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희(주)리스프로 제작본부장





제작진은 취재원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고 취재원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는 ‘따듯한’ 프로그램 ‘인간극장’(KBS 2·채널7).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부작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때로는 웃고, 때로는 훌쩍거리며, 때로는 메모를 하면서 일상의 고단한 삶을 위로받는다. 그 재미와 감동에 중독되어 ‘인간극장’이 방영되는 오후 8시55분이면 KBS 2(채널7)에 채널을 맞추고 브라운관 속으로 들어가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은 국민프로그램, 그 속에 (주)리스프로가 있다.

7년간 높은 시청률 대표적 휴먼다큐

한국방송사상 휴먼다큐 프로그램이 7년간 장수하며 높은 시청률을 유지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특별함은 한 편이 제작되는 속사정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편당 30분, 5부작을 기준으로 <인간극장>한편을 제작하는데 평균 두 달 반이 걸린다. 처음 3-4주간은 자료조사원과 작가, PD와 AD 모두가 전화기와 제보에 매달린다. 그후 아이템이 정해지면 출연자 섭외에 들어가고 출연자가 정해지면 그와 친해지는 과정이 시작된다. 제일 힘든 것이 이 부분으로 인간적으로 친해지기 위해 PD와 작가는 출연자의 집과 직장을 찾아다니면서 가족, 혹은 친구가 되고 호흡이 일치되야만 4주에 걸친 촬영에 들어간다.

2시간30분 분량 한편을 만드는데 60분짜리 DV테이프만 70개 내지 80개, 경우에 따라 120개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방영시간 보다 50배에 가까운 촬영을 통해 ‘사람의 향기’를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열정을 엿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더욱 만만찮다. 초죽음으로 표현되는 편집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 24시간중 18시간을 꼬박 조그셔틀(영상편집기)에 매달리는 강행군이 2주간 계속되다 보면 손목이 시큰거리고 체중이 쏙쏙 빠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감동을 통해 제시

'인간극장'은 이렇게 KBS, 나아가 한국방송사상 대표적인 휴먼다큐 미니시리즈로 사랑받으며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안방에 정착했다. 그리고 제작진의 선택과 집중, 투혼과 열정은 한국방송대상, KIPA상들 굵직굵직한 상을 이끌어 내며 프로그램 완성도 또한 인정받았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다큐로 정보를 주었다면 나아가 다큐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희망과 의지도 갖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감동을 통해 제시하기위해서는 방송환경, 사회구조, 사람심리도 알아야하며 나아가 새로운 유형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합니다.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주면서도 동시에 시청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 단호함을 지녀야하는 이중적 잣대로 언제나 조금씩 앞서가는 신선함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아요.”

‘제3비전’과 함께 인간극장을 제작하고 있는 ‘리스프로’ 박은희 제작본부장은 같은 방송작가 동료이자 취재를 위해 찾은 필자에게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인간극장은 7년전 리스프로의 이동석 대표, 강동석 PD, 박은희 작가가 만든 <어느 특별한 휴가-2000년5월1일 방영>로 역사적인 첫 나들이를 했다. 이후 ‘인간극장’은 휴먼 다큐만이 가지는 리얼리티에 재미를 더하면서 시청률 상승과 함께 5부작으로 늘어났다.

“방송작가로 일할 때는 저 개인한테만 집중하면 됐는데 지금은 전체를 위한 제가 되어야하지요. 작가로 일한 것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어요.”
필자와 함께 일하던 방송작가 때와 현재 다큐전문 프로덕션 제작본부장과의 차이에 대해 박은희본부장은 이렇게 표현한다.

특별한 문화코드 자리매김

인간극장 제작본부장 취재를 위해 리스프로에 도착한 날 마침 이곳은 프로그램 1차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미완성 작품을 평가하는 1차 시사회에는 KBS김용두 차장(인간극장 책임 CP)을 필두로 박 본부장, 리스프로 PD, 작가 등 열댓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문외한인 필자도 그들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명승부는 공짜가 없다’는 것과 좋은 작품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실감했다.

인간극장은 지난 1월23일 방영한 5부작 <세월이 가면>으로 3백회를 맞았다. 즉 3백명의 출연자를 탄생시킨 것이다. 3백명의 의미는 각기 다른 3백개의 개성있는 우리 이웃의 삶을 우리들에게 선물해준 것이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 일부 이야기가 영화화되어 좋은 반향을 일으킨 것은 그만큼 ‘인간극장’이 하나의 특별한 문화코드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의 향기’ 전하는 프로그램

“나이가 든다는 건 좋은 일이예요. 후배들이 보지 못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일이 기쁨이고 보람이지요.” 인간극장 제작을 지휘하며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한 사람의 향기를 찾아내고 이를 전하고자 하는 박은희본부장의 말속에 ‘인간극장’이 일반대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 했다.

우리는 이 풍진 삶을 살면서 때로 갈 길을 잃고 휘청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인간극장>이 “이렇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속삭이며 우리의 손을 잡아줄지도 모를 일이다.

취재/최의선 편집위원

김포저널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