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法 매장불허…이장󰡐할 곳도 할 수도 없다󰡑

13년 전 일산․평촌등 신도시 개발당시 묘지문제는 신도시 발표시점부터 토지보상마무리 단계까지 반대투쟁의 주요근거로 작용했다.
주민들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토지와 가옥 등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상실감과 함께 조상의 분묘를 이장해야 하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극심한 집단반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는 이장할 장소 정도는 있었다.
개정된 장묘법과 이미 만장이 돼버린 김포신도시 예정지구 주변 공동묘지는 이장은 물론 납골당마저 불허하며 화장후 산골(散骨-유골을 일정장소에 뿌리는 과정)만을 강요하고 있다.
누대에 걸쳐 살아와 집성촌과 종중묘가 많은 김포의 현실로 볼 때 분묘문제는 김포신도시 개발과 관련 핵심 쟁점중 최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김포신도시예정지구내 분묘는 장기․양곡 공동묘지에 7백29기를 포함, 2천여기로 추정되고 있다. 예정지구내 정확한 분묘현황은 내년 개발계획과 함께 토지공사의 일제조사를 거쳐야 연고자가 있는 분묘와 없는 분묘로 파악될 전망이다.

13년전 1기당 이장비 25만원
13년전 일산․평촌신도시가 건설될 당시 유연분묘의 경우 감정평가를 통해 이장비와 이장보조비가 각각 지불됐는데 3개 신도시가 같은 규모를 보였다.
당시 이장비는 단장의 경우 1기당 25만원, 합장은 37만5천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이 같은 이장비는 실제 타지역 이장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일산신도시 당시 묘지를 집단 이장한 성남공원의 관계자는 󰡒90년초 분묘 1기는 6평규모로 이뤄졌는데 평당 18만원씩 전체 1백8만원 정도였다󰡓고. 따라서 󰡒1기당 25만원의 이장비 및 보조비로는 이장이 사실상 어려웠다󰡓고 전했다.
13년이 지난 현재 이장비와 이장보조금은 분묘 1기당 80-1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나 장례업계에 따르면 새롭게 분묘를 마련키 위해서는 최소한 3백30만원의 비용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연분묘는 평촌신도시 당시 1기당 0.5평을 기준으로 1만원씩 자치단체에서 지급했으며 이장 공사비로 단장의 경우 11만9천1백원, 합장은 17만8천6백50원, 삼합장 20만8천4백20원이 각 자치단체에서 지급됐다.
한편 평촌신도시는 유연분묘는 자진해서 이장됐으며 무연분묘 4백60기는 안양시 공설묘지로 이장됐다. 이에대해 일산신도시는 이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일산신도시는 사업지구내 분묘이장지를 확보하려는 방안이 제기됐으나 신도시건설 취지와 어긋난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검토방안에서 제외됐다.
김포시도 최근 분묘문제를 해결코자 신도시내 납골시설 설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앞선 신도시의 사례를 볼 때 회의적이다. 특히 기반공사후 토지를 팔아야 하는 토공측이 주민기피 시설 설치에 동의하겠느냐가 관건이다.
일산신도시 당시 주민들은 사설 공원묘지의 경우 분양가격등을 이유로 이장 장소로 기피했으며 관계법과 주민들의 저항을 우려한 경기도와 고양군에 의해 새로운 공원묘지는 마련되지 못했다.
따라서 토지공사는 마지막까지 이장을 반대한 종중묘(종중간 재산권 다툼에 따라 이장지연)와 9기의 분묘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의뢰했으며 고양경찰서는 강제이장이라는 사회적 물의를 감수하며 92년5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김포시, 묘지대책 큰 난제
김포신도시 예정부지내 묘지는 전주이씨, 여흥민씨, 합천이씨 종중묘와 장기공동묘지(209기), 양곡공동묘지(520기)등 2천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 신도시 예정부지 주변에는 15개의 공설묘지가 산재해 있다
하지만 김포시는 앞서 건설된 신도시와 달리 이장비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이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민들과 심각한 마찰이 예상된다.
지난 3일 市관계자는 󰡒김포시내 15개 공설묘지가 이미 만장이 된 상태며 또한 장사등에 관한 법률에서 매장은 불허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장불허는 김포를 제외한 타지역도 마찬가지여서 묘지를 마련해 이장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市관계자는 󰡒김포신도시 발표후 타지역에 5-100평 정도를 구입, 부모와 가까운 선친묘소를 이장하기 위해 신고하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고 밝혀 이장문제를 발빠르게 대처하는 주민도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김포시는 하성면 귀전리 일대에 1500기 규모의 납골시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김포시는 신도시내 추모공원을 조성, 공원일부에 납골시설을 마련, 신도시내 분묘의 납골을 유도할 방침이다.
市관계자는 󰡒신도시내 아파트가 들어서기전 추모공원을 조성, 주민반발 없이 분묘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며 건교부측에 이를 건의할 방침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장할 곳이 없다는 데서 시작한 대책이긴 하나 앞서 신도시내 묘지조성이 불가처분된 것을 비롯 신도시입주후 주민들의 반발, 특히 이장 대상 분묘를 둔 주민들 전체가 화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김포市는 󰡒최근 납골당과 화장시설이 도시기반시설에 포함된 것을 근거로 건교부 또는 토공측과 적극 건의한다󰡓는 방침이어서 다른 대책이 없음을 밝혔다

󰡐산속에 들어가 혼자 죽겠다󰡑
결국 김포신도시내 2천여기에 이르는 분묘는 기존 신도시에서 처럼 1기당 25만원의 이장비를 보상하며 끝날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개정된 장묘법과 이미 만장이 되 버린 김포시내 공원묘지등은 분묘 전체를 화장후 산골(散骨)하던지, 납골당에 납골해야 하는 처지에 있으나 충분한 납골시설 또한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특히 양촌면 석모리 일대 전주이씨 효령대군파 집성촌과 마산리 여흥민씨 집성촌의 경우 전체 종중묘가 예정지구내 포함돼 있어 묘지 전체를 파서 화장한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지 주민 李모씨는 󰡒집안에 나이든 어른들은 조상묘를 파서 화장해야 한다는 사실에 어떤 보상도 필요없다󰡓며 󰡐산속에 들어가 혼자 죽겠다󰡑말만 되풀이 한다󰡓고 우려했다.
삶의 터전에 대한 상실감과 함께 조상 분묘 전체를 화장해서 허공에 뿌려야 할 현실앞에 신도시 주민합의는 신도시개발 주체가 힘들게 넘어야 할 부분으로 다가오고 있다. <2003.7>
곽종규 발행인

곽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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