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곶면 신안리에 복원된 손돌공 묘소. 1970년 김기송 전 문화원장이 사비를 털어 조성했다.

해마다 음력 10월 20일 봉행되는 손돌공 진호제 모습

김포문화원 이하준 원장이 김포의 대표적 콘텐츠인 ‘뱃사공 손돌’을 “역사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라며 폄하, 김포문화원이 매년 주관하는 손돌공 제사인 ‘손돌공 진혼제’ 때 헌관으로도 참여하지 않는 등 편향된 사고를 보여주고 있어 역대 문화원 원장들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

손돌은 1232년 몽고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피난하려는 고려 고종 일행을 돕기 위해 배를 몰았지만 고종으로부터 오해를 받아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지는 인물이다.

손돌이 배를 몰아 강화로 향했던 곳이 대곶면 신안리 해안으로 전해져 오는 가운데 김포문화원 전 원장인 김기송 원장이 1970년 사비를 털어 손돌의 묘소를 복원, 그 후 해마다 음력 10월 20일이면 손돌공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가 봉행되어 오고 있다.

김포문화원이 손돌공 진혼제를 주관한 것은 지난 1988년부터. 김포문화원은 김포시로부터 관련 예산 전액을 지원받아 제사를 지내고 있다.

손돌공 진혼제는 전통 유교 방식으로 거행된다. 따라서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순으로 손돌공의 넋에 잔을 올리고 절을 하게 된다. 초기 제사 때는 손돌공 묘소 복원에 힘쓴 김기송 전 원장이 초헌관을 맡아 왔지만 문화원이 주관한 이후로는 문화원장이 초헌관을 맡아 왔다. 김포시 선출직이 제사에 참여한 경우에는 예우 차원에서 초헌관을 양보, 문화원장이 아헌관을 맡는 것이 관례.

하지만 이하준 원장은 취임 이후 “손돌은 역사적 인물이 아닌 허구의 인물”이라며 제사에 탐탁치 않은 견해를 보이며 문화원이 주관하는 제사임에도 헌관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기송 전 원장은 “지역문화에는 절을 하는 게 많다. 그렇다보니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신자의 경우 술을 올리고 절을 하는 것을 마땅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원장이 개인적으로 후배이기도 해 뭐라 바른 소리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냥 넘어가고 있다”고 서운해 했다.

이어 김 전 원장은 “차제에 손돌공 보존위원회를 구성해 손돌공 제사를 문화원으로부터 떼어내 보존위원회가 주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그렇게 한다면 현재 문화원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제대로 제사를 모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원장으로서 편협한 사고 ... 중봉에만 몰두

이하준 원장의 편협한 행태는 또 있다.

김포에는 중봉 조헌 선생 외에도 장만 장군, 한재 이목 선생, 눌재 양성지 선생, 최항 등 김포와 관련 있는 옛 인물들이 여러 분 있다.

그동안 김포문화원의 전임 원장들은 옥성부원군 장만 장군에 대해 2010년 ‘옥성부원군, 낙서 장만 재조명 학술대회’와 2011년 ‘장만 장군의 영정과 공신록권에 대한 연구’ 학술세미나 등 두 차례에 걸쳐 학술세미나를 주최했고, 해마다 장군의 기일에는 하성면 가금리 장만 장군의 사당인 옥성사에서 인동장씨 충정공 후손 종친회와 공동으로 추모제를 올렸다.

우리나라 차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한재 이목 선생을 위해서는 2009년 ‘한재 이목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고, 최항 선생과 양성지 선생에 대한 연구 학술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이하준 원장은 이들 선현에 대한 평가에 인색해 이들에 대한 연구와 책 발간 등 후속 사업은 전혀 진행하지 않았고 그저 중봉 선생만을 집중 조명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 원장은 사석에서 장만 장군에 대해서는 “후대 사람들이 존경할 만한 사람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목 선생에 대해서는 “나이가 어려서 차에 대한 맛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는 후문.

전 향토사연구소 소장이자 전임 원장인 류지만 원장은 “이하준 원장은 문화원장으로서의 사고가 중봉 조헌 선생에 편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하준 원장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문화원 관계자는 “원장님이 신병 치료를 위해 입원하셔서 연락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 가상인물이지만 성공한 축제들

우리나라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전북 남원의 ‘춘향제’와 전남 장성의 ‘홍길동 축제’, 곡성의 ‘심청 축제’. 이들 축제의 주인공은 역사적으로 실존여부에 논란이 있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전국민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다.

매년 음력 4월 8일부터 4일간 열리는 춘향제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축제 중 가장 오래된 축제로, 춘향 선발대회와 성춘향과 이몽룡에 선출된 학생들과 함께 꾸미는 가장행렬로 인기를 끌고 있다.

10월 초에 4일간 진행되는 심청 축제는 효를 내세운 효문화 대축제로 자리잡았다. 심청을 주제로 한 마당극 공연이 백미.

4월 말에서 5월 초 4일간 열리는 홍길동 축제는 홍길동 캐릭터 발굴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향토문화 창달을 그 존립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역 문화원. 따라서 각 지역의 문화원들은 콘텐츠 찾기에 골몰하고 있으며, 지역과 관련한 조그마한 사실 하나라도 어떻게든 지역문화로 만들기에 애쓰고 있다.

지방의 소도시가 이들을 주역으로 하는 축제를 개최해 전국의 관광객을 모으고 있는 현실은 김포문화원 이하준 원장의 ‘손돌 홀대’와 비교,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김종훈 기자  webmaster@gimpoj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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