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하성면 일대의 수문을 관리해온 이정근씨.  무보수로 일해온 그는 이제 자신의 뒤를 이를 사람이 없어 늘 고민이다.

한강에 접해 있지만 내륙에 위치해 전통적인 천수답이었던 하성면 시암리. 소형 관정을 이용해 논농사를 지어 온 이 일대는 농사철마다 가뭄과 싸워온 곳이다. 지난 1998년 경지정리를 하고 2016년 2곳의 양수장이 세워진 이곳 8만평 농경지는 평생 물 관리를 해온 이정근 씨(87)가 있어 농업이 가능했다.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이정근 씨는 하루 40리길을 자전거와 오토바이 또는 걸어서 농경지를 찾아 달려왔다. 천수답 시절에는 강물을 막아 나무문을 만들어 수문으로 활용하고 경지정리가 되면서 현대식 수문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기계식 장비를 맨손으로 돌리며 물을 조절했다. 수문이 전동식으로 바꿔진 것도 불과 5년 전이다.

곧 아흔을 바라보는 이정근 씨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다. 이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무보수로 평생을 해온 일이어서 나서는 사람도 없고 맡길 사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도 이정근 씨는 자전거로 시암리 농경지를 돌아보며 긴 한 숨을 짓는다.

평생 시암리 수문관리

동갑내기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이정근 씨는 그가 곧 시암리의 역사다. 이곳에서 3대가 함께 살며 5천여 평의 농사를 짓고 30년 넘게 새마을 지도자, 이장을 하면서 18년째 노인회장도 겸하고 있다.

“도대체 수문에 대한 관심이 없다. 내가 죽으면 누가 하나”

주변사람들은 “평생 수문을 관리해준 덕에 고마움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무보수로 이 일을 할 사람이 있겠냐”며 우려했다.

김명흠(71) 씨는 “농업용수를 위해 애를 많이 쓰고 관리를 도맡아 왔다”면서 “지금도 동네일을 부탁하면 발 벗고 나선다”고 했다.

이정근 씨가 물 관리를 하기된 것은 자신의 논이 저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논을 위해 시작한 일이 마을 전체로 확대되어 평생 그의 일이 됐다.

후평양수장, 그의 요구로 이뤄져

강물을 흙으로 막아 농업용수를 확보하던 시절, 나무로 만든 수문을 조절해 물을 빼고 또 채워야 했고 비라도 내리는 날은 깊은 밤이라도 수문을 지켜야 했다. 지금도 못자리 이후 추수 때까지 매일 수문을 찾아 관리하는 일은 그의 일상이다.

지금의 후평양수장은 이정근 씨의 지속적인 요구로 이뤄졌다. 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김포시의 기록에 따르면 2007년 2월 시장과의 대회에서 이정근 씨는 “작년 8월 시암리에 양수시설을 약속했는데 예산부족을 이유로 아직까지 답이 없다. 농민들이 물 부족으로 항상 애를 먹고 있는데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했으며 비로소 후평양수장 건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16년 한국농어촌공사 김포지사가 한발(보층수 확보)대비 용수개발사업으로 하성면 시암리에 만든 양수장과 소형 관정 또한 가뭄대책 일환이었다.

이정근 씨는 천수답에서 경지정리와 현대식 수문 그리고 양수시설 등이 들어섰으나 불안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물을 퍼 올려야 할 때 수문이 고장이 날 경우 즉시 고쳐야 하지만 관계기관의 신속성이 떨어져 그를 불안하게 만든 때도 있다.

배수시설 유지보수 지적

“당장 물을 써야 하는데 수문은 고장이며 신고를 해도 즉시 고쳐지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시에 보고하면 며칠 지나서 오는 경우도 있으며 빨리 할 것은 빨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아쉬울 때도 많다”고 했다.

배수문에 대한 불만도 있다. “시암리의 오래된 배수문의 경우 고장이 나도 관리주체를 알 수 없어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며 유지보수가 되지 않는 것을 지적했다.

요즘도 시암리와 후평리 일대 수문을 매일 다니며 나이보다 젊음을 유지하는 이정근 씨는 “매일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들판을 다니다 보니 아직도 건강하다”고 하면서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몰라 후일에 대한 걱정이 더 많다.

수문관리 덕분에 오토바이 기름 값도 걱정하는 이정근씨는 며느리와 친딸처럼 지내며 30년을 살고 있다.

하성면 시암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이정근 씨는 하루 40리길을 자전거와 오토바이 또는 걸어서 농경지 수문을 찾아 달려왔다.

곽종규 기자  webmaster@gimpoj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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