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많이 알려진 김기덕 영화감독은 한국팀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 열가지를 제시했는데 그중 두 가지로 어머니와 김치를 꼽았다. 한국 선수들은 그들의 어머니로부터 엄청난 힘을 얻으며, 김치는 선수들에게 활력과 끈기를 준다고 했다. 어머니와 김치로 대변되는 부녀회원들이 두 팔 걷어부친 아주 특별한 응원전이 열려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풍무동 월드 메르디앙 아파트 부녀회원들은 (정현자 부녀회장)16강, 4강에 가기위해 꼭 이겨야하는 첫 경기 토고전을 응원하기로 결정하고 내친김에 아파트 주민들의 단합과 응집력을 모으기 위해 대형 스크린과 먹거리 장터를 마련했다.
월드 메르디앙 아파트 부녀회는 얼마동안 부녀회장이 없어 침체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이 부녀회장이 된 정현자 씨가 능력과 의욕을 갖고 있어 응원전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단지 한가운데 있는 롤러 스케이트장은 넓고 조경이 잘 되어 있는 터에 최근 반장을 새로이 해 응원장소로는 안성맞춤. 부녀회원들은 파전, 골뱅이 무침, 장터국수, 떡뽁이, 얼갈이 김치, 막걸리와 함께 붉은 악마 티샤쓰와 모자까지 준비해 오후 6시부터 분위기를 돋우었다.
주민들은 제일 좋은 자리에서 응원하기 위해 일찌감치 돗자리를 들고 나와 자리를 맡으면서 저녁은 먹거리 장터에서 해결하는 통에 파전, 장터국수는 시합이 열리기도 전에 동이 나버려 부녀회원들은 또다시 먹거리를 준비하느라 호떡집에 불난 형국이 되었다. 5백여명이 모인 이곳은 온통 붉은 물결. 서울 시청앞 광장을 축소해 놓은 듯 한 이곳의 함성소리는 아파트 단지를 뒤흔들었다. 토고가 한 골을 먼저 넣었을 때는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했다. 부녀회원들은 음식 장만하느라 TV를 볼 수 없었는데 응원소리로 골 여부를 확인하고 부지런히 먹거리를 만들었다. 후반전, 이천수의 후리킥이 성공하자 함성소리에 불앞에 있던 부녀회원들도 참지 못하고 스크린 앞으로 내닫느라 파전이 타버리는 손해(?)를 감수해야했다.
이어 안정환의 역전골이 터졌을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막걸리를 한컵씩 돌려 기쁨과 감격을 함께했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들은 모처럼 얼굴을 익히고, 서로 부둥켜안고 소리치고 춤추면서 정말 행복한 저녁을 만끽했는데 축제자리를 마련한 부녀회원들의 아이디어는 그랑프리 대상이다.
최의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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