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응접실/윤소리 경기민요합창단장

되살려 ‘어울림’ 만들고 ‘나눔’으로 이어진 경기민요
20년 열정, 꽃피운 발원지 복지예술단 통해 민요계승

도시구조와 삶의 형태는 변해도 문화는 세월을 따라 흘러 전통이 된다.
한반도 최초의 쌀 생산지였던 김포는 이제 도·농복합 도시에서 신도시를 계기로 완전한 도시 형태를 앞두고 있다. 전통을 복원하고 유지해 문화속에서 나마 김포의 향기를 남기려는 노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경기민요 발원지인 김포. 한반도 최초의 쌀 생산지에 걸맞는 문화를 가졌다. 하지만 변해가는 삶의 형태는 그것을 잊게 했으며 농업문화 발원지가 가진 ‘소리전통’은 세월에 묻혀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 했다. 적어도 들판이 사라져 가는 속도 보다 더 빠르게 흙더미가 쌓였다.

연평균 30~50회 무료공연
20년전 발원지 김포에서 경기민요는 천천히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향해 걸어 나왔다. 20년 묵은 (사)경기민요합창단 윤소리단장(59)의 노력과 정성은 그렇게 세월의 흙더미를 걷어내며 새로운 ‘우리문화’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노인복지회관(관장 유경호)에서 그에게 민요를 배우던 노인학생들과 함께 봉사를 위주로 한 경기민요합창단 복지예술단을 창단했다.
‘되살려 어울림’을 만들고 ‘나눔’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 정도면 ‘흙더미 위에서 살려 낸 전통문화가 신도시 콘크리트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김포만의 정체성 하나를 이뤄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경기민요합창단 복지예술단 창단
고향 김포(고촌면 신곡리 출신)에서 경기민요 계승 보급에 불을 당긴지 10년, 억척스러웠던 세월은 김포는 물론 경기도 곳곳에 경기민요의 흥겨움과 이를 통한 세대간 한마당을 가꿔놓았다. 지난 97년 경기민요합창단을 구성한 후 연평균 작게는 30회 많게는 50회에 이르는 공연을 이어갔다. 대부분이 마을 경로잔치를 겸한 무료 봉사활동이다. 윤소리단장에 대한 다양한 연령층의 인기는 이같은 노력에서 비롯됐으며 오늘의 복지예술단을 창단하기 까지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10년에 걸쳐 내달린 봉사활동은 우리문화의 깊이를 스며들게 하며 경기민요의 독창적 문화를 폭넓게 전하는 계기가 됐다.
2003년 김포와 양곡성당에서 가진 공연을 통해 신부의 어깨춤까지 이끌어 낸 경기민요합창단은 이후 경기도민총회에 유일하게 초청받아 깊이 있는 우리음악을 전했으며 경기도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10여년 세월 봉사로 이어진 전통문화 보급을 찬사하기까지 개인적인 상처도 적지 않았다. 공연횟수가 많아지면서 초기에는 9천여만에 이르는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적금을 해약하기도 했다. 자치단체 지원없이 개인 사비를 들여 끌어온 경기민요합창단이기에 단원들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지역봉사에 남다른 애착도 갖게 됐다.


스무살 꿈 환갑되어 꽃 피워
“경기민요가 탄생한 고향 김포에서 경기민요의 멋과 맛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민족의 삶과 정서 그리고 예술혼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국악은 세계 어느 전통음악과 비교해도 손색없으며 경기민요 또한 한반도 최초의 영농이 시작된 우리고장의 흔적이며 세계적 예술이자 문화유산입니다. 민요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본능이 이끄는 소리의 매력에 빠져 20대 초반 국악을 접한 윤소리씨. 하지만 그녀는 소리에 대한 편견과 여자로서의 삶을 강요받으면서 소리의 변방에 머물다가 마흔이 넘어서야 스승 김금숙(중요무형문화재 57호 보유자 후보)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국악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스무살 때 시작된 꿈이 마흔에 이뤄져 다시 20년 만에 꽃을 피운 것이다.

마흔살 무렵 경기민요 보유자가 되어 고향 땅을 밟은 윤소리씨가 처음한 일은 대한노인회 김포시지부 부설 노인대학에서 민요강사였다. 이어 여성회관에서 경기민요 강사를 지내며 여인네의 한을 아리랑 가락에 풀어내 주면서 경기민요 소리가락을 시민들 속으로 옮겨왔다.
국악협회 김포시지부가 만들어 지는데 산파역을 했으며 민요분과 위원장을 맡고 한국예술협회 김포시지부 이사로 활동하면서 오직 경기민요 보급에 집중했다.
영화 ‘서편제’가 우리가락을 되찾는데 한 역할을 했다면 윤소리씨의 경기민요 사랑은 합창단에 이어 봉사단을 만들고 그를 통해 시민들의 마음속에 우리가락의 애절한 흥겨움을 풀어 놓았다.

경기민요 통한 계승과 봉사가 희망
이제 윤소리씨의 남은 희망은 학생들을 통한 경기민요의 계승에 있다.
한 사람이라도 민요를 배우려는 주부와 어르신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고 헤아릴 수 없는 무료공연을 통해 경기민요를 익숙하게 했다면 이제는 미래 우리문화의 계승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민요를 가르치는 일이다. 그가 초등학교를 비롯 중·고등학교에서 민요를 가르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적인 리듬과 가락을 익혀 우리민족의 정서를 느끼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다. 나아가 이들중 경기민요를 계승하는 이가 있다면 어 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
그리고 복지예술단을 통해 체계적인 민요를 봉사에 접목하는 것이다.
“60세 이상된 여성노인들이 자신들이 먼저 느낀 소리에 대한 행복감을 봉사와 접목한 것입니다. 대우를 받는 것에서 나누는 것으로 전이된 것이지요. 같은 연령대의 소외된 노인들에 대한 봉사를 구상하면서 노인세대가 우리의 춤과 가락에 친숙하다는 것을 생각했으며 위로봉사를 위한 위한 예술단을 창단하게 됐습니다.”
윤소리단장은 “우리가락 한 자리가 소외된 노인들의 가슴을 위로하고 삶의 의욕까지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믿고 있으며 필자는 그것을 기대하고 싶다.
취재/최의선 편집위원<작가>

최의선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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