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김포 농수로 뱃길 축제 참관기 - 임 나 라 (동화작가)



◇ 임 나 라 (동화작가)
참으로 오랜만에 가져 보는 가슴 뭉클한 축제의 한 마당이었다.
「농수로 뱃길 축제」라는 아주 낯익은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낯선 잔치마당에 초대되어 간단한 여행준비를 마친 후 김포로 향하였다.

김포, 하면 김포공항만 떠올렸던 탓에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이는 김포평야가 있다는 걸 나는 미처 생각지 못하였다. 단순히 서울 옆 동네가 아니었다. 긴 길을 달리고 또 달리는 내게 비로소 김포는 하나의 거대한 신천지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해 바다와 만나는 한강 하류에 위치한 김포는 늘 우리 한반도의 역사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고, 최근에는 어느 세미나를 통하여 ‘강해도시(江海都市)’로 불리어지고 있음도 알았다.

김포는 그렇게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친근한 느낌으로 마음 깊이 자리해 오고 있었던 반면에 어느 결엔지 역사의 뒤울안으로 밀려난 낙후의 땅으로 여겨져 왔음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난 날, 역사의 중심에 서서 활발한 문물교역의 장이 되었었으나 분단시대와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차갑게 얼어붙은 단절의 고장이 되어 버린 김포에 대해 그 동안 애정을 기울여보고자 애쓴 이들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김포는 아무도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 옛 가수의 흘러간 노래처럼 긴 세월 빛을 잃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며 포효하듯 김포가 일어서고 있다.

곳곳에서 국제 정세와 세계교역을 아우르던 그 옛날의 기개를 되살려 새로운 김포 신도시 건설을 위해 각 분야에 걸쳐서 빠르게 추진해 가는 모습을 여러 매체를 통해 보고 느끼며 덩달아 나도 신명이 났다. 그만큼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김포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매우 소중한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농수로 축제 전야제가 열리고 있는「김포 사우체육문화광장」을 물어물어 찾아간 내 앞에는 눈이 번쩍 뜨이도록 어마어마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좁은 농수로에 배를 띄운다는 것에도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그 농수로 축제를 위한 전야제가 이처럼 놀랍게 크나큰 잔치로 펼쳐져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젊고 이름난 가수들의 콘서트장만큼이나 남녀노소를 불문한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모습은 내게 경이로움 그 자체로 비쳐졌다.

1부에서 3부까지 이어진 음악회 행사 중에 시종일관 자리를 함께 하신 강경구 김포시장님, 유정복 국회의원님, 그리고 김포 시정을 위해 수고를 아끼시지 않는 여러 내빈들의 애정어린 표정 속에서 단합된 김포의 앞날을 예견해 볼 수 있었다. 나 역시도 비상하기 위해 힘찬 날개를 달기 시작한 김포의 시민이 된 것처럼 어떤 기대로 하여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져 왔다.

전야제의 멋진 피날레를 장식한 불꽃놀이는 김포의 넓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아 갔고, 모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우렁찬 함성과 함께 오래도록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늦은 밤, 숲 속에 있는 지인의 집에서 전원의 향내 마음껏 마시며 달디 단 잠을 잘 수 있음에 한량없는 마음의 평화를 느끼기도 하였다.

이튿날 아침, 옹주물의「농수로 뱃길축제」현장에 도착하고 나서 나는 또 한번 큰 충격을 받고야 말았다. 이번엔 결코 그 규모가 엄청나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폭이 약 4~5미터가 될까 말까한, 우리나라 농촌 어디에든 있을 법한 좁은 농수로에 수 척의 배를 띄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놀라고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맨 처음 이 좁은 농수로에 배를 띄워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는 누구란 말인가.
동키호테적 사고관을 가진 현실부적응자 아니고는 감히 실현시키기는 고사하고 꿈조차 꾸어 보기 어려운 일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 농수로에 배를 띄워놓고, 패랭이 흔들며 꽹과리 치고, 장구 치고, 피리를 불어제껴 5천년의 역사를 지닌 한반도의 벼농사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고, 문화를 계승 전수하는 무대를 실제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김포 들판을 걷던 한 신문기자의 막연했던 아주 작은 꿈이 집념이라는 불굴의 힘으로써 현실로 일구어낸 엄청난 사건이었다. 또한「대한민국고등학교총학생회장연합회」가 참여하여 창작배 경연대회를 열어 직접 배를 만들어 띄워보겠다는 의지는 매우 특기할 만한 일이었다. 총학생회장 중의 회장이 하던 인사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른들께선 저희 학생들이 건방지다고도 표현하시는데, 저희들이 모두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들은 세계 속에서 당당한 대한국인(大韓國人)이 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부단히 노력해 가는 대한민국고등학교총학생회가 될 것입니다.”

이제 김포시가 공식적으로「김포생태수로도시」로 조성될 계획이라고 하니, 참으로 반갑다. 환경을 생각하는 도시로서, 세계의 관광 명소로 거듭날 수 있는 귀감의 도시가 되는 데에 김포저널에서 주관한 이번 농수로 축제가 한 축을 이루는 귀한 초석이 되었으리라 굳게 믿는다.


◇ 앞의 배 첫줄 두번째가 임나라작가

김포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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