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곶면에 꽃피운 ‘가을걷이 풍물마당’

풍물에 미치고 월곶면에 미친 사나이

‘좋다~얼씨구’ 수확을 끝낸 가을의 김포들판. 월곶면 조각공원은 흥겨운 가을걷이 한마당으로 하루해가 저물고 있다. 곡식이 있던 들판으로 태평소 가락이 달려 나가고 사물놀이 흥겨움에 취한 춤사위가 ‘풍년 들판’을 어루만진다. 장구, 북, 꽹가리, 징이 만들어 내는 우리가락은 ‘짐을 나누어진다.’는 노나매기 한판으로 월곶면 들녘에 어우러진다.

7회째 월곶 노나매기 축제 이끌어

지난 11일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가을걷이 풍물마당’이 월곶면 조각공원에서 열렸다. 김포를 비롯, 서울과 지방에서 온 10여개 풍물팀, 5백여명이 풍년과 가을걷이후의 농심을 사물놀이와 춤사위 한판으로 풀어냈다.

풍물마당 인근에는 걸쭉한 막걸리와 맛깔스런 김치, 비지가 준비되어 손님들을 푸짐하게 대접했으며 매년 풍물마당 때마다 잡는 돼지 한 마리는 회원들의 수고를 위로하는 넉넉한 참이 되어 흥겨움을 더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로 시작되는 사회자의 가락에 풍물이 돌고, 탈춤이 이어지고 굳이 막걸리 한 사발에 취하지 않아도 흥에 겨운 춤사위는 가을들녘 깊은 바람이 되었다.

김포의 가을들판은 그렇게 흥겹게 어우러지는‘살판'으로 저물어갔다.

김포의 가을걷이 풍물마당은 10년째 풍물을 지도하고 있는 풍물꾼 박희정씨(47)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주민요청에 월곶면에 정착

지난 98년 월곶면 군하리에 정착한 박희정씨가 문화소외지역 월곶면에 풍물문화를 가꾼 지 10년. 이제는 스스로 즐기며 ‘짐을 나누는’ 노나매기(대표 이현주)를 꽃피우고 있다.

박희정씨가 김포와 인연을 맺은 것은 단지 풍물을 아끼고 배우려는 월곶면 주민들의 열정 때문이었다. 85년 김포에서 농촌문화운동를 하던 김용태 농민회장이 풍물패 전문강사를 위해 서울 불광동에서 풍물패 터울림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던 박희정씨를 김포 월곶면으로 이주시켰다.

가끔 지도해 주는 강사가 아닌 늘 옆에서 지도하는 전문 강사가 필요에 의해 박희정씨는 서울생활을 뒤로하고 월곶면에 새로운 삶의 여장을 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노나매기를 지도하는 한편 분진중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현재 졸업한 이들은 노나매기의 일원이 됐다. 지금도 박희정씨는 7년째 분진초등학교를 비롯, 월곶과 개곡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풍물을 지도하고 있다.

올해 전국대회서 우수상 받아

올해 7회를 맞이한 ‘가을걷이 풍물마당’은 2001년과 2002년 김포시 동·면별 풍물경연대회에서 시작됐다. 대회가 끝난 후 노나매기팀이 등수와 상관없이 가을추수가 끝난 후 음식을 마련하고 돼지를 잡아 하루를 즐겁게 놀아보자는 취지에서 풍물한마당을 만든 것. 이것이 ‘가을걷이 풍물마당’으로 발전했다. 결국 추수를 끝낸 넉넉한 김포들녘에 농심을 모아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든 것이다.

무거운 짐을 ‘나누어 매다’의 김포사투리로 알려진 ‘노나매기’가 월곶면에서 시작된 3년 전 경기문화재단 공모작에 당선되어 적지만 후원금을 지원받을 만큼 이젠 어엿한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실력도 만만찮게 쌓았다. 분진중을 졸업한 고교생 10명과 40대 후반 30명으로 이뤄진 노나매기는 금년 안성 바우덕이 축제에 출전, 일반부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아 전국예총회장상을 받기도 했다.

창립 때부터 등수에 연연하기보다 스스로 즐기면서 농민과 함께 하고자 했던 순수성이 오히려 탄탄한 실력을 갖추게 했던 것이다.

지역 농업축제 정착

노나매기 회원들은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지출하고 준비한다. 이번 행사 또한 시키는 사람이 없어도 회원 스스로 고기를 굽고 반찬을 나르고 그러다 자신의 차례가 오면 풍물장으로 들어간다. 풍물장으로 떠난 빈자리가 있으면 어느 듯 다른 회원이 그 자리에 들어와 손님과 풍물패를 위해 고기를 굽고 반찬을 나른다. 그야말로 ‘노나매기’다.

동네잔치 등 1년에 50여 차례 봉사활동을 갖는 이들은 월곶면에서는 특히 가까운 이웃이 됐다. 이같이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풍물패는 전국적으로 노나매기가 유일하다.

“국악, 특히 풍물은 과거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옛날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사람들이 직접 즐기는 문화며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동아리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풍물은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동네마다 특색 있는 장단을 새롭게 구성하기 때문에 해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창의적 변화를 바탕으로 김포 들녘에 더없이 어울리는 놀이마당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월곶면 문화욕구 풍물로 승화

“월곶면은 김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주민자치센터도 없어 문화적 욕구가 어디보다 강합니다.”

가을걷이 풍물마당을 위한 노나매기는 3일을 준비한다. 하루는 돼지를 잡고 다음날은 김치를 준비하고 마지막 날 한 판을 벌인다. 문화적 욕구가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신명 김치공장에서 김치 30kg을, 김포시시설관리공단은 장소를 협찬했다. 지역과 기업이 참여하는 행사로 발전한 의미를 가진다.

노나매기는 요즘 5기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풍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아무런 제한이 없다.

<참여문의:011-235-2953>

곽종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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