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전 초등학교 저학년 국어책에󰡐키다리아저씨󰡑가 있었다.
넓은 정원에서 홀로 살아가는󰡐키다리아저씨󰡑는 이웃하고 더불어 살아가기를 싫어하는 배타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의 정원은 언제나 겨울이었으며 나뭇가지는 항상 메말라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동네 아이들의 접근을 막았으나 아이들은 몰래 숨어 들어와 나뭇가지에서 놀곤했다.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키다리 아저씨네의 정원에는 꽃이 피고 새가 날아들었다. 정원이 변하는 과정속에서 키다리아저씨의 배타적이며 폐쇄적인 성격도 바뀌어 이웃과 경계를 이루던 두터운 담은 마음속에서 허물어 졌다.
지금 교육계는 봄이 찾아오기 전 키다리아저씨의 정원 모습이다.
최근 고촌 K초교 교장 여교사 성추행사건으로 시민사회와 교육계가 경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도가 문제일 뿐 처음은 아니다.
사회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전에도 하성면에서 발생했던 교장의 여교사 성희롱사건, 풍무동에서 있었던 교사에 의한 학생 성추행사건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김포시 교내에 산재한 초등학교내 폭력, 性을 담보로 폭력으로부터 보호받고자 교제하는 S관계, 서울․인천등지에서 벌어지는 원정 집단싸움, 성인조직으로 이어지는 학내폭력조직 등등… 기자가 이같은 문제를 취재할 때마다 교육청과 학교당국은 어김없이 󰡐교육을 위해서󰡑󰡐이사건이 공개되면 교육이 위험하다󰡑󰡐다수학생의 보호󰡑를 위해 자제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사회가󰡐전체학생과 교육󰡑을 위해서라는 교육계의 논리에 동의하고 교육계의 이러한 폐쇄적 사고가 계속되는 사이 우리 교육 내부는 점점 멍들고 상처받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들의 2세를 교육하는 현장에서󰡐전체 교육을 위한다는󰡑 면죄부가 속을 더 곪게 한 것은 아닌지 자성해 보아야 한다.
어떤
사회든 문제없는 곳은 없다. 하지만 김포 교육계가 그들만의 특성을 내세워 전체문제를 소수 지엽적인 문제로 국한시키며 문제의 근원을 키워왔다면 문제다.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락그룹 󰡐핑크 프로이드󰡑가 30년전에 제작한󰡐Another Break in The Wall󰡑<또 다른 하나의 벽을 부순다>이라는 음악이 있다. 청교도 정신을 강요하는 영국 교육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교육계를 부셔야할<공유해야할> 또다른 하나의 거대한󰡐벽󰡑으로 설정하고 있다. 겨울만 계속되던 키다리 아저씨네의 두터운 담처럼.
물론 영국을 비롯한 각 나라는 몇십년에 걸쳐 이곡을 금지곡으로 통제했지만 1시간분량의 음악과 영상은 세계 각지역으로 번져갔으며 기자도 소장하고 있다.
이 음악은 교실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교사의 이중적인 생활, 학생에대한 폭행,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학생들의 집단행동을󰡐부서져야 하는 벽󰡑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는 내부에서 자라나는 문제덩어리를 쓰다듬으며 오히며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느 동네에 도둑이 들었다. 그 도둑을 잡기 위해 경찰이 들어와 소란스럽게 할 때 주민들은 소란스러우니 경찰을 떠나라고 해야 될까, 아니면 도둑을 잡아달라고 해야 할까.
현재 우리 교육계는 내부의 문제를 지적하면 소란스러우니 경찰에게 떠나달라고 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고촌 K초교 문제를 비롯한 김포교육계의 현실을 바라보는 기자의 시각이 지나친 비약일까.
<2002. 7>
곽종규 발행인

곽종규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