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복 농업기술센터소장

쉰아홉의 나이에 공부가 하고 싶고 외국인근로자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싶어 한 평생이 담긴 공직을 떠나는 최해복 농촌기술센터 소장.

37년 공직생활의 끝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에게서 인생은 언재나 마감이 없음을 느끼게 한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고 꼭 해야 할 일이기에 기왕이면 좀 더 일찍 시작하고 싶어 정년을 2년 단축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근로하며 말이 통하지 않아 겪는 비인격적 행위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한국이란 나라를 좋은 곳으로 기억될 수 있게 하고 귀국하며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동기가 됐다
현재 선문대 대학원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글교육 전문가과정을 밟으며 며칠 후면 37년간의 공직자생활을 명예롭게 마감하는 최해복 소장을 만났다.

공부와 외국인을 위한 한글교육

▲그동안 긴 세월 몸담았던 공직생활을 떠나는 마음이 어떤지.
그야말로 시원섭섭하다. 시원하다는 건 그간 별러 왔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이고, 섭섭하다는 건 내 가족과 별다를 바 없는 직원들을 매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년이 아직 2년이나 남았는데 서둘러 퇴임을 하는 이유는.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이다. 하나는 공부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다. 꼭 해보고 싶은 일이거니와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 이기에 기왕이면 좀 더 일찍 시작하고 싶었다.

▲예순 가까운 나이면 오히려 하던 공부도 그만둘 나이가 아닌가. 그런데도 공부에 미련이 많은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고등학교도 남들보다 2년늦게 졸업했다. 그리고 대학 과정도 공직생활을 하면서 마쳤고 지금도 선문대에서 대학원 과정을 진행 중이다. 두 가지 일을 함께 하면서 힘들다는 것보단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공부를 마음 놓고 한번 해볼 수 없는 현실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늘 배움에 목이 말랐다.


▲‘외국인을 위한 한글교육 전문가과정’을 공부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수년전 몽골인 한 사람이 작업중 팔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그 몽골인은 우리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항의 한번 제대로 못했고 당연히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때 그 몽골인은 떠나면서 ‘반드시 한국에 복수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인격적인 대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결코 좋은 인상으로 기억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국가적으로도 치명적인 일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들이 당당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은 힘을 보태고 싶었다.

매주 부천에서 한글 가르쳐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관련,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
매주 일요일 <부천 외국인 근로자의 집>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글 중급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한글을 가르친 외국인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있는지.
지난 12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 말하기 대회’에 참여해 대상을 수상한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온 핫산(31세. 남)이라는 근로자다. 그는 작업장이 있는 석정리에서 부천까지 한주도 빠짐없이 다녔는데 나에게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말 실력이 너무 형편없어 일주일 넘게 그 친구와 합숙을 하다시피 했다.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 정말 열심히 한 결과 대상과 부상으로 30만원의 상금까지 받은 후 함께 얼싸안고 엉엉 울었다.

▲마지막으로 퇴임 후 제일 먼저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살아오면서 지금껏 여행다운 여행 한번 못 갔는데 이번엔 큰 맘 먹고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다.
못난 남편 만나 평생 고되게 살아오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곁을 지켜 준 아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여행 한번으로 다 갚아질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아내를 위해 근사한 여행 선물을 해주고 싶다.

김정혜 객원기자

김정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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