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일자: 2006-10-19



뇌경색 시아버지 13년간 그림자 효도

고촌파출소 남궁영준 부소장 부부 ‘긴 병에 효자 있다’

우리 사회는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 돈이 있든 돈이 없든, 지적 능력이 왕성하든 그렇지 않든, 노인은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으로 <효>를 으뜸으로 삼는다는 말은 시대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장남이라해서 부모와 함께 산다는 생각도 희박하다. 부모 입장에서도 능력이 허락하는 한 자식과 함께 살려하지 않는다. 문제는 건강을 잃었을 때인데 이때도 양로원이나 시설기관으로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은 단지 그 이유 하나로 효자, 효부가 된다.

풍무동 삼성아파트(108동 601호)에 사는 남궁영준(47.고촌파출소2팀 부소장)씨와 아내 김현주(43)씨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13년간 누워만 계시는 아버님을 마음을 다해 지극하게 모시고 있어 아파트 주민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13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한결같이 모시기 때문인데 이 부부에게는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며느리 김현주씨의 수고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데 움직이지 못하시는 시아버님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정성껏 돌봐드려 <요즘 여자>가 아니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그녀는 시어머니(73세)가 몸이 약하시므로 시아버지의 거의 모든 수발을 도맡아 하고 있어 고단한 하루에 편안히 앉아 쉴 수 없는데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누워만 계시는 시아버지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드실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김현주씨는 세끼 식사와 씻겨 드리는 시간외에도 자주 시부모의 방을 찾는다.
“아버님,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 “오늘은 날씨가 궂어요, 누워계신게 좋아요.‘등등 바깥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자주 들려드린다. 시이버지가 말씀은 하지 못하지만 들을 수 있고 상대의 이야기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시아버지가 쓰러진 직후는 시설기관에서 계시게 하는게 서로에게 좋으리라 판단해 그쪽으로 모시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다. 허나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던 시아버지의 간절한 눈빛이 떠나지 않아 자신이 서둘러 모셔온 이후 한 번도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세 자녀도 엄마를 본받아 할아버지 방을 자주 찾는다. 그리고 엄마가 하는 것처럼 할아버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 드린다.

내 입장에서, 나만 생각하면 세상 살기가 힘들어지지만, 먼저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면 세상 살기가 편해진다는걸 김현주 씨는 젊은 나이에 이미 터득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영준씨 입장에서는 “아내 자랑 팔불출”이라지만 그는 아내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그리고 많이많이 미안해서 그 보답으로 맡은 일에 더욱 충실하고 있다. 이 부부는 이 풍진 우리네 세상에서 목마를 때의 냉수 한 사발처럼 정말 상큼하다.

박장군기자 vjf@gimpoj.com

06.7.7

박장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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