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요? 여전히 제 인생입니다.”

이회택감독의 파란만장 축구이야기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늘 뭔가를 차고 놀기를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 축구를 가까이하게 되었지요.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노상 차고 달리고... 하루해를 온통 친구들과 공을 차며 밖에서 뒹굴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이회택감독(62세)의 축구 이야기는 그야말로 청산유수다. 환갑을 넘긴 나이이니 이감독이 축구를 시작한건 50년도 훨씬 전이다.


中때 시작된 축구인생

그 긴 세월의 이야기이니 오죽 할까. 그런 이감독의 모습이 천진한 소년 같다.
축구에 대한 그의 열정이 그만큼 뜨겁기에 그리 순수해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싶으니 그의 축구사랑이 가히 짐작이 간다.
“중학교 졸업반쯤이었을 겁니다. 우연히 리 대항 추구경기를 보게 되었어요. 고려대 출신 팀과 한양대 출신 팀이었는데 어찌나 몸놀림이 빠르고 기술이 놀랍던지 마치 곡마단의 곡예를 보는 듯 했어요. 그 순간, 축구선수에 대한 꿈이 가슴에 불씨를 만들더군요.”

집안의 반대를 뒤로 하고 무작정 상경, 영등포 공고에서 처음 그의 축구인생이 시작된다.

시작은 화려했다. 2번의 서울경기출전으로 돌풍을 일으킨 후, 동북고등학교로 스카웃 되기 무섭게 곧바로 한국 청소년대표(1965년)로 발탁된다.

고교시절 국가대표 발탁
이어 1966년 국가대표선수로 발탁, 그해 열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이후 67년 메르데카컵 우승, 69년 킹스컵 우승, 70년 아시안게임 우승, 72년 아시안컵 준우승, 72년 말레이시아 메르데카배 우승, 1971년과 1974년 박스컵 우승 등 10여년을 그라운드의 표범이 되어 아시아 무대를 화려하게 누볐다.

173cm정도의 작달막한 키에다 빠른 몸놀림을 가진 이감독은 날카로운 슈팅력과 드리블, 그리고 공격수에 필요한 대담성까지 겸비한 천부적인 골잡이로서 축구계의 명실상부한 별이었다.
혹, 축구에 있어 천운을 타고났던 건 아닐까. 이감독은 결코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태어날 때부터 천생 축구선수로 태어난 듯해요. 그래서 그런지 축구에 미쳤다는 말을 노상 달고 살았어요. 다니던 초등학교에 축구부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김포에서 대회가 열리면 죽자 살자 연습을 했어요.

동네에서, 산에서, 논두렁에서 내내 공을 찼지요. 축구공하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만 보면 머리가 팽팽 돌고 몸이 펄펄 날게 돼요. 그렇게 축구에 미치다보니 어느 순간 정상에 서 있더군요.”

삶 자체가 축구

83년 모교인 한양대에서의 감독 생활을 시작으로 이감독은 지도자로서 다시금 승승장구한다.

86년부터 한국 프로리그의 포항 아톰스팀의 감독을 맡아 두 차례 프로축구 우승을 만들어 냈으며, 90년에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에 참가했는가 하면, 98년부터는 전남 드래곤즈 감독으로 최고의 명예를 누린다.

현재는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여전히 축구인생을 살고 있으며 김포 이회택축구교실에서 미래의 축구 꿈나무들을 위해 혼신의 열정을 바치고 있다.
“어린이 축구교실은 축구에 대한 제 마지막 꿈입니다. 축구에서 제일 중요한 것들이라면 감각, 스피드, 결정력 그런 것들이죠. 그것들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 바로 순발력과 판단력입니다.
그리고 축구는 골프처럼 혼자서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이 뛰는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해요.
한 분야의 거목으로 성장하려면 새싹부터 정성을 들여야 하듯이 이제 막 싹을 틔우려는 축구 꿈나무들에게 좀더 정성을 쏟아보자는 거지요.”

고향 김포에서 유소년 육성

사흘 낮밤으로도 모자랄 이감독의 축구이야기를 들어보자니 이감독의 삶 자체가 곧 축구임을 절실히 느낀다. 한평생을 오로지 한 분야에만 열중했다는 건 그것이 곧 인생이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이감독의 축구인생...

그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김정혜 객원기자

김정혜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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