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중문화에서 소외되었던 고막리 어르신들이 ‘가가호호 사랑방’을 통해 영상 자서전, 나무그림그리기, 오래전 밤새워 바느질했던 실력을 되살린 수틀작품 등을 만들면서 무료했던 일상이 행복과 재미가 되었다. 그리고 12월, 고막저수지 난간은 그 분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야외전시장이 됐다.

이에 앞서 월곶면 청소년들은 ‘문수산성 프로젝트 수·작·걸·다(手·作·傑·多)’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읽기, 마음 잇기’를 했다. 이는 2016년 경기지역 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이루어졌다.
 
문수산성이 자리한 김포시 월곶면은 철조망이 둘러친 DMZ와 민통선 마을, 분단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역사의 숨결이 숨어 있는 곳이다.

문화예술 상상바’(대표 서현석·김포시 월곶면 고막리)는 재미난 상상력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체험형 놀이문화교육을 통해 플랫폼을 만들고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형식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문화 예술적으로 소외되어있는 월곶면의 청소년들이 직접 탐색하고 체험하며 상상을 표현하는 활동은 월곶면을 소통의 공간, 평화의 지역으로 재탄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고프면서도 행복했던 충무로 생활이 자양분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서현석 대표(45)는 졸업하자마자 영화감독을 꿈꾸며 김남주, 이서진, 오지호 주연의 ‘아이 러브 유’에 연출부 막내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어려운 생활을 하며 밤새우는 날이 많았고 그런 나날을 보내면서 충무로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희로애락을 다 경험했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공모전에 뽑혀 영화를 준비할 당시 비슷한 영화가 먼저 개봉돼 좌절한 일, 조감독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관객이 들지 않아 주눅이 들어갈 무렵, 충무로 생활 10여년은 그를 조금씩 지쳐가게 했다.
 
영화계에 일하면서 주머니는 빈털터리였던 반면 그의 재산목록에는 영상전문인, 배우, 화가, 예술 강사, 무용, 음악 등에 종사하는 열정 가득한 사람들이 차근차근 쌓여있었다. 그는 “이 재산을 모아 뭔가 판을 벌리면 보람과 재미난 일들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지인들을 고막리 자택으로 초대했고 각자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업을 제안했다. '문화예술 상상바’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우리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멋지게 해야 한다’를 외치다가 그 자리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문화예술로 익어가는 마을과 마을

서 대표는 지난해 12월 통진 도서관과 함께 한 연극 프로젝트를 좀 더 확대해볼 계획이다. 다다연극프로젝트 ‘일곱 개의 빛깔, 일곱 개의 감각’에서 보인 내·외국인 아이들의 합동 공연은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연극에 참여한 아이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한 목소리를 냈고 엄마들도 참여한 뜻 깊은 연극이었다.
 
김포 고막리에서 태동된 상상바는 지난 4년간 그 역량이 알려지면서 타 지역에서도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올해는 김포문화재단과 협력문화예술단체로 일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정했다.
 
사십 중반에 접어든 서 대표는 지금도 한 줄 시가 마음에 꽂히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청바지를 즐겨 입는 열정의 사나이다.
“길에는 마을과 사람들의 숨결이 있고, 그 숨결로 이어온 이야기들을 문화로 만들고자 합니다” 

경기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지역 읽기, 마음 잇기’를 연이어 하면서 그가 만든 새로운 상상이다.

지난 세월 그랬듯이 앞으로도 뚜벅뚜벅 길을 걸으며 마을과 이어진 마음을 만나고 그곳에서 ‘문화예술 상상바’는 소통하며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만들 것이다.

최의선  webmaster@gimpojn.kr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