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응접실/언어를 안고 자아를 찾아 나선 여행에서 만난 ‘거미집’





새해 아침 서울에서 날아온 낭보,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소식은 김포문인들을 설레게 했으며 ‘낮선 작가이름과 작품 ’거미집‘에 연거푸 놀라움을 가졌다.
김포문인들 사이에 생소했던 이름인 김두안. 작품이 보여주는 세계는 예비시인들은 물론 기성 시인들에게도 신선하고 새로운 세계를 펼쳐보였다.
그를 아는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시를 쓰겠다는 엉뚱한 말을 들었는데 갑자기 당선됐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읍니다.” 그렇다. 시는 어쩌면 오랜 숙련의 과정이 아니라 인생의 다양한 경험과 이에 대한 깊이 있는 관조, 그리고 자기 성찰과 어우러질 때 나타나는 문학의 결과물인 것을 그는 보여주었다.
그가 가졌던 다양한 직업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프리즘이었던 것이다.
세상을 치밀하고 넉넉하게 관조해왔던 시인 김두안의 시심(詩心)을 따라가 본다.


“거미집”
그는 목수다 그가 먹줄을 튕기면 허공에 집이 생겨난다 그는 잠자리가 지나쳐 간 붉은 흔적들을 살핀다 가을 비린내를 코 끝에 저울질해본다 그는 간간히 부는 동남쪽 토막바람이 불안하다 그는 혹시 내릴 빗방울의 크기와 각도를 계산해놓는다 새털구름의 무게도 유심히 관찰한다 그가 허공을 걷기 시작한다 누군가 떠난 허름한 집을 걷어내고 있다 버려진 날개와 하루살이떼 돌돌 말아 던져버린다 그는 솔잎에 못을 박고 몇 가닥의 새 길을 놓는다 그는 가늘고 부드러운 발톱으로 허공에 밑그림을 그려넣는다 무늬같은 집은 비바람에도 펄럭여야한다 파닥거리는 가위질에도 질기게 버텨내야 한다 하루 끼니가 걸린 문제다 그는 신중히 가장자리부터 시계방향으로 길을 엮고 있다 앞발로 허공을 자르고 뒷발로 길 하나 튕겨 붙인다 끈적한 길들은 벌레의 떨림까지 중앙로터리에 전달할 것이다 그가 완성된 집 한 채 흔들어본다 바람이 두부처럼 잘려 나가고 거미집이 숨을 쉰다 >‘ 당선작인 김두안의 “거미집”은 어떠한 과장된 수사나 현란한 말재간도 사양한 채, 차라리 어눌할 정도로 느껴지는 작고도 여린 목소리로 이 삶과 존재의 미세한 결을 한 땀, 한 땀 정직하게 발음해 내는 섬세한 내면 감각이 단연 돋보였다. 세상의 말들이 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시대에 시의 언어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기회가 되었다. 함께 제출된 “입가에 물집처럼”도 저 우직할 정도의 정직성을 높게 사 아울러 당선작으로 뽑는다.’ <심사평>지금 김두안 시인은....
▷ 시인학교<詩냇물>회원
▷ 김포IC 손해보험 대표이사
▷ 김포시 호남향우회 청죽지회 총무


거미집에서 발견한 서민의 삶

김두안 시인을 걸포동 복지회관 2층 시인학교 <詩냇물>교실에서 만났다.

그는 사람과 사람사이, 사물과 사물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물사이에 도대체 뭐가 있을까? 하는 진실을 찾아 2003년부터 詩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시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침잠할 수 있는 잔잔한 다스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음이 잘 다스려지지 않을 때 그는 일렁이면서도 경계가 없는 수평선이 되고 싶어 한다.

당선작 <거미집>은 거미가 집을 짓는 모습에서 하나의 거대한 도시가 연상됐으며 목수였던 친구가 건설현장에서 얼마나 절박했으면 자살했을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시작됐다.
거미집은 연약하면서 정교한 집이며 앞과 뒤가 구분되지 않는 도시의 모든 것을 갖춘 훌륭한 건축물이다. 또 바람을 허락하는 집이자 거미 삶의 터전이며 또한 무덤이기에 거미는 마치 도시의 어느 노동자 같았다는 것. 스스로 집을 지으면서도 자신의 집이 아닌, 거미는 자기 집 한 채 없는 서민의 삶과도 닮아 있다.

詩作 2년만에 신춘문예 당선

김두안 시인은 1965년 전남 신안군 임자도 출생으로 임자중학교, 목포 영흥고교를 졸업했다. 고향에서 김 농사를 지었던 부친이 어렵게 되면서 2남 2녀 장남인 그는 살아내기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 염전에서 소금만드는 노동을 비롯 스티로폼 만드는 일, 시계가방 들고 다니는 행상, 그리고 지금은 손해보험 영업일 등등.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새벽까지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가슴에 언어를 안고 자기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 오랫동안 계속됐다. 일하면서 부딪쳤던 수많은 일들,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람 사이를 정리하지 않고는 자기를 버텨내기 힘들었다. 그런 그에게 김포는 많은 위로가 되었다. 가까운 곳의 바다와 고향친구, 드넓은 벌판은 위로가 되어 그에게 다가왔다.

산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는 이 싸움에서 이기고 싶지도 않고 지고 싶지도 않다. 이긴다는 것은 우주를 보는 것과 같고 지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사념을 버릴 수 있을 때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상념을 버리는 것이 시를 쓰는 과정이 됐다.

그는 무엇이든 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양파가 껍질을 벗고 또 벗어 아무 것도 없어졌을 때, 비로소 마지막조차 존재가 느껴지지 않을 때 그 때 바로 광활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에서 발견한 인생의 美學

김 시인이 되고 싶은 스스로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다.
“저는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리내지 않은 채 몸 전체로 웃었다.

그는 “내면의 세계가 흔들리지 않았다가 다시 흔들릴 줄 아는 사람이 웃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제 인생의 목표가 웃자입니다,” 웃지 않으면 우리의 삶이 슬플 것 같기 때문이다.
웃는 사람,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은 시인은 집에서 용걸(제일고 2년) 줄기(사우초교 6년)두 아들과 겨드랑이를 간질이며 장난을 치고 끝말 이어짓기 게임을 하며 웃고 논다.

그는 혼자서도 잘 웃는다. 힘들고 괴로울때 소리내어 웃다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다시 모든 것이 아름답고 새롭게 보인다. 그래서 그는 예전보다 더 잘, 더 많이 웃게 되었다. 웃다보면 웃음소리가 음악소리보다 더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웃음소리를 듣다보면 자신만의 내밀한 자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면 자신의 웃음소리는 들을 수 없게 된다. 웃음 속에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엄청난 파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웃음은 우리의 주름을 활짝 펴주게 한다는 것이다.

김 시인이 말했다.
“웃음은 곧 눈물이기도 하지요. 웃음뒤엔 눈물이 있으니까요...”
김두안 시인은 시를 발표할 때마다 고통스럽다고 했다. 시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양파껍질 벗듯이 고통도 한 겹 한 겹 벗겨나간다면 언젠가는 황홀한 일렁임, 그리고 광활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 시인은 미발표의 작품 백여편을 가지고 있다. 그 고통을 하나하나 벗기면서 발표하고, 웃고, 웃기고, 그러다보면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거미집에서도 삶의 따스한 웃음을 발견하고 전할 수 있게 되리란 것을 확신한다.

취재/최의선 편집위원<作家>ces-1102@hanmail.net

김포저널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