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스승을 공경해야 하는 이유는 폭넓은 경험과 실천이 후배들에게 삶의 지혜를 주기 때문이다.

조한승 문화원장 겸 김포외국어고교 교장(이하 교육자). 일흔이 가까워 오는 나이에 젊은이들 가까이에서 삶의 지혜를 전해주며 문화와 교육계를 지켜내고 있는 조한승교육자에 대해 김포인들은 ‘참스승이자 어른’이라는 한마디로 대변한다.

올해 67세. 노년의 울타리를 거부하며 김포문화원장과 김포외고 초대교장으로 현장을 지키는 것 외에 10여년 이상을 한결같이 지역신문에 집필중인 칼럼과 지역케이블 방송 등에서 언론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일갈하고 충고하며 교육하는 그는 아직 40대 못지않다. 지난 91년 초대 경기도교육위원을 지내기도 한 그에게 사회는 경인사도대상(京仁師道大賞)으로 보답했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선생님은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감, 도덕성 등 여러 가지 덕목을 골고루 갖추신 이 시대의 훌륭한 교육자상이시다” 민경윤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2002년 출간한 ‘내가 만난 조한승-조한승의 이야기 세상’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미 20대 초반 교육자의 길로 접어든 이래 현재에도 매주 토·일요일이면 겹치는 무료주례를 마다않고 나서 인생의 출발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심는 조 교육자.
그가 서 있는 곳은 어디서든 교육의 현장이다.


■‘초심이 아름다운 교육자’

박종우 前국회의원은 재임당시 조한승교육자에 대해 ‘초심이 아름다운 교육자’라고 표현한 바 있다.

趙교육자의 초심은 건국대 정치학과를 졸업하던 63년, 김포 하성면 하성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하고 불우학생을 교육 시키면서 비롯됐다.
그때 그의 나이 24살. 공군을 제대한 이듬해의 일이다. 그리고 3년뒤 자신이 1회로 졸업한 통진중·고등학교에서 교사를 시작으로 교감, 교장을 마쳤다.

통진중·고에서의 24년간 조한승 교육자에게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 반듯한 사학을 만들었으며 김포로서는 통진중·고로 인해 전국적 명성을 얻어내게 된다. 현재 김포시청 국장급 공직자의 대부분이 제자며 김포를 움직이는 리드그룹에서 제자가 제자 아닌 사람보다 더 많다.

통진중학교 축구부가 전국적 명성을 떨치며 최우수 학교로 정착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趙교육자이며 통진장학재단을 만들어 매년 3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게 된 것이 그로부터 비롯됐다.

장학금에 대한 조한승교육자의 철학은 확고하다. 불우학생을 위해 교육계와 첫 인연을 맺은 하성고등공민학교 설립이 그러했듯 99년이후 4년간 재직했던 강화군 덕신고등학교 교장을 퇴임하며 퇴직금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아울러 올해 김포외국어고교 초대교장에 취임하며 매달 월급에서 3백만원씩 저축, 퇴임까지 1억원의 장학금을 조성한다는 목표도 현재 진행중이다.


■ 교육적 신념 김포외고서 꽃피워

趙교육자는 김포외국어고교장에 교육자로서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김포외고가 태동하기까지 조한승교장의 열정은 적지 않았다. 교육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며 또 명문고교가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趙교육자가 문화원장직을 겸해 김포외고 교장을 수락한 것도 40년 교육경험을 완성해 김포가 미래로 나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애향심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는 취임 당시 초대 2년을 통해 학교기반을 탄탄히 한 뒤 물러나겠다는 것을 약속했다.

인재육성이라는 시급한 명제앞에서 양보의 미덕보다는 경험철학의 확신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 열정으로 헌신한다는 소신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혼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개교직후부터 ‘사제동맹’을 부르짖으며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함께해온 趙교육자의 신념은 4개월만에 신설학교로서는 쉽지 않은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 6월20일 실시한 전국모의고사에서 응시생 3만5천명 가운데 여학생 부분 1등과 7등이 김포외고에서 나왔다. 1등을 한 이정현양(영어과 1학년)양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인성 또한 중요시하는 조한승 교장선생님의 교육 방침처럼 ‘된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체된 김포문화원 역동적 변화

지난 99년 강화군 덕신고등학교를 끝으로 정년퇴임했지만 그것은 나이의 정년이지 열정은 정년도 막지 못했다. 퇴임과 함께 시작한 김포문화원장직을 통해 정체상태에 있는 문화원을 활발한 문화원으로 바꿔놓았다. 누적된 채무를 청산했으며 전통을 보전하는 다양한 사업도 벌려나갔다.
특히 문화원장으로서 보인 업적은 전통과 미래의 조화, 기존주민과 유입인구의 조화를 이뤄냈다.

