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일 밤 9시 30분경. 김포 경찰서 양촌지구대로 긴급한 사고가 접수되었다. 뺑소니사건이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남궁영준경사와 신명곤경장은 사고현장의 처참함에 순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앞이 분간되지 않을 만큼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 이리저리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거센 빗소리마저도 삼키고 있었다.

긴급히 119에 구조요청을 하고 곧바로 도착한 소방대원들을 도와 환자들을 이송하던 중 ‘다친 사람이 한사람 더 있다’는 뜻밖의 한마디를 사고자로부터 듣게 되었다.

즉시 수색을 시작해 사고현장으로부터 500m떨어진 곳에 처참히 널 부러져 있는 사고자 한명을 더 발견,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다. ‘천만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 했다’는 의사의 한마디에 남궁영준경사와 신명곤경장은 순간, 화가 났다. ‘도대체 누가 이런 몹쓸 짓을 했단 말인가. 그것도 4사람씩이나...’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신고자의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차 번호판의 두 자리 숫자를 알아내 차적 조회를 실시하고, 그것을 근거로 주변 탐문에 들어갔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그 와중에도 암흑천지인 동네를 샅샅이 뒤졌다. 탐문수사가 별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바로 잠복에 들어갔다. 새벽녘. 다시 탐문수사에 착수한 남궁영준경사와 신명곤경장은 뺑소니 사건이 접수된 지 10시간 만인 오전 7시 30분경, 범인 검거에 성공했다.

운전자에게선 그때까지도 술 냄새가 진동했다. 빗속을 걸어가던 4명을 처참하게 덮친 운전자... 음주운전도 모자라 뺑소니까지 저지른 그 운전자를 앞에 두고 남궁영준경사와 신명곤경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궁영준경사와 신명곤경장을 만나러 장기파출소를 찾아간 날. 그날 오후에도 바쁘게 순찰을 돌고 들어온 듯 두 사람의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그날의 경위에 대하여 묻자 두 사람은 그저 마주보며 빙그레 웃기만 하더니 한참 만에 입을 뗀 두 사람.

“부끄럽습니다.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럼에도 그날 밤의 사고자에 대한 신속한 대처와 거센 빗줄기 속을 마다않고 밤을 지새운 수사, 그리고 발 빠른 피의자 검거에 무슨 할말이 있을 듯해 그날 밤의 기억을 떠올려 경위를 들려 달라 했더니.

“사고현장을 보는 순간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가만 생각해보니 그 화란 것이 바로 자존심인 것 같았어요. 경찰로서의 자존심 말입니다. 한사람도 아니고 무려 4사람이었어요.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사고를 내고도 뺑소니를 치다니... 반드시 찾아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밤새워 찾아다닌 뺑소니운전자를 기어이 찾아낸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가 궁금했다.

“몇 마디 물음에 처음엔 모르일이라고 딱 잡아떼더니 불쑥 한마디 던지는 거예요. 많이 다쳤냐고.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이 사람도 밤새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까 하고요. 도망을 치지 말고 신속한 대처를 했더라면 사건이 이리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피의자 당사자에게가 아니라 피의자의 순간적인 우매함에 순간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숱한 사건을 접하는 게 경찰의 일상이겠지만 4사람의 중상자를 낸 꽤 큰 이번의 사건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 했다는 의사선생님의 그 한 말씀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큰일을 당한 피해자들이 큰 도움을 받았다며 두 손을 꼭 잡아주었을 때, 당연한 일임에도 그리 감사해 하는 그 분들을 보며 도리어 저희들이 감사했습니다. 이럴 땐 정말 경찰로서의 보람을 느낍니다”

몇 마디 묻지도, 몇 마디 더 들어보고픈 말들이 있음에도 서둘러 순찰을 나가는 두 사람을 보며 마음 든든했다. 경찰을 일러 민중의 지팡이라 했던가.

그러나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이래저래 빛바래져가고 있는 요즘. 남궁영준경사와 신명곤경장을 일러 민중의 지팡이라 칭한들 한 치라도 어긋남이 있을까 싶다.

김정혜객원기자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