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25년 만에 다시 신혼을 맞았어요.”


지난 8월 직주일체형 시스템도입에 따라 대곶분소로 발령받은 임인상경위(51세). 임경위에게 있어 26년 경찰 생활 중 배우자와 함께 근무한 지난 2달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왜? 직주일체형 시스템은 지구대와 원거리 지역에 분소를 두어 각종 민원 업무를 처리하게 하고 경찰관 순찰근무 등 외근근무 시 근무보조자(배우자)가 전화수신 등의 업무보조를 하는 제도로서 배우자와 함께 근무하는 아주 특이한 근무방식이기 때문이다.

“다시 신혼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결혼생활 25년 동안 이렇게 남편과 오랜 시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직주일체형 시스템이란 거 아주 훌륭한 제도인 것 같아요.”

임경위의 아내 강은선씨(46세)는 새 시스템에 대해 아주 만족스러움을 표한다. 경찰관의 아내로 살아온 지 25년. 그 세월동안 남편 얼굴 보기조차 ‘하늘의 별따기’였다니, 요즘을 신혼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경찰서에서 처음 직주일체형 근무에 대해 신청을 받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신청했었어요. 우선은 대곶분소가 저의 첫 근무지입니다. 고향 같은 곳이죠. 다음으론 이제껏 남편으로서는 늘 자격미달이었어요. 아내와 함께 근무한다면 아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대곶분소로 발령이 결정되었다는 말을 남편에게 처음 들었을 때 강은선씨는 사실 난감했다고 한다. 강은선씨는 이미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경찰로서는 100점 만점일지 몰라도 가장으로선 자격미달이었지요. 야근이다 특별근무다 해서 집에 들어오는 날보다 안 들어오는 날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좀 더 전문적으로 원예공부를 하게 됐고 지금은 강의까지 나가고 있죠. 그런 처지고보니 아무래도 난감할 수밖에요.”

그러나 강은선씨는 남편 의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배우자의 분소근무라는 게 분소장의 외근근무 시 전화수신업무 등 간단한 업무보조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근무를 하고보니 업무보조 일이라는 게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근무하고 사나흘쯤 지나서였어요. 남편이 순찰을 나간 사이 취객 한분이 불쑥 들어오시더니 좀 과하게 주정을 하셨어요. 많이 당황했지요. 때맞춰 남편이 분소로 돌아와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리고 민원업무도 그렇더군요. 스티커발부 같은 것도 처음엔 무척 애를 먹었어요. 지금은 경찰관 못지않게 잘 하고는 있지만... 하여간 두 달 사이 많은 것을 경험했어요.”

아내가 특별한 경험을 하는 그 시간동안 임경위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아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 따라서 부부 금슬도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이다.

“빈번하게 사건이 일어나는 곳도 아니고 민원인이 늘 들락거리는 곳도 아니고 대체로 이곳 대곶면이 조용한 편이죠. 순찰 도는 시간 외에는 늘 아내와 함께 있게 되고 자연 대화할 시간이 많아지더군요. 부부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세상이야기 등 이것저것 참 많은 이야기를 해요. 사람과 사람사이에 대화만큼 확실한 소통방법이 또 어디 있나요? 특히 부부관계에선 더 그렇잖아요.”

임경위의 너스레로 보아 직주일체형 시스템이 가히 나쁘지는 않은 제도인 듯. 그러나 강은선씨는 다소 아쉬운 게 있다고.

“오전9시부터 저녁9시까지 12시간에 대한 급여가 30만원 정도입니다. 하루 평균 만원 정도인데 아무리 보조업무라지만 급여가 너무 야박하지 않나 쉽습니다. 처음 시행하는 제도이다 보니 두루두루 다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임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선 한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음 근무자들을 위해서라도 임금부분만큼은 분명 고민해 보아야할 과제거리라 못을 박는 아내 곁에서 임경위도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역 치안을 맡고 있는 남편과 그리고 그 남편을 보조하는 아내. 참 이상적인 근무형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더 단단한 뿌리를 내려 김포 관내에서뿐 아니라 전국 어느 분소든 부부근무자가 넘쳐 나기를 희망한다.

김포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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