그는 어느 자리에서나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집안이 김포로 이주한 것은 6백년전 입니다. 그러니 저도 이주민이지요.” 김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하여 이주민을 텃세하지 말라는 뜻이고 이사해 온 그 순간부터 김포가 고향이므로 무관심하지 말라는 의미다. 특정문제로 갈등요소가 있는 자리라면 그는 이같은 특유의 온화함과 친화력으로 동화시킨다. 이러한 힘은 나이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을 주변에 모이게 했으며 청·장년층과의 대화와 교류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 인간미·인간애가 그의 매력

그는 어떤 일에 있어서도 상생의 조화를 생각하고 효과를 확대한다. 그 타고남은 흘러넘치는 인간미, 인간애에서 출발하고 있다.

형님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자 그는 형수님을 극진히 모셨고 이 모습은 일가친척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감동시켰다. 趙교육자의 인간미를 알 수 있는 감동스토리가 있다.
마흔에 먼저 간 친구 김인종에 관한 것이다.

조한승교육자는 그 친구를 대신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친구 어머님 생신날, 어버이날, 추석명절에 꼭 찾아뵙는다. 그런 탓에 친구의 어머니는 그를 아들로 생각하며 ‘먼저 간 아들은 인연이 없는 사람이니 잊으라’고 말씀하실 정도가 됐다.

사람들의 가슴에 심은 감동은 가끔 예상치도 않은 보너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2년전 미국 애틀란타에서 갑부가 된 제자의 초청으로 趙교육자 부부는 미국여행을 다녀왔다. 자신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옛 이야기를 미국에서 제자로부터 듣고 ‘내가 그랬었나’ 하며 추억여행까지 덤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존경받는 교육자만이 가지는 인생의 재산이다.

■‘人生’을 담은 저술위해 준비

趙 교육자는 슬하의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들은 결혼후 분가해 살지만 하루에 한번 꼭 전화로 안부를 전한다. 그것도 형제가 약속을 했는지, 아침 9시에는 약사인 둘째 아들이 저녁 9시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큰 아들이 안부를 묻는다. 사회에서는 영원한 스승, 집안에서 존경받는 어른이라면 성공한 인생이다.

조 교육자는 살면서 터득한 넉넉한 경험과 나름의 경험을 틈틈이 기록하고 있다. 책으로 엮어진 조한승 자서전은 김포시민들과 후학들의 지침서가 될 것이 틀림없다.


◈ 이하준박사 축시 ◈

큰 둥지 트소서
<조한승 선배님의 정년 퇴임 날에>이 하 준
文博 카톨릭大 敎授

태산 위 봉우리 올라
멀리 조망하는 김포의 넓은 평야
안개 속 먼 산 밑에 유유히 흐르는
부드러운 물결의 아름다움처럼
이제는 세상소리에 초연한 평화의 모습으로
교육의 역사 속에 뿌리를 박고
노을에 물드는 눈을 들어
세월 속을 꿰뚫고 서 있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40여 성상이 넘는 세월을
외길로만 걸어
더 오를 길 없는 산 언덕에서
비로소 숨 고르고 돌아보는
저 먼 들판
가득 넘쳐 몰려드는
많은 얼굴들이 그 많은 빛남의 눈들이
하나의 얼굴로 몰리어 우러러 보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을 우러르는 초롱초롱했던 눈들이
당신을 추억하는 그 많은 감사의 마음들이
당신을 한없이 위로위로 지켜 세웁니다.
그래서 당신은 넒고 큰 둥지를 틉니다.
곱게 노을 물든 빛으로
서해를 붉게 물들이며 스러짐은 소멸이 아닌
재생의 화려한 미소입니다.
그 아름다운 미소로 큰 둥지를 이루소서.
큰 둥지 그것이 당신의 이름입니다.

壬午年 夏

취재/최의선편집위원<작가>ces-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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