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일자: 2006-10-18



신년특집/김포저널 시베리아대륙횡단 取材記

지난해 9월 ‘농수로 뱃길축제’를 연 김포저널은 지역문화의 가능성을 미래로 연결하고 다가올 미래를 김포시민에게 전하고자 시베리아 대륙횡단 취재를 기획했습니다. 20일간에 걸쳐 한민족의 시원과 유랑민 고려인의 행적을 따라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에 몸을 던졌습니다. 길지않은 시간동안 곳곳에서 발견한 러시아 문화와 고려인의 흔적은 많지는 않았지만 4천컷에 이르는 필름과 동영상은 책자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취재진은 특히 러시아에 유학중인 김포학생들과 김포대학과 교류를 진행중인 러시아대학을 찾은 것도 큰 수확이라 여겨 취재를 했습니다.

시베리에서 만난 ‘한국인·김포인’
취재기간 20일, 4천컷 사진에 고려인 유랑을 담다

‘까레이스키’ 우리는 한 민족

이르쿠츠크 만난 고려인 유용창씨

일제시대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갔던 한인 1천 여명의 후손 중 한사람인 유용창(53)씨를 만난 것은 그가 운영하는 이르쿠츠크주 민박집에서였다.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통해 ‘까레이스키(고려족)’라 불리는 한인교포의 삶의 여정을 취재하려 했던 김포저널 취재팀에게 유창한 한국말로 반겨주는 그는 분명 옆집 아저씨처럼 다가왔다.
그는 1953년 사할린에서 태어나 조선학교에서 열 살까지 한국말을 배웠고 글을 쓸수는 없지만 듣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단다. 17세 때 이르크추크 국립대학 건축과에 진학하면서 이르쿠츠크에 정착했다. 소수민족의 서러움을 이겨내며 조그만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절약해서 모은 돈으로 건축업을 시작, 지금은 ‘바이칼 유코 뚜르(여행사)’의 대표가 되었다.
“어디서 살든지 한국인임을 잊지 말고 부지런히 살아라.”라는 선친의 유언을 들려주며 “지금까지 남들보다 억세게 살아왔다”며 가족 앨범을 보여줬다.
흑백으로 바랜 사진들 속으로 ‘까레이스키’라 불리며 타향에서 뿌리내린 한민족의 애틋한 삶이 다가왔다.

'까레이스키' 고려족 또는 고려사람

'까레이스키'는 구 소련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들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용어다. 러시아어로는 '까레이스키'라고 하며, 고려족 또는 고려사람이라고도 한다.
한국인들이 러시아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863년(철종 14년) 농민 13세대가 한겨울 밤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서 우수리강 유역에 정착했다. 이어 1865년(고종 2년) 60가구, 그 다음해에 100여 가구 등 점차 늘어나 1869년에는 4,500여 명에 달하는 한인이 이주하게 된다.
이후 이민은 계속되었는데 거의가 농업이민이었으며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망명 이민도 있었다. 그러나 스탈린의 대숙청 당시 연해지방의 한인들은 유대인·체첸인 등 소수민족들과 함께 가혹한 분리·차별정책에 휘말려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하게 된다.

이들은 화물열차에 짐짝처럼 실려 중앙아시아의 황무지에 버려졌다. 당시 고려인 수는 17만 5000여명. 이 가운데 1만 천여명이 도중에 숨졌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를 개척하고 한인집단농장을 경영하는 등 소련 내 소수민족 가운데서도 가장 잘사는 민족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강제로 떠나왔던 연해주로 회귀, 자치회와 지치지역, 그리고 모국과의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시원 바이칼

노보시빌스크의 김준길씨

김준길(56)씨는 노보시빌스크 공과대학 고문이며 국제 슬라브 아카데미 교수로 노보시빌스크 한국인 유학생들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50년 바이칼 인근 울란우데에서 태어나 노보시빌스크 국립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브리야트 공화국의 외무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선친은 “전북 군산출신의 항일 독립투사로 일본군을 피해 이곳에 정착했다.”며 부모로부터 배운 능숙한 한국말을 구사했다. ‘까레이스키(고려인)’로 살면서 어려웠던 에피소드를 묻자 “말만 다를 뿐 우리와 비슷한 문화와 모습을 가진 브리야트족과 형제처럼 어우러져 지내왔지요.”라며 브리야트족을 소개했다.

우리 민족과 같은 줄기 브리야트족

흔히 우리 민족의 시원을 말할 때 바이칼을 말한다. 바이칼 호수와 몽골 주변에 흩어져 살던 일족이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와서 한반도에 정착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곳의 원주민인 브리야트족은 우리의 사촌쯤 되는 셈이다.
브리야트족은 남시베리아의 몽골계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으로 브리야트 몽골(Buryat - Mongol) 이라고도 한다.
브리야트 여러 부족은 칭기스칸 훨씬 이전부터(13세기부터) 바이칼호 주변에 살았다고 전해진다. 모습이 그렇고 전통이 그렇고 관습이 우리의 시골정취와 비슷한 브리야트족은 1만 3천여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이 흘렀건만 그들과 우리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었다.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 러시아를 동서로 연결하는 시베리아횡단열차(T.S.R)를 타고 20일간의 취재중 김포출신의 유학생을 만났다.
김포시 운양동에서 유학 온 조재영(22.피아노), 조성환(16.타악기)남매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화려한 문화를 가진 러시아를 느낄 수 있었다.
9시간 이상 떨어진 이곳까지 공부하려 오게 된 동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재영양은 “여기 온지 3년 됐는데 피아노를 재대로 배우고 싶은 욕망을 은사님이 알고 여기 그네신 국립음악원을 소개해주셔서 오게 됐다”면서 “무엇보다도 지금 김포시에 계신 부모님의 허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다른 점에 대해 조재영양은 “우리나라보다 학급의 학생수가 적어 개인교습 수준의 교육과 특히 실기위주의 시험으로 몸으로 익히는 평가제도가 차이 있다”고 답했다.
생활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동생 조성환군은 “중2년 때 왔는데 처음 몇 달은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학교친구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별로 어렵지 않았다”한다.
마직막으로 조성환군은 “후회없이 열심이 공부하고 있으며 좋은 인물이 되어 한국을 빛낼 사람이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포대학과 교류중인 러시아 대학

취재진은 러시아 노보시빌스크에서 김포대학과 자매결연 맺은 국립음대, 국립경제대, 국립공과대를 찾았다. 한국인 유학생 80여명이 이곳 노보시빌스크에서 유학하고 있다. 김포대학은 실용음악과(박진영교수) 마스터클라스 등 활발한 교류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김포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공대 소속인 Mikhail Blam 바이올린 앙상블(Ensemble.18명)이 지난해 2월 김포대학을 방문했다. 특히 앙상블은 작년도 입학식에서 신입생을 위한 축하 연주회를 가졌으며 생활음악과 학생 및 학부모, 김포대학에 재학중인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감동적인 음악회를 개최했단다.
미하엘 니꼴라예비치 외국인 담당교수는 취재진에게 “2006년도에도 활발한 교류를 펼칠 예정이다”면서 “특히 노보시비르스크 공과대학교의 재즈밴드 20여명이 2006년 3월 말에 김포대학을 방문해 다양한 교류활동을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취재/ 김다빗기자 · 사진/ 한진석기자
2006.1.4

김다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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