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이 뽑은 친절 간호사실
김포우리병원 8병동 간호사실 '언제나 맑음'

“웃음만큼 전염성이 강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땅으로 가라앉을 만큼 우울하다가도 옆 사람이 방실방실 웃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렇다보니 이곳 8병동은 언제나 맑음입니다.”

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닌 듯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이미애(38세. 수간호사)씨는 내내 웃는다.
억지웃음이 아닌 참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이뿐 아니다. 이따금 뭔가를 물어오는 다른 간호사들의 얼굴에도 웃음은 여전하다.

간병인들이 뽑은 친절간호사들이 모인 우리병원 정형외과 8병동 간호사실. 인터뷰를 위해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왠지 기분이 좋다 싶더니 바로 그 기분 좋은 웃음에 전염된 때문인가 보다.

정형외과 병동 대개의 환자들은 뼈가 탈이 난 환자들이다. 팔이고 다리고 온통 깁스환자들이 넘쳐난다.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 없이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팔 다리가 부자연스러워진다면 누구나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더러는 거칠어지고 난폭해진다고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선 환자의 마음이 되어 보는 거예요. 불편하고 갑갑하고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죠. 그러다보면 자연 환자들을 이해하게 되지요. 이해하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환하고 부드러운 웃음입니다. ”

올해로 간호사 생활 15년째라는 이미애씨에게선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수간호사의 그런 근엄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근엄함보단 언니 같은 자애로움으로 8병동 간호사 실을 이끌고 있다고 다른 간호사들이 귀띔한다. 이유를 물어보자니 시원한 웃음 한바탕으로 너스레를 떤다.

“부드러움 속의 강함이야말로 진짜 카리스마 아니겠어요.”

환자들과의 부딪힘이 알게 모르게 많은 곳이 바로 간호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과 웃음으로 환자들을 대해야하니 나름 고충도 클터. 간호사들의 그런 고충을 부드러움으로 끌어안고 어루만져 주는 것이 바로 수간호사의 역할이란다.

그런 수간호사의 마음을 8병동 간호사들은 과연 알기나 할까 싶은데 오히려 이미애씨는 8병동 간호사들이 오히려 자신을 끌어안아 준단다.

“저 같은 경우, 가끔 슬럼프랄까 뭐 그런 기분이들 때가 있어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이 가라앉아요.

그럴 때 청량제가 뭔지 아세요? 우리 8병동 간호사들이죠. 아무 생각 없이 그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라앉은 몸과 마음이 점점 떠오르는 걸 느껴요. 그리고 세심한 손길로 환자들 돌보며 환하게 웃는 간호사를 볼 때면 순간, 천사의 모습이 저럴까 싶을 만큼 아름다워 보여요.”

결혼생활 12년째. 11살 된 아들을 두고 있는 주부로서의 그녀의 삶은 어떨까 싶은데 아내로서 엄마로서는 수준미달이란다. 간호사 생활에 이렇듯 충실할 수 있는 건 순전히 남편 덕이라고 한다. 아이의 양육에서부터 전반적인 가정생활까지 남편의 외조가 없었다면 수간호사로서의 지금 그녀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애씨는 천생간호사로 태어난 듯싶다. 10년이면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긴 세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을 한결 같이 간호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단 한 번도 고개를 갸웃거려보지 않았다니, 그것도 그 오랜 세월을 늘 웃음과 함께 했다니 그녀에게 있어 간호사라는 직업은 천직임이 분명한 듯하다.

겉으로 드러난 환자의 상처를 의사가 치료한다면 간호사는 드러나지 않은 환자의 마음을 치유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의 치유에 진실 된 웃음만큼 좋은 치료제가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간호사를 일러 백의의 천사라 했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뷰 말미, ‘백의의 천사’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린다는 이야기에 얼토당토않은 소리라 손사래를 치며 한바탕 웃음보를 터트리는 그녀. 문득, ‘웃음전도사’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보태야 할 듯싶다.

웃음바이러스를 퍼트리기 위해 서둘러 병실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김포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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