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양각기법, 한국전통도예의 진정한 ‘멋’ 살려
투철한 장인정신이 빚어낸 숭고한 예술혼 도예 속에 담아

어릴 때부터 마냥 흙이 좋아 흙은 만난지 어느새 50년. 흙의 숨소리를 들으며 불을 지피고 물레를 돌리며 외길 인생을 살아온 도예가 소은 조규영 선생(71). 불굴의 의지와 예술혼으로 삶을 도예로 발전시킨 장인(匠人)으로 정평이 나있다.

흙과 불 그리고 유약이란 3대 요소로 이뤄지는 도자공예는 자기극복을 향한 수련과 작품의 완성도를 향한 가능성이 조화를 이룰 때 예술로 피워난다. 살아있는 생명의 유전자와 같은 흙이 화학성분 조성과 입자의 크기분포에 따라 서로 채워지고 어우러져 작가의 마음이 되고 각기 다른 열에 의해 비로소 도자기가 된다. 그래서 흙은 다시 생명이다.

소은 조규영 선생은 흙을 사랑하고 흙과 더불어 자연과 사람의 상생을 그린다. 그의 도예작품에서 바람과 불과 물의 소리를 듣고 한국전통도예의 진정한 멋을 볼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포저널은 오는 25일까지 소은 조규영선생의 도예전을 김포아트홀에서 갖는다. 평소 불우이웃을 위한 전시회를 열어온 조규영 선생은 김포의 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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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조규영선생은 지난해 교육부장관상과 대한민국 명인대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제12회 대한민국 신미술대전 대상, 기로미술협회 세계미술대상 등 헤아릴 수 없는 수상경력이 있지만 교육부장관상과 명인대상을 가장 아끼는 것은 오랜 세월 불우한 청소년을 위해 봉사해온 도예명인이라는 인정 때문이다.
소은 선생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도예 부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지만 그의 가슴에는 늘 ‘봉사’라는 단어가 있다.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늘 그 최고의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모든 이들과 나눌 줄 아는 미덕을 갖춰야 한다”
현재 예술인들이 모여서 만든 서울한예 라이온스클럽도 이러한 의미에서 참여하고 있다.

소은선생의 도예는 독특한 양각기법으로 유명하다.
문양 하나하나를 도장 파듯이 양각하는 소은선생은 섬세하고 정교한 예술적 경지를 보인다. 일일이 흙을 파내는 양각기법에서는 작업을 할 때 세심한 주의와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백자, 청자, 분청사기를 비롯, 응접세트는 물론 불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예작품에 뛰어는 양각실력이 베여 있다. 특히 십장생, 산수화, 연화무늬, 용, 관음상 등 격조 높은 양각이 빛을 발하여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으며 섬세하고 정교한 조각과 자연적인 아름다운 문양에 작가의 세밀한 정성과 혼이 함께 깃들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소은 선생이 도자기를 두껍게 빚어 깊게 파는 곳과 얇게 파야 하는 곳의 다양한 제작기법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표현해 입체감을 한껏 살린다”고 평가하고 있다.

‘자연’을 조각한다
소은 조규영 선생의 도예 문양은 대부분이 ‘자연’이다. 자연의 미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예술의 본류에 자연의 뿌리를 두고 있다. 고희의 나이에도 홀로 일주일에 두 세 차례 산행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혼자만의 산행은 인생의 좌표와 의의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을 주며, 산행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깨닫기 위해 노력합니다.”

소은 선생은 자연 앞에서 한낱 나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은 인간이 자연을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정신이 바탕이 되고 있는 그의 도자기 작품은 전문가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고 있다.

관동대학교 선학규 교수는 “투철한 장인정신이 빚어낸 숭고한 예술이며 전통 예술을 스스럼없이 계승하고 부단히 노력하려는 그의 작품 세계가 엿 보인다”고 평한 바 있다.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
소은선생의 도예작품에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이 독특한 멋과 분위기를 낸다. 그래서 선생의 작품 속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퓨전의 느낌이 있지만 작품 세계의 정신적 본령은 철저한 민족 예술혼에서 기인한다.

“전통적 기법에 충실하고 그 위에 현대적 미감(美感)을 가미한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미적 감각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옛것만을 고집해서도, 새것은 가볍다해 배척하는 자세는 예술가의 기본자세가 아니라고 봅니다.”
전통적 기법과 현대적 감각을 살려 창조하는 그의 도예는 그렇게 현대인들의 미적 감각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소은 조규영 선생은 부유한 일본의 마니아들로부터 다작의 유혹도 받았지만 이를 가차 없이 뿌리친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자연과 그 자연에서 나온 오랜 친구 같은 흙을 그저 돈벌이로 이용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곽종규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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