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일자: 2006-10-25



대중가요 ‘찻잔’의 주인공 ‘노고지리’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이쯤만 봐도 40대 이상 나이라면 여기에 곡을 부쳐 홀로 흥얼거리게 된다. 늘 우리 곁에 있어 생활의 일부인 ‘찻잔’. 그것의 본래 이미지를 찾아 음악을 만들고 지금까지 향기를 전해주고 있는 대중가요 ‘찻잔’의 첫 소절이다.

생활속에서 쉽게 대할 수 있는 찻잔을 ‘작지만 기품이 있고 스스로 사색하여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으로 표현한 가사는 대중가요를 넘어 한편의 시(詩)로 다가왔다.

70년대 대표적인 히트곡으로 가수 ‘노고지리’에 의해 세상에 나온 ‘찻잔’은 음악이 되어 오랫동안 대중의 기억 속을 흐르고 있다.
그리고 쉰 살이 된 가수 ‘노고지리’는 김포시 감정동에 인생의 여장을 풀고 ‘찻잔 속에 향기’를 담아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따스함을 전하고 있다.

70년대 대표적 투엣 가수

18년을 김포에서 살았으니 노고지리는 지금 김포사람이 되었지만 원래는 충북 음성에서 태어났다. 형인 한철수와 동생인 한철호, 그들은 어려서부터 노래를 잘해 동네 어른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노래 신동이었다.

지금 그들은 일란성 쌍둥이형제가 함께 노래부를 수 있는 자체가 무조건 감사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자신들이 쌍둥이 형제인 것이 싫었으며 노래보다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런 연유로 꿈을 안고 상경해 충무로를 목표로 안양예고에 진학했으나 결국 인생은 음악의 길로 이어졌다. 음악을 시작하면서 코디와 매니저는 모친의 몫이 됐다. 예쁘고 잘생긴 쌍둥이 아들들이 돋보이도록 한복을 맞춰 입히고 양복도 충무로 최고 양복점에서 맞춰 입혔고 가죽구두도 맞춤이었다.

사서 입는 기성복은 평화시장을 몇 바퀴나 돌아야 맘에 드는 두 벌을 살 수 있었다. 이런 어머니의 정성으로 노고지리가 TV에 등장하면 “어쩌면 저리도 예쁜 남자 쌍둥이가 있을까” 사람들은 그 모습을 기억코자했다. 그리고 하늘로 치솟은 <찻잔>의 인기는 그들을 너무나도 바쁘게 했다.

‘노고지리’는 국내 대중음악계 최초의 쌍둥이 형제(일란성 쌍둥이)듀엣이다.

‘노고지리’가 활동하던 당시 쌍둥이 자매 듀엣 ‘바니걸스가 큰 인기를 누렸다. 따라서 꼭 쌍둥이가 아니라도 듀엣 그룹이 자주 등장했는데 가요계 최초로 쌍둥이 형제의 출현은 그 자체로도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만만찮은 노래 실력은 찻잔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인기를 형성했다.
그리고 79년 <찻잔>이 발표되면서 당시로는 엄청난 사건인 40여만장의 음반이 판매되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노고지리하면 트레이드 마크로 <찻잔>이 떠오르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대표적 인기곡 그늘에 가려 다른 곡들은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풀기 힘든 멍에가 세월의 타래를 이어가다 지천명의 나이에 남을 위한 삶, 이웃에게 봉사하는 삶으로 김포시민들 곁에 다가왔다.

김포 홈플러스옆 음악공간 마련

라이브 카페 ‘노고지리 오브 찻잔’

‘88년 건축 일을 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김포에 와 살고 있으니 이제 김포 사람 다 됐지요. 올해부터는 지역사회를 위해 일을 하려합니다. 그리고 새 앨범도 낼 겁니다.“

종달새로 알려진 노고지리는 보리 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에 하늘 높이 올라 제일 아름답게 우짖는다. 김포의 들판에서 그들은 음악공간을 마련 이웃과 만나며 음악의 재도약과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며 지역 웃어른들게 헌신하는 그들만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김포시 감정동 홈플러스 건너 동성빌딩 2층에 마련된 라이브 카페<노고지리 오브 찻잔>은 가수 ‘노고지리’가 변함없이 노래를 부르고 그들을 찾는 팬들에게 화답하는 공간이다.

지난 98년 결혼하기 전까지는 늘 그림자처럼 함께 했던 이들은 쌍둥이 형제답게 합동결혼식을 한 후 각각 독립선언(?)을 하고 가게도 집도 분가했다.
형(한철수)노고지리는 부천에 있는 <노고지리 오브 찻잔>카페에서 그리고 동생(한철호)노고지리는 김포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다.

'소리없는 정이 사회로 흐른다‘

김포 감정동에 있는 <노고지리 오브 찻잔>에 들어서면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악이 흐르고 이야기가 있다. 또한 한철수씨는 찻잔을 기억하는 손님들이 요청하면 흔괘히 감미로운 라이브를 들려준다. 그래서 음반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주인공이 들려주는 라이브가 있어 아주 특별한 밤이 된다.

‘찻잔’은 추억의 앨범을 비롯 지금도 각종 편집 음반들 사이에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여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데 정작 그 곡을 부른 가수는 만나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그곳이다.
그들은 올해를 제2의 인생 원년으로 삼아 재출발하겠다는 의욕과 함께 각종 봉사활동에서 참여한다. 지난해부터 참여한 김포포럼(대표. 김학선)과 봉사단체 나누리의 회원이 되어 사회봉사활동에 적극적 참여하고 있다. 오는 5월에 예정된 나누리 자원봉사를 위해 노래 연습도 평소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

두형제가 김포와 부천에서 각각 살아가고 있지만 사회봉사 때는 대부분 함께 참여한다. 노고지리는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찻잔속의 노고지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도 찻잔속에 사랑을 담아 감미로운 선율로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취재/최의선 편집위원<작가>
ces-1102@hanmail.net


찻잔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 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 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을 담고
진한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 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06.3.18

최의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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