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봉 조헌선생 영정
김포가 낳은 큰 인물 가운데 나라에 대한 충(忠과)과 백성에 대한 사랑이 가장 깊었던 인물로 중봉 조헌선생을 꼽는다.
나라에 대한 충의 결과는 임진왜란 당시 금산전투가 되었으며 의병장 조헌선생과 함께 전사한 7백의총은 교과서에서 역사가 됐다.
하지만 중봉조헌 선생은 김포의 인물이나 전사한 곳이 논산이며 함께 전사한 7백 의병과 함께 묘를 만들고 위패가 모셔지면서 옥천군 유림계는 매년 4월 사당인 후율당에서 중봉 조헌선생의 충성심과 공헌을 기리는 충향제를 올리고 있다.
특히 옥천군청과 옥천문화원은 관련 자료와 유물을 확보하고 현재까지 30년에 걸쳐 매년 9월, 3일간에 걸쳐 중봉충렬제를 지내면서 옥천군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만들어 왔다.
반면 출생지인 김포는 지난 72년 우저서원(1648년 인조 26년 창건)을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호 지정하고 매년 2월 중정일과 기일인 음력 8월18일 향사(享祀)를 지내고 있다.
또한 김포교육계는 중봉선생을 ‘김포의 3얼’로 정하고 학생들에게 학문과 덕행을 교육시키고 있으며 문화계는 2년간 중봉예술제를 갖다가 10월 열리는 김포문화예술제에 포함시켰다.
후손 대부분이 옥천군에 머물면서 김포에는 관련 자료와 유물이 부족, 중봉 축제가 옥천군에 밀리는 모습도 많았다. 이러한 가운데 5년전 우저서원을 지키고자 14대 종손 조동준씨(53·성우교역대표)가 거처를 김포로 옮겼다.
◇ 조헌선생 14대 종손 조동준씨
본지는 다음달 9일 한글날 중봉조헌선생이 전사한지 414주년을 앞두고 종손을 통해 중봉 조헌선생의 알려지지 않은 흔적을 따라가 본다.
◈ 김포의 3얼, 충·효의 상징
조선 중종 39년(1544) 6월28일 경기도 김포시 서쪽 감정리에서 출생한 조헌선생은
문과에 급제한 후 호조좌랑, 예조좌랑, 감찰을 거쳐 충청도 보은현감을 지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옥천에서 1700명의 의병을 일으켜 영규대사와 합세해 청주를 탈환했다.
이어 금산에서 700명의 의병과 함께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들이 의총을 허물고 순의비를 폭파했으나 금산군 사람들이 비석조각을 감추어 보존했다. 1963년 정부가 묘역을 확장하고 1970년 기념관 순의탑을 세웠다.
충·효의 상징과 높은 학문으로 역사의 자랑이 되고 있는 조헌 선생이 김포 태생이면서도 옥천이나 금산에서 더 추앙받고 있는 이유는 조헌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옥천으로 내려가 후학을 가르쳤고 후손들도 옥천에서 태어나 살았기 때문이다. 김포에는 그의 후손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년전 김포에 이주한 후 지난주 본지를 통해 영조대왕이 내린 영의정 추증교지를 처음으로 공개한 14대 종손 조동준씨 또한 옥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다 서울로 왔다.
◇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영조대왕의 영의정 추증교지
◈ 영조대왕 교지 세상에 첫 공개
그에 따르면 아버지 13대 종손 조갑호선생은 중봉 조헌의 후손들이 옥천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것에 대해 늘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자녀들, 특히 종손인 동준씨에게 중봉선생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몇 가지는 임진난의 예견이 성리학의 대가답게 과학적인 근거였다고 한다. 즉 북풍을 타고 한강으로 대패밥이 떠올라온 것을 보고 일본의 군함제작을 확신하고 일본 침략에 대비해야한다는 상소를 여러차례 올렸으나 백성들을 불안케 한다는 이유로 함흥길로 귀향이 내려졌다. 관직에서 물러난 후 율곡선생의 뒤를 잇겠다는 뜻으로 옥천에서‘후율당’을 지어 후학을 가르치면서 임진년의 왜란을 대비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영규대사는 조헌에게 ‘명검’ 한자루를 주며 협공해 청주성을 탈환했으나 금산전투에서 관군이 의도적으로 피하는 바람에 “떠날 사람은 다 떠나라”고 명하고 도망가지 않은 7백명과 싸우다 순절하게 된다.
