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촬영 때는 늘 함께 동반하는 연기자 순동운부부.
오늘은 SBS 수목드라마 일지매 촬영을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부여로 향한다. 평소 여행을 즐기는 부부지만 촬영을 위해 떠나는 길은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4일 SBS드라마스페셜 ‘일지매’ 5부(전체 20부작)에서 사헌부집의 김익희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기 시작한 연기자 순동운(52)의 야외촬영을 위해 오늘도 아내는 운전대를 잡았다.

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사극촬영이지만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시를 쓰고 책을 읽고 들꽃들을 감상할 것이다.

부부가 함께 촬영지로 향하는 차창으로 지난 날들이 바람처럼 스친다.



‘서로 어우러져 기대어’ 동행하는 부부


■ 평생 연기자의 삶

고교1학년 무렵 처음 들어 선 연극반이 인생과 삶을 결정했다.

'장남’이어서 집안의 반대도 있었지만 70년대 후반 극단 산하에 입단하면서 연기는 평생 일궈야 할 삶의 터전이 되었다.
80년초 기독교방송을 통해 성우로 데뷔했지만 대사는 ‘000씨 전보왔어요, 도장갖고 나오세요’ 라는 한마디 뿐. 첫 작품이었다. 이후 오랫동안 수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공중파 방송국 성우계에서 자리를 굳혔다.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던 라디오시대는 점점 TV에 자리를 내어주고 외화더빙과 어린이 극마저 점점 줄어들면서 TV 드라마에서 섭외 요청이 이어졌다.
오랜세월 성우로 다져진 목소리 연기와 젊은시절 연극을 통해 쌓은 기량이 함께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86년 TV드라마 베스트극장은 연기자로 잊지못한다. 이듬해부터 ‘돔방각하’에서 유교집안의 아들로 출연하면서 성우와 연기자를 넘나들었다.
현대극에서는 주로 변호사와 의사를 연기했다. 특히 의사역은 안해 본 역할이 없을 정도로 전 분야를 섭렵했다. 그리고 최근 5-6년간은 악역을 주로했다. 순한 역할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악역은 그렇지 못하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캐릭터도 확실하고 분명해야만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강한 눈빛은 강한 캐릭터로 다가왔으며 악역이 오히려 편했다. 비록 단역이지만 평생을 한곳에만 집중했기에 행복했다.

■ 쉬는 날 그는 김포에 있다.

연기자 순동운의 집은 인천시 계양구다. 하지만 촬영이 없는 날 김포에서 지내는 날이 더 많다. 김포에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인들의 전시회 또는 행사때 김포를 찾는 일이 잦아지다 이제는 사무실까지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해서 다양한 분야에 지인을 두고 있는 그는 그래서 술을 마시는 날도 많다. 모든 계층을 막론하고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 돈보다 사람에 더 욕심을 갖는 성격. 그래서 지금도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도 이들 부부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어’ 산다.
순동운의 아내 안명신(51)씨는 늘 일기와 시를 쓰며 매달 20-25권의 책을 읽는다. 어쩌면 야외촬영중 남편을 기다리며 읽는 책도 적지 않을 듯 싶다.
“주몽 촬영때는 1년간을 동행했어요. 어느 날은 새벽 5시에 촬영현장에 도착해서 저녁7시까지 14시간을 기다려 본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날이면 들꽃을 따러 다니기도 하고, 독서와 시를 쓰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 왜 따라왔을까하는 생각도 해요.”

■ 아내를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

“아내를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는 순동운은 분명한 성격을 갖고 있다. 보수적 성향이며 YES와 NO가 분명하다. 선의의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내의 신뢰를 깬 적이 없다.
그리고 이들 부부는 모든 것을 같이 한다. 통장관리도 함께하며 가장 기초적인 금전적인 부분도 함께 하다 보니 모든 게 투명하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아내가 밥상을 차리면 남편은 나중 밥상을 치운다.
“무척 가정적입니다. 무엇이든 같이하며 남편의 행동에서 먼저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아내는 그러나 “너무 늦을 때가 많아 건강이 걱정된다.”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이다.
아내 안명신씨는 일하고 들어오는 남편을 위해 시간에 관계없이 항상 소주 한 병을 준비해 놓는다. 그리고 순동운씨는 소주와 함께 아내 사랑도 함께 마시고 숙면에 들어간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소주 한 병인데‘그것하나 못해주랴’는 생각에서 그렇게 합니다.” 아내만의 배려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어도 술 마시고 들어온 날은 절대 건들지 않는다. 따지고 싶은 일들은 다음날로 미룬다.
“부부가 서로에게 걱정시키는 일이 적어 살이 찌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지신의 관리부족을 걱정하고 남편은 드라마 ‘일지매’를 연출하는 감독이 ‘살쪘다’고 흉을 본다며 걱정을 한다. 부창부수의 한 장면이다.

■ 시를 쓰며 책을 읽는 아내

아내 안명신씨는 서울태생이지만 앞으로의 희망은 깊은 시골로 들어가 흙집에 기와를 올리고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것. 책보며 글을 쓰며 노후를 보내고 싶단다.
“한 10년 정도후면 꼭 그렇게 하고 싶어요”
이들 부부는 그들만의 꿈을 위해 각자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기자 순동운은 아내를 위해 오는 8월 중순 부천역 앞 ‘소풍’에 생활 및 소품 도자기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평소 워낙 도자기에 대한 사랑이 깊어 집안 가득 도자기를 두고 사는 순동운씨의 평소 취미생활이 사업으로 확대되는 순간이다.
이와함께 순동운씨는 김포시청앞에 자신의 사무실도 하나 마련했다. 드라마 촬영이 없는 날 여기서 자신만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 주몽·이산 거쳐 일지매 출연

연기자 순동운은 그동안 신돈, 대장금, 주몽(왕소문役) 이산(예조판서役)을 거쳐 최근에는 일지매에서 사헌부집의役을 맡았다.
성우출신으로 40평생을 오직 연기자로 살아온 순동운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MBC드라마 ‘그대 내곁에’(변호사役)이며 최근에는 드라마 ‘일지매’에 푹 빠져 산다.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곧고 정직한’ 자신의 성격과 맞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사극드라마가 예약되어 있지만 그는 “홈드라마에서 인자하고 자상한 아버지역을 해보고 싶다”고 희망도 해본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곽종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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