500만원을 지원받았을 때 고춧가루가 너무 비싸 고향 진도에서 무와 젓갈, 고춧가루, 마늘 등을 가져다 90여만원을 남겨 시청에 반납했다. 당시 주변사람들은 “반납까지 할 것이 있냐”고 했지만 그는 “머리를 쓰며 봉사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남순 前회장은 김포적십자를 맡은 첫 해부터 사우동에 1000여평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고구마와 감자, 배추, 무, 알타리, 땅콩 등을 심었다. 이랑을 따라 생겨난 잡초를 뽑을 때면 새벽 4시부터 점심무렵까지 밭에서 살다시피 했다. 20일 정도 하다 보다 무릎 연골이 찢어져 재작년 12월 수술까지 하게 됐다. 평소 마라톤 풀코스를 뛰던 그였지만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다가 생겨난 훈장은 수술 후 더욱 심해졌다.

1000여 평 밭 농사 무릎 연골 찢어져
작년까지 1000여평 밭농사는 계속됐으며 그렇게 번 자금은 연말마다 사할린 동포를 비롯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난민 등 500여 명 초청한 위로행사에 밑천이 됐다. “처음 겁 없이 시작했습니다. 적십자 회원과 특히 민주평통 조진남 회장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일선에서 물러난 박 前회장은 다리를 치료한 후 상담 등 어르신을 위한 전문적인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상담과 적십자에서 오랫동안 해온 집수리를 확대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봉사하고 돌아서면 뿌듯해지던 지난 나날들 속에는 적십자 회원과 주변 지인들이 있다. 그 속에는 묵묵히 도와줄 뿐 자신의 일에 간섭하지 않았던 남편 이현재 씨(前김포시탁구협회 전무)도 있다.

곽종규 기자

곽종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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