13대 종손 조갑호선생은 “알려진 것과 달리 영규대사는 금산에서 돌아간 게 아니라 논산에서 전사했으며 함께 출전한 조헌선생 아들은 자신이 의병장 옷을 입어 아버지 시신을 왜병들이 찾지 못하게 한 후 시신을 수습해 옥천에 모셨다.
◈ 14대 종손 우저서원위해 김포 이주
중학교 때 육상선수였던 14대 종손 조동준씨는 서울 동양공고 입학하면서 서울로 오게 됐다. 이때 그의 부친은 영규대사가 준 명검 칼집에 고히 간직해왔던 영의정에 추증하는 영조대왕의 교지와 정경부인에 임한다는 교지를 동준씨에게 내어주었다.
그리고 세상에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던 교지를 간직하면서 조헌 선생의 종손임을 깨닫고 매사에 더욱 조심한 생활을 하게 된다.
사실 동준씨는 태어난 순서로 치면 장남이 아니다. 동준씨는 10남매중 아들로는 넷째지만 그의 부친이 대대로 종손이 간직해온 교지를 그에게 내어줌으로써 종손으로 인정했다. 당시 동준씨는 옥천에 있는 친척들을 모아놓고 교지를 내보이면서 아버님이 “네가 힘이 생길 때까지는 세상에 알리지 말라”고 한 말씀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교때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중봉 조헌이 할아버지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거짓말이라고 믿지 않은 이후 할아버지처럼 옳은 일에 과감히 나서고 의롭게 살 것을 결심하고 그렇게 살려 애썼다.
“아버지는 어떤 예감이 있으셨던지 서울로 유학가는 저의 개나리봇짐에 교지를 넣어주신후 1년만에 돌아가셨습니다.” 동준씨는 교지를 간직하는 것이 힘들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성우교역을 차려 사업하면서도 교지에 좀이 슬까봐 염려되었고 그러다 얼마전에 표구를 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사업하면서 기회가 되면 할아버지가 태어나신 김포로 가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의 국토순례에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금산 7백의총이나 옥천의 후율당은 잘 보존되고 있는 반면 김포의 우저서원은 그렇지 못해 태어나신 곳을 지켜야한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5년전 그가 김포시 하성면 봉성리에 농가주택을 사서 이사하고 공장 또한 대곶면 대포리 산업단지에 건축하면서 인천시대를 마감한 이유다.
◈ 일본에 빼앗긴 유물 찾는게 희망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가면서 동준씨는 한 가지 희망을 갖는다. 영규대사가 조헌선생에게 선물한 명검과 조헌선생의 책을 찾는 일이다. 칼집만 남아있는 명검은 일본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이번에 작정하고 세상에 내놓은 교지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잘 전시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하는 일도 해결해야하는 숙제다.
종손 조동준씨는 “교지를 세상에 공개하면서 보관할 곳을 김포문화원과 옥천군 가운데 한 곳을 생각하고 있는데 교지의 양호한 보관을 위해서는 옥천군쪽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며 “김포로 이주한 것 자체가 중봉 할아버지가 태어나신 곳에서 관련 유품과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김포시에서 관련 유품이 보관, 전시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종손의 희망은 그만의 숙제가 아니라 김포문화예술제와 돌아가신지 414기를 앞두고 김포시와 시민이 나서서 함께 찾아야 한다는 과제로 여겨진다.
취재 최의선 편집위원<작가>ces-1102@hanmail.net
◇ 우저서원
2006-09-16 12:10:56
김포저널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예술을 밝히고 지켜나가는 등